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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규제의 역설…서울 집값 상승률 세계 1위

중앙일보 2019.11.25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2년 반 동안 서울 집값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여년 전 세계적인 집값 급등기인 2000년대 초중반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력한 대책을 썼는데도 집값은 거꾸로 움직였다.
 

서울 도심 아파트값 38% 올라
㎡당 1만4524달러 세계 14→7위

정부, 공급 늘리기보다 수요 억제
양도세 무서워 매물 안 나오고
분양가 상한제에 인근 풍선효과

한국감정원의 지난 8월 해외주택시장 통계를 재구성하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2년 새 서울이 9.2% 오르는 사이 뉴욕(7.4%), 파리(1.4%), 도쿄(1.5%) 등이 상승했고 런던(-2.6%), 베이징(-6.9%), 시드니(-10.7%) 등이 내렸다.
 
정부는 24일 낸 보도설명자료에서 지난 5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통계를 활용한 국토연구원의 자료를 근거로 2014~18년 5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18.9%)이 런던(39.6%)·베를린(63.1%), 시드니(54.8%), 상하이(52.5%) 등 세계 주요 도시보다 낮다고 했다. 서울이 조사 대상 8개국 중 5위였다.
 
세계 도심 아파트 구입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계 도심 아파트 구입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앙일보가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문재인 정부 동안인 2017~18년 2년간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이 14%로 베를린(26%)에 이어 파리와 함께 2위였다. 런던(1%)·상하이(3%) 상승세가 확 꺾였고 시드니는 하락세(-1%)로 돌아섰다.
 
다른 도시가 대부분 2017년 이후 집값 상승세가 꺾였지만 서울은 상승 폭을 더 확대했다는 뜻이다.
 
평균 집값도 마찬가지다. 국가·도시 비교 사이트인 넘베오를 보면 도시별 도심 아파트 가격 순위에서 2016년 14위이던 서울이 지난해 7위(㎡당 1만4524달러)로 올라섰다. 1위 홍콩, 2위 런던, 3위 싱가포르, 4위 베이징, 5위 상하이, 6위 선전(중국)이다. 상승률이 38%로 지난해 기준 세계 20위권에 든 도시 중 가장 높다. 올해 들어 중국 주요 도시의 집값이 약세여서 머지않아 서울이 5위권 내에 들 수 있다. 베를린이 집값 폭등 양상에도 지난해 가격이 서울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50위권 밖이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17년 이후 서울 집값이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이상 급등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부의 진단과 대책이 부실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줄곧 서울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며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을 폈다. 2014년 이후 들어선 새집이 크게 늘었고 앞으로도 예년보다 많은 물량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현 정부 전·후 서울 주택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 정부 전·후 서울 주택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입주 급증이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안정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2015년 이후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해지며 멸실 주택이 늘어나는 바람에 준공 가구에서 멸실 숫자를 뺀 순증 주택 수가 많지 않다. 다주택자 중과 등 양도세 강화와 임대주택 활성화 대책 등으로 재고 주택이 매물로 나오지 않고 잠겼다.
 
지난해 말 입주한 1만가구 정도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올해 거래된 물량이 5가구에 불과하다. 4년 전 8억원선에 분양한 전용 84㎡가 지난 7월 7억원 오른 15억원선에 거래됐는데 양도세금이 3억원에 가깝다.
 
김종필 세무사는 “세율이 높아진 데다 최근 몇 년새 집값이 많이 올라 특히 신축 아파트 세금이 상당하다”며 “개인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임대의무 기간인 4~8년간 팔지 못한다.
 
정부는 저금리 등으로 넘치는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쏠리지 못하도록 대출 문턱을 높였다.  
 
런던·상하이·시드니는 2017년 상승세 꺾여 … 서울만 고공행진
 
하지만 이미 유동성이 넘쳐 주택담보대출을 통하지 않더라도 끌어쓸 수 있는 돈이 많고 전세제도가 대출 규제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60% 정도다. 전세보증금을 활용하면 주택담보대출(40%)보다 많은 돈을 무이자로 빌리는 셈이다.
 
지난 8일 실제 시행에 들어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규제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했지만 되레 집값 상승 폭을 키웠다. 더 강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 중이어서 재건축 시장의 상한제 충격이 약하다.
 
백준 J&K도시정비 사장은 “권투로 치면 초과이익환수제가 ‘스트레이트’이고 상한제가 ‘잽’으로 상한제의 재건축 충격이 스트레이트에 이어 잽을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미 서울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규제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될 수 없다. 2007년 9월 노무현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를 도입할 때와 달리 지금은 고분양가의 집값 자극 현상이 심하지 않다.
 
규제를 최소화한다는 ‘핀셋’ 규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규제 범위만 좁힐 게 아니라 규제 종류를 복잡하게 늘리지 않는 게 규제를 줄이고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핀셋은 예방하거나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증상 부위를 제거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은 이미 퍼진 뒤다. 대상 지역을 동(洞) 단위로 좁혀 핀셋 규제의 진수를 보여준 민간택지 상한제는 지정과 동시에 추가 지정 얘기가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격이 꿈틀거릴 때마다 억누르려고 ‘핀셋’ 규제를 늘리면서 시장의 내성과 불신·반발이 커졌다”며 “현행 규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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