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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이'덕에 대박 기대했더니···"팔기도 민망한 작은 과메기"

중앙일보 2019.11.25 05:00 종합 14면 지면보기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하정리 바닷가 덕장에서 과메기를 말리고 있다. 김정석기자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하정리 바닷가 덕장에서 과메기를 말리고 있다. 김정석기자

지난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일본가옥거리. 평일 오전임에도  가족, 연인들로 거리가 북적였다. 이곳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방송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다. 동백꽃 필 무렵은 지난 21일 마지막회 시청률 전국 23.8%, 수도권 24.9%를 기록했다.
 

제철 맞이한 과메기…상인들은 한숨
드라마 인기 업고 대박 기대했지만…
“20년 만에 이렇게 작은 꽁치는 처음”

방문객들은 주인공 동백이(공효진 분)가 운영한 가게 ‘까멜리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까멜리아 외에도 동백이와 순경 황용식(강하늘 분)이 서로를 마주보던 계단, 동백이네 집 등 드라마 속 명소들마다 방문객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포항시에 따르면 예년엔 한산했던 일본가옥거리엔 요즘 평일 평균 3000명, 주말엔 6000~7000명이 찾는다. 
지난달 3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일본 가옥거리에서 관광객들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에 나온 장면처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일본 가옥거리에서 관광객들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에 나온 장면처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일본가옥거리 건너편에 마련된 과메기상설판매장 상인들의 표정은 무거워 보였다. 과메기사업협동조합 소속 상인들은 매년 겨울 이곳에 점포 10여 개를 열고 과메기를 판다. 겨울철엔 비교적 썰렁했던 일본가옥거리가 모처럼 북적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표정이 무거운 이유는 뭘까.
 
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던 상인 박태기씨는 “과메기 크기가 예년의 절반도 안 돼 손님에게 내놓기 민망한 수준”이라며 “올핸 드라마 인기로 나름 기대했는데 꽁치 씨알이 작아 판매 실적이 높지않다”고 말했다. 
 
구룡포는 지금 과메기의 재료가 되는 꽁치 크기가 확 줄어 비상이 걸렸다. 과메기는 포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하는 지역 특산물이다. 지난해 과메기 판매액은 400억원대 수준. 포항시는 올해 드라마 인기 등에 힘입어 500억원대 매출을 기대했다.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과메기상설판매장에서 상인들이 과메기를 판매하고 있다. 김정석기자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과메기상설판매장에서 상인들이 과메기를 판매하고 있다. 김정석기자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과메기상설판매장에서 시식용으로 내놓은 과메기. 김정석기자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과메기상설판매장에서 시식용으로 내놓은 과메기. 김정석기자

 
하지만 올해는 러시아산 꽁치 어획량이 지난해 절반도 못 미치는 데다, 그나마 잡혀 오는 꽁치의 크기가 작년이면 쓰지도 않았을 30㎝ 이하 꽁치가 대부분이다. 해풍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쫄깃해진 과메기는 11~12월이 제철로, 과메기를 만드는 데 쓰는 꽁치는 대부분 6~9월 북태평양 연안에서 잡아오는 원양산이다.
 
구룡포시장에서 과메기를 파는 점포를 살펴보니 과메기 20마리(한 두름) 시세는 1만5000원~2만원 정도로 예년과 비슷했다. 하지만 과메기 크기가 작년보다 작아 결과적으로는 가격이 오른 셈이다. 실제 점포 앞에서 만난 상당수 손님은 과메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크기가 너무 작은 것 같다”고 했다. 최모(43·대구시 달서구)씨는 “크기가 작아서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 씨알이 많이 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상인이 “2000원을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최씨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시장. 김정석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시장. 김정석기자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시장 한 점포에서 과메기를 판매하고 있다. 김정석기자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시장 한 점포에서 과메기를 판매하고 있다. 김정석기자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원양에서 잡힌 꽁치는 2653t으로 지난해 상반기 7596t보다 크게 줄었다. 북태평양 수온이 올라가면서 꽁치 먹이인 크릴새우가 줄었고, 중국 어선들이 북태평양 연안에서 치어까지 가리지 않고 싹쓸이하면서 꽁치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는 22일 ‘과메기 가공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업계 관계자들이 과메기 유통 활성화 정책과 활용 방안에 관해 토론했다. 정종영 포항시 수산진흥과장은 “과메기 산업 활성화를 위해 품질 향상과 함께 체계적인 홍보로 소비 진작에 힘쓰겠다”고 했다.
 
장천수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이사는 “과메기 사업 20년 만에 이렇게 꽁치 크기가 작은 건 처음”이라며 “품질을 더 높이고 홍보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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