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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산행문화, 잠시 머물다 가는 마음으로

중앙일보 2019.11.25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박종호 산림청 차장

박종호 산림청 차장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다양한 산이 많아 산행하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도시민들은 일상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연에서 여유와 휴식을 찾기 위해 산행을 즐긴다. 숲을 걷는 것은 도심을 걷는 것에 비해 긴장·우울·분노·피로·혼란 등 부정적 요인들이 월등히 줄어든다고 한다. 한국갤럽 조사(2015년)에 의하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의 77%인 3200만 명이 1년에 1회 이상 산에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인원으로 환산하면 3억4200만 명이다. 국토의 63%가 산림인 나라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이처럼 산이 많고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의 산행문화는 어떨까. 우리는 잠시 산을 찾은 손님이다. 숲의 주인인 산림 생태계의 입장에서 손님인 우리의 태도는 어땠나. 지정된 숲길이 아닌 샛길로 걷는다거나 인화물질을 지니지 않았는지 혹은 불법으로 임산물을 채취하거나 쓰레기를 버리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심코 하는 행위로 인해 소중한 산림 생태계는 아물지 않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
 
외국 사례를 보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 운동’이다. 1991년 미국 산림청과 전국아웃도어리더십학교(NOLS)에서 자연에 최소한의 영향만 주는 야외활동 지침을 제공했다. 7가지 원칙이 있는데 첫째는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다. 둘째는 지정된 구역에서 탐방하고 야영하기, 셋째는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고 최소화하기, 넷째는 식물·암석 등 자연물을 당신이 본 그대로 두기다. 다섯째는 불 사용 최소화하기, 여섯째는 야생동물 보호하기, 일곱째는 다른 등산객에 대한 예절 지키기다.
 
산림청에선 아름다운 산림환경을 보호하고 건전한 산행문화의 정착을 위해 산행문화개선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산행준비 잘하기, 산행예절 지키기, 아름다운 산 보존하기, 안전수칙 준수하기 등이다. 산행하는 국민 모두가 즐거워지려면 정부 차원의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올바른 산행문화를 실천하는 마음가짐 역시 중요하다.
 
올바른 산행문화는 산의 주인인 동·식물과 산을 찾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산행문화를 생각하다 보면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라는 어느 사찰에서 본 문구가 떠오른다. 우리는 잠시 산을 방문해 자연에서 여유와 휴식을 느끼며 일상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떠나는 손님일 뿐이다. 산에 사는 동·식물, 함께 산을 찾는 사람과 미래세대를 위해 산행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 실천적 행동이 필요한 때다.
 
박종호 산림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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