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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티타임 원하세요? 그럼 시나몬롤을 준비하세요

중앙일보 2019.11.24 15:00

[더,오래] 우효영의 슬기로운 제빵생활(6)

시나몬과 흑설탕을 돌돌 말아 감싼 시나몬롤. [사진 밀로베이킹 스튜디오]

시나몬과 흑설탕을 돌돌 말아 감싼 시나몬롤. [사진 밀로베이킹 스튜디오]

 
혹독하고 고독한 추위에도 늘 세계 행복 지수 상위권에 드는 나라 스웨덴. 사실 북유럽 국가들의 행복도를 이야기하면서 휘게(hygge. 덴마크어 ‘편안하고 아늑한 상태’) 혹은  피카(Fika. 스웨덴어 ‘휴식시간’)라는 단어들은 익숙하게 들어온지도 오래되었고 그 이름을 내건 카페나 레스토랑도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친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특히 피카는 스웨덴어로 간단하게는 휴식시간을 뜻하지만 단지 멍하게 그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꼭 빼놓을 수 없는 세 가지를 하며 휴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바로 따뜻한 커피, 좋은 사람과의 대화, 그리고 시나몬롤 입니다. 
 
예전에 베이킹 클래스를 수강하러 오신 수강생 중에 스웨덴의 대학에서 유학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영어로 수업을 들으면서 스웨덴어도 조금 배우고 왔는데, 가장 처음 배웠던 문장이 바로 “Kan jag få kanelbulle och kaffe”로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커피와 시나몬롤 주시겠어요?”였다고 합니다. ‘이것만 알면 스웨덴에서 굶어 죽진 않는다(?)’라는 농담을 하며 스웨덴어 선생님이 알려주셨었다고 하는데요. 바쁜 일상 중에서도 꼭 빼놓지 않고 피카 타임을 즐기는 스웨덴 사람들은 따뜻한 커피와 시나몬롤을 매개로 서로의 일상적인 이야기와 소소한 일을 나누면서 유대감을 갖는다고 합니다.
 
19세기에 커피를 뜻하는 스웨덴어 ‘kaffi’를 뒤집어 읽어 ‘ffi-ka’라고 했던 것이 요즘의 ‘fika’로 정착되었습니다. 스웨덴 말뫼(Malmö) 지역에서 피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Linda Dahl의 이야기에 따르면, 피카의 단어가 생겨난 19세기만 해도 커피 마시는 것을 금지한 곳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여서 비밀리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비속어처럼 거꾸로 불렀던 것이 지금의 단어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휴식시간을 갖는 것을 일에 방해되거나 불필요한 시간이라며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휴식시간에 대한 지속적인 직원들의 요청과 이를 반대하는 회사 간의 여러 가지 갈등 과정을 토대로 점점 회사에서도 피카타임을 통해 직원들 간에 긴장을 풀고 유대감을 가지며 화합해가는 모습이 일의 생산성을 더 좋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에서도 잠깐의 휴식으로 인해 더욱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창의적인 결과들을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효과들을 체감하게 된 것이었죠. 이렇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무적이면서도 자발적인 휴식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이 지금의 피카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피카의 문화는 스웨덴 사람들의 생활하는 방식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시금석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휴식의 개념을 넘어 친구나 동료와 함께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빵을 먹으며 작은 여유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소소한 행복은 스웨덴 나라 전체를 행복한 나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입니다.
 
피카타임에 시나몬롤이 빠질 수 없는 이유는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빵이기 때문입니다. 시나몬롤은 스웨덴어로 ‘kanelbulle(카넬블레)’라고 부르는데 1999년 이래로 10월 4일을 'kanelbullens dag(Cinnamon roll day)’ 시나몬롤의 날로 지정할 정도로 스웨덴 사람들의 시나몬롤 사랑은 대단합니다.
 
시나몬은 무려 2000여 년 전 스리랑카에서 발견된 향신료로 로마에서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17세기 중반의 북유럽 베이커들에까지 전파되었고, 기존에 설탕과 건포도 등의 건과일을 넣어 만든 유럽의 ‘bun(번)’ 형태의 반죽에서 시나몬을 넣은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면서 스웨덴의 카넬블레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나몬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로는 ‘카모메 식당’이 있습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일본인 주인공 ‘사치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는 손님 하나 없던 조용한 가게에서 늘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헬싱키 할머니들의 발을 처음으로 이끈 것이 바로 ‘시나몬 롤’의 달콤하고 향긋한 향이었습니다.
 
