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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2.15점, 강제징용 대법 판결 때보다 나빠졌다

중앙일보 2019.11.25 00:04 종합 4면 지면보기
정부는 한·일이 각각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과 수출관리 당국 간 협의 개시를 약속하며 양국 관계에 “약간의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가 생겼다”(강경화 외교부 장관, 23일 나고야 한·일 외교장관회담 직후)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는 여전히 최악이며, 개선돼도 한계가 명확하다고 전망했다.
 

외교안보 전문가 21명 평균 점수
지소미아 종료 유예 영향 미미
“개선돼도 MB 독도 방문 때 수준”
“한·일관계 악화 경제·안보로 확산”

지난 22일 양국의 지소미아 및 수출규제 조치 관련 발표 이후 외교·안보 전문가 21명 대상의 긴급 설문 결과 현재의 한·일 관계를 10점 척도(0점이 ‘최악’, 5점이 ‘보통’, 10점이 ‘최고’)로 평가했을 때 평균점수는 2.15점이었다.
 
시기별 평균점수를 보면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의 사죄 요구 발언 때가 3.42점,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가 4.21점이었다. 2014년 아베 정부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처음 인정한 고노 담화를 검증해 이를 훼손하려 시도했을 때는 4.42점, 2017년 문재인 정부가 12·28 위안부 합의(2015년)를 검증하고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중대하다고 결론내렸을 때는 3.37점이었다.
 
대미·대일외교, 이것만은‘꼭 해라’vs ‘이것만큼은 하지 마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미·대일외교, 이것만은‘꼭 해라’vs ‘이것만큼은 하지 마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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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때 점수는 2.21점으로 떨어졌다. 지금은 지소미아 결정 번복 효과가 고려됐는데도 이때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역사 문제에서 한국이 항상 공세적 입장이었는데,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이 공세로 나오는 공수전환이 이뤄졌다. 지소미아 종결 유예는 잘한 결정이지만, 지소미아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 전략은 한·미 동맹에는 부담만 남겼고 아베 정부에 승리를 안겼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지소미아 관련 결정은 한·미·일 협력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미·중 갈등과 북핵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동북아 안보 유지 측면에서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현 정부 내 한·일 관계 개선 정도 전망을 10점 척도(0점=갈등의 구조적 고착, 10점=관계의 질적 개선)로 물었다. 3.5점이 나왔다. 일본 내 혐한 기류 형성의 시작점으로 인식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왕 사죄’ 발언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지금은 한·일 관계 악화가 외교적 차원을 넘어 경제·안보 영역으로 확산돼 회복이 곤란한 상황인 것 같다. 일본이 움직인 것도 미국의 압력 때문이지 한·일 간 감정의 응어리는 더 깊어졌다”고 우려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한·일 관계를 관리할 가능성이 크고, 일본도 당분간은 한국의 강한 민족적 반감을 야기해 갈등을 확대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지소미아 결정 번복으로 강제징용, 수출규제 등 현안에서 대일 협상의 우위를 점하겠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가 9명, ‘아니다’가 11명이었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이 다음달 정상회담을 받아들인 자체가 한국의 협의 요구가 결국은 관철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에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위원은 “8월 지소미아 결정이 감당 못할 무리수임을 한국이 시인했다. 이제 한국과 일본 사이의 불신은 특정 정치세력이나 지도자에게 국한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일단 불은 껐지만 강제징용 문제가 남아 있고 위안부 합의 파기에 따른 여파가 지속되는 것도 문제”라며 “일본 내에서는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잘못된 것을 인정했다’는 담론이 퍼질 수 있다”고 했다.
 
유지혜·이근평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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