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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비극 막는다…檢, 영장심사 자진출석시 수갑 안채운다

중앙일보 2019.11.24 15:1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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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수갑을 찬 채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가 사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이 이 전 사령관에 대해 망신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검찰이 앞으로는 영장심사에 스스로 출석하는 피의자에게는 수갑이나 포승(밧줄)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 인권침해·형평성 지적 수용

2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체포·호송 등 ‘장비 사용에 관한 지침’(대검 예규)이 25일 개정된다. 영장심사 대상인 피의자가 법원에 자진 출석할 경우 수갑 등의 장비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전 사령관의 경우처럼 과도한 신체 구속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이 영장심사 전후 수갑 착용이 피의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이를 수용해 내부적으로 지침을 고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수갑 사용과 같은 행위를 행정명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은 법률로서만 제한된다는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배된다”고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다. 
 
다만 검찰은 영장심사에 자진 출석하지 않은 피의자나 영장심사 과정에서 도주 우려가 제기된 피의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수갑 등의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포토라인 앞에 선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손목에 찬 수갑을 가리기 위해 검찰 로고가 박힌 검은 천을 씌웠다. [연합뉴스]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포토라인 앞에 선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손목에 찬 수갑을 가리기 위해 검찰 로고가 박힌 검은 천을 씌웠다. [연합뉴스]

영장심사 전후 피의자가 수갑을 차는 기준이 모호해 검찰이 자의적으로 결정해왔다는 비판도 계속돼왔다. 검찰 관계자는 “수갑 착용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왔다”며 “앞으로는 전국 검찰청이 원칙적으로 자진 출석해 도주 우려가 적은 피의자에게는 수갑 등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모호한 기준에 들쭉날쭉 수갑 착용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는 영장심사 전후 수갑을 차지 않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수갑을 차지 않고 법원에 나왔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영장심사에 손을 자유로이 한 상태로 출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이 전 사령관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공작을 지휘한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영장심사가 끝난 후 수갑을 착용한 채 취재진 앞에 섰다.
 
연예인의 경우 영장심사가 끝나고 수갑을 찬 채로 빠져나오는 일이 많았다. 대부분 경찰이 담당한 사건이다. 이른바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와 정준영은 영장심사가 끝나고 이감되는 과정에서 수갑을 착용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박유천은 영장심사 이후 포승줄에 묶인 채 유치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검찰이 지침을 개정한 만큼 경찰도 영장심사에서 피의자 수갑 착용 방침을 고칠 가능성이 크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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