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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지소미아 연장 계기로 선제 대응 외교 절실하다

중앙일보 2019.11.25 00:09 종합 33면 지면보기
신각수 전 주일대사·한일비전포럼 운영위원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한일비전포럼 운영위원장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실효되기 직전인 지난 22일 미국의 강한 압박외교에 따른 한일 정부의 상호 조치를 통해 사실상 연장되었다. 한국 정부는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고 한일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WTO 제소절차를 중지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수출관리 운용문제를 재검토하기 위한 국장급 정책대화를 받아들였다. 지소미아 종료가 가져왔을 강한 후폭풍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 수습돼 다행이지만, 전략 차원의 사안을 전술 차원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종료 결정과 번복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소미아 이 정도로 수습돼 다행
전체 국면 보며 전략 외교 나서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원인이었던 일본 정부의 전략물자 수출에 관한 통제강화가 WTO 규범에 반하는 부당한 무역규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소미아가 우리 안보에 소중한 자산이자 한일·한미일 안보협력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를 지렛대로 선택한 것은 자기 발등을 찍는 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북한핵 위협은 가중되고 동북아 전략 환경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서 안보사안인 지소미아는 경제문제에 대한 교섭 카드가 될 수 없었다. 한미 관계사에서 보기 드물게 미국 국무부, 국방부, 합참, 의회가 한 목소리로 강력히 반대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과정에서 북핵문제, 주한미군, 방위분담금 교섭 등 한미 현안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해 줄 미국 내 우군들의 신뢰를 잃고 부정적 인식을 심었다는 점도 보이지 않는 손실이다. 또한 지소미아 카드는 일본이 무리한 통상규제를 했다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희석시켰다. 지소미아 종료 대신 정보협력의 일시 정지 정도로 충분했을 것이다.
 
이로써 한일관계의 2개 변곡점 가운데 하나가 무사히 넘어갔지만 파국을 면한 것일 뿐 문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최근 한일관계의 극한 대립은 강제동원 문제,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지소미아 3개 사안이 서로 연동되어 발생하였지만 가장 핵심이자 발단은 강제동원 문제이다. 따라서 강제동원문제에 관한 최종해결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번 잠정 동결조치만으로는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또 하나의 변곡점인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압류된 일본회사 재산의 현금화까지 기회의 창은 그리 오래 열려있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로 행정부와 사법부, 국내법과 국제법이 충돌하고 있으며, 1965년 외교적 타협으로 어렵사리 봉합된 문제가 ‘외교의 사법화’로 다시 풀렸다는 점에서 해법 마련은 쉽지 않다.
 
정부가 책임감과 주도권을 가지고 일본과 협상 가능한 해법을 마련하여 합의를 꾀하고,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필요한 국내입법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또한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감안하여 일본기업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사 현안을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해결하는 데는 양국이 협력적으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법에 양국교류를 확충하고 제도화하는 미래지향적 요소도 포함시키면 공감대를 넓히고 양국관계의 체질 개선과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지소미아로 인해 파열음이 있었던 한미관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한미관계에는 과도한 방위비 분담 요구, 북핵 스몰딜의 우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 다양한 악재가 가로놓여 있고, 재선과 탄핵을 맞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해와 부정적 인식을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은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동북아 전략 환경 속에서 우리의 전략 공간을 확보하는 기둥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현재 우리 외교는 기능부전 상태로 주변에 친구가 별로 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 동맹의 철저한 점검과 한일관계의 조기 회복은 얽히고설킨 주변상황을 풀어가는 열쇠다. 상황 반응적 외교에서 벗어나 전체 국면을 조감하면서 전략적으로 선제 대응하는 외교가 절실하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한일비전포럼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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