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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1000억 적자 코레일 100억 날린 파업

중앙일보 2019.11.25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계속 적자인데다 인력 재배치도 노조 반대 때문에 못하는 조직에서 대규모로 인원을 더 늘려달라고 하면 그걸 누가 납득할까요.” 며칠 전 철도노조의 무기한 파업 돌입을 앞두고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인력을 대규모로 충원해도 수익은 거의 늘지 않아 재정부담만 커질 것”이라고도 했다.
 

파업 닷새 하루 20억 매표수입 줄어
2년간 직원 3000명 늘며 적자행진
노조는 또다시 4600명 충원 요구

그의 얘기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코레일이 국토부에 제출한 경영성과 자료였다. 적자가 2017년 5283억원, 지난해는 987억원이었다.
 
앞서 2014~2016년 코레일은 1000억원대의 흑자를 연속 기록했다. 그러다가 2년 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물론 당시 적자는 철도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코레일이 패소하면서 물어주게 된 4000억원가량이 포함된 수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해도 적자는 1000억원이나 된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레일에 따르면 3분기 현재 적자는 700억~800억원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1000억원을 넘어설 것 같다. 게다가 20일부터 시작된 철도 파업 탓에 하루 평균 20억원가량 매표 수입이 줄었다고 한다.
 
파업 닷새째인 24일을 기준으로 하면 벌써 100억원의 수입이 줄어든 셈이다. 이날도 KTX와 일반열차 운행이 평소보다 30~40%가량 줄고, 광역전철 운행도 20% 가까이 감소했다.
 
그런데 흑자에서 왜 적자로 돌아섰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16년까지 41%였던 인건비 비중은 지난해에는 44.2%로 3%포인트나 증가했다.
 
수익 증가율보다 인건비를 중심으로 한 비용 증가속도가 더 빨랐던 셈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코레일 직원은 3000명 늘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절반이고, 안전강화와 노선 신설 등으로 인한 충원이 나머지 반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철도노조는 내년부터 3조 2교대를 4조 2교대로 바꾸자며 4600여 명의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대로 하면 추가인건비 부담만 매년 5000억원에 육박한다.
 
앞서 4조 2교대를 도입한 부산교통공사는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포기하고 임금 인상 폭도 줄이는 대신 그 재원으로 인력을 충원했다고 한다. 노사 간에 서로 한발씩 양보한 결과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별다른 양보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코레일은 운영 효율화를 위한 인력 재배치도 쉽지 않다. 노조원은 비위 관련자인 경우를 제외하곤 본인의 동의 없이 비연고 지역이나 타 직종으로 전보를 못 하게 한 단협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본부가 다른 영등포역과 청량리역 간에도 인력 재배치가 어렵다는 게 국토부와 코레일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철도노조가 인력 충원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인력 재배치와 조직 혁신 등 자구책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런 노력 없이는 경영은 악화되고 결국 국민 부담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마침 철도 노사가 23일부터 교섭을 다시 시작했다.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선에서 합리적인 합의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국민 불편만 심화시키는 파업은 그만 끝내야 할 것 같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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