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명분도 실리도 약한 철도파업, 접는 게 순리다

중앙일보 2019.11.25 00:53 종합 34면 지면보기
철도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끊어졌던 노사 교섭이 23일 밤 재개됐다지만 열차 운행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4일 운행률이 평시의 80% 선에 불과했다. 그나마 광역전철은 90% 수준이지만 KTX와 일반열차는 60~70% 선, 화물열차는 31%로 차질이 적지 않다. 이용 시민의 불편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열차를 타지 못한 시민들도 문제지만 특히 대입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과 그 가족들의 불편이 크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에 파업이 이뤄져 주말에 치르는 수시 면접과 실기시험 응시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철도화물 운송량이 평소 10만여t에서 3만여t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산업 차질도 크다.
 

인력 충원, SRT 통합 등 요구 과도
불편 경험한 국민의 반감만 키울 뿐

노조의 요구는 크게 네 가지다. ▶4조 2교대 내년 시행을 위한 인력 4000명 충원 ▶임금 4% 인상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SRT 운영사인 SR과의 연내 통합 등이다. 하나하나 쉽지 않은 문제지만 따져보면 철도노조에 이로울 게 없다. 인력 충원의 경우 노조는 현행 3조 2교대(나흘 일하고 이틀 휴무)를 내년부터 4조 2교대(이틀 일하고 이틀 휴무)로 바꾸자고 한다. 이를 위해선 4600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시간과 강도를 따져보면 노조의 주장엔 무리가 있다. 현재 근무자의 주 평균 노동시간이 39.3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4조 2교대제로 바꾸면 이는 주 31시간꼴로 줄어든다. 주 52시간 전면 도입에도 곡소리가 나고 있는 민간 분야로선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코레일의 인력 및 예산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가 ‘둘 다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는 게 이해가 된다. 파업할수록 “노조가 앞으로 일은 덜 하고 임금은 더 받겠다는 심보”라는 정서가 퍼질 수밖에 없다.  
 
SRT와의 통합도 그렇다. SRT는 DJ·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철도 개혁의 결과물이다. 특성상 자연독점이 되기 쉬운 철도를 경쟁화시켜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노조는 SRT 통합을 주장하지만 이번 파업을 경험한 시민들의 반응은 오히려 통합 반대 쪽으로 기울고 있다. SRT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아 급한 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자회사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 등은 파업이 아니더라도 노사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다. 결국 파업을 왜 하느냐는 회의론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노조는 “공사와 정부가 철도 안전과 공공성 강화,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공사 경영진과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철도의 안전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철도공사가 처한 경영 환경과 여건을 무시한 채 대규모 충원부터 내세우며 파업을 하는 건 누가 봐도 무리다. 노조는 이제라도 파업을 접고 코레일의 부실한 관리 시스템과 높은 임금 체계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 한다. 시간은 노조의 편이 아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