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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정치적 부동산 경기순환

중앙일보 2019.11.25 00:11 종합 35면 지면보기
하현옥 금융팀장

하현옥 금융팀장

1970년 1월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 아서 번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취임 선서가 진행된 그 자리에서 임명권자인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내 견해가 따를 만한 것임을 독립적으로 판단해주길 바란다. 낮은 금리와 더 많은 통화공급을 신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72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 호황이 이어지도록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한 것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은 중앙은행이 돈줄을 풀기 원한다. 표심을 잡으려면 경기 부양이 필요해서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대놓고 압박하는 이유다. 유권자의 표를 얻으려 집권당은 선거 전 경기 호황을 위해 재정이나 금융정책으로 돈을 풀고, 선거가 끝난 뒤에는 풀린 돈 때문에 오른 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다시 죈다. 경기는 확장과 수축을 오가게 된다. 윌리엄 노드하우스가 지적한 ‘정치적 경기순환’이다. 경제적 요인에 의해 생긴 경기 순환이 아니라 집권당이나 정치인이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 정책에 개입해서 발생한 경기변동이란 의미다.

 
부산과 경기 고양시에는 ‘정치적 부동산 경기순환’이 생겨날 형국이다. 지난 8일 정부가 부산 동래·수영·해운대구와 고양시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자,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부산은 과열 조짐까지 나타난다. 공교롭게도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전략적으로 중요하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가 포함된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며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고 했다. 확대해석이겠지만, 성장을 위한 불쏘시개가 아닌 표심 잡기용 미끼 상품으로 부동산은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인 모양이다.
 
하현옥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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