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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살렸지만…한·미 관계 3.1점, 광우병 파동 보다 최악

중앙일보 2019.11.24 16:38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면서 파국은 피했지만, 한ㆍ미 동맹의 적신호는 여전히 켜져 있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22일 오후 6시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 이후 외교ㆍ안보 전문가들 21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진행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번복,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현안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한ㆍ미 관계에 대해 0~10점 척도(0점 ‘최악’, 5점 ‘보통’, 10점 ‘최고’)로 점수를 물었더니 평균 점수는 3.10점이었다. 보통보다 한참 떨어진다.

외교안보 전문가 21명 긴급 설문

여중생 장갑차 사고 때 3.32점  

시민단체회원들이 2002년 11월 15일 서울 용산 미8군기지 앞에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미국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중앙포토]

시민단체회원들이 2002년 11월 15일 서울 용산 미8군기지 앞에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미국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중앙포토]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과거 한ㆍ미 관계가 고비를 맞은 시점의 점수를 함께 물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들이 압사당한 사건 및 그로 인한 반미 촛불 시위 때가 3.32점이었다. 2005년 경주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상징적으로 표출된 한ㆍ미 간 ‘북핵 균열’ 때는 4.94점이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 등 광우병 파동 때는 4.22점,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등으로 인해 미국에서 한국이 중국에 기운다는 우려가 일 때는 한ㆍ미 관계 평균 점수가 4.39점을 받았다. 
한ㆍ미 관계는 아무리 안 좋아도 좀처럼 4점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는데, 지금이 사실상 최저점인 셈이다. 반미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었던 2002년 여중생 압사 사건 때보다도 점수가 낮다.
역대 이슈별 체감 한·미 관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역대 이슈별 체감 한·미 관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개선되더라도 4.79점 '보통 이하'

그렇다면 현정부 내에서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보는지 다시 10점 척도로 물었다. 0점을 ‘갈등의 구조적 고착’, 10점을 ‘관계의 질적 개선’으로 가정했다. 결과는 4.79점.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그래도 보통 수준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회복되더라도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경주 한ㆍ미 정상회담의 북핵 균열(4.94점)보다도 점수가 낮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의견 대립에도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결정 등 동맹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지금은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연계 전략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미국이 큰 그림 속에서 한ㆍ미 동맹의 유용성을 숙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지소미아 파기 시도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자승자박 행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고, 일본도 한국에 수출 규제라는 보복 조치를 했기 때문에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시도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상쇄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브리핑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브리핑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지소미아 결정을 번복한 원인을 묻자(복수응답) 21명 중 20명은 “미국의 압박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ㆍ일 관계 및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 훼손에 대한 우려 때문’을 택한 전문가가 10명이었다. ‘일본이 변할 조짐이 있어서’는 2명에 불과했다. 결국 등떠밀려 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한 것으로 향후 한·미 현안에서 정부가 협상력을 얻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협상력을 얻을 수 있다’ 6명, ‘얻을 수 없다’ 12명이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식의 위협은 우리에게 아무런 협상력을 주지 않을 뿐더러 결과적으로 미국이 일본 편에 기울고, 한국에 대해서는 단순히 중국 쪽으로 다가가지 않도록 묶어놓는 데 그치는 소극적 정책으로 돌아서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번복했다 하더라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려는 미국의 구상을 부정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 등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비판적 목소리, 친한적 목소리를 약화시켜 우리의 협상 입지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단 향후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막판 번복 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미국우선주의에 대한 미국의 강한 집착”이라는 분석(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있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주한미군 주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방위비 분담금 등에 일관되게 부정적이었고 향후 더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고 했다.
유지혜ㆍ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설문에 응한 전문가(가나다순)>

▶권태환 국방외교협회 회장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 ▶박영준 국방대 교수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위원 ▶신각수 전 주일 대사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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