핀란드에서 가게를 하며 언어를 몰라 손님과 소통이 어려운 사치에와 일본 음식에 낯설어하는 헬싱키 할머니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시나몬롤은 언어와 문화를 넘어 인간과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이어주고 서로의 편견과 장벽을 허물어주는 어떠한 힘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카모메식당' 속에서 시나몬롤을 반죽하고 굽는 장면은 정말 군침이 돈다.

영화 '카모메식당' 속에서 시나몬롤을 반죽하고 굽는 장면은 정말 군침이 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 부엌에도 그윽하고 달콤한 시나몬 롤 향을 풍기러 함께 만들어 보아요.

 
시나몬롤 만들기
시나몬롤 만들기 레시피
강력분 250g
소금 3g
설탕 25g
무염 버터(실온부드러운) 30g
이스트5g
물 70g
우유 50g
계란1/2개,  

 
*필링용 – 유기농설탕 80g, 시나몬가루 3g 녹인버터 20g
*아이싱 – 슈가파우더 100g 우유 6g
*계란물칠 - 계란 노른자 1개 18g 우유 18g
 
▶ 시나몬롤 만들기 순서
 
1. 작은 볼에 물+우유를 넣고 이스트를 녹여준다.
2. 큰 볼에 강력분+소금+설탕을 섞어주고 1번을 2번에 넣어준다.
3. 계란을 넣어주고 버터를 섞어 반죽을 10분 정도 치대준다.
4. 반죽 담긴 볼에 랩을 씌워 따뜻한 곳에서 1시간 30분 발효한다.
5. 필링으로 쓸 버터를 녹여주고 유기농 설탕과 시나몬 가루를 섞어둔다.
6. 반죽을 직사각형으로 밀어준 후 녹인 버터를 바르고 필링을 뿌린 뒤 긴 원형으로 말아준다.
7. 반죽을 5cm 단위로 자른 다음 팬에 놓고 랩을 덮어 40분간 2차 발효를 해준다.
8. 굽기 전 계란물을 살짝 발라준 후 180도 20분간 구워준다.
9. 아이싱은 슈가파우더에 우유를 섞어 농도를 맞춰준다. 아이싱은 식힌 다음 뿌려준다.
 
 
*필링하기
1. 반죽을 밀대로 골고루 펴서 직사각형을 만든다.
2. 녹인 버터를 반죽에 전체적으로 발라준다.
3. 유기농 설탕+시나몬 가루를 함께 섞어준 다음 반죽 위에 골고루 펴 발라준다.
 

 
 
 
 
 
 
 
 
 
 

 
*성형하기
1. 반죽이 손에 묻지 않도록 밀가루를 살짝 묻혀 돌돌 말아준다.
2. 반죽의 이음매를 손으로 꼬집하여 마무리한다.
3. 반죽을 5cm 단위로 표시하고 칼로 잘라준다.
4. 머핀 종이에 반죽을 담아 2차 발효에 들어간다.
 
 
 
 
 
 
 
 
 
 
 
 
 
 
 
 
 
코로부터 느껴지는 시나몬롤의 깊고 진한 향이 전달 되시나요? 카모메 식당 영화의 다소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전개와 잔잔한 결말은 어떠한 명확한 메시지와 답을 찾고 싶어 하는 관람객에게 처음엔 실망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남아 소소한 장면, 장면들이 다시 떠올려지는 이유는 우리의 삶도 영화의 전개처럼 잔잔함과 평범함 속에 작은 행복들이 숨어 있다는 핵심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웨덴 사람들이 추구하는 ‘피카’의 가치도 같은 맥락에 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숨 바쁘게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거나 쉼표 없이 경쟁하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피카타임 동안 시나몬롤과 따뜻한 커피를 함께 마시며 잠시간의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그 여유 동안 잊고 있었던 친구나 이웃,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서로 더욱 친밀한 유대감을 쌓아나가는 지극히 평범한 시간이 사실은 우리를 일어서서 더욱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자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 만약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마지막으로 뭘 할 거예요?
B: 흠…. 아마도 전 엄청 맛있는 걸 먹을 거예요.
A: 그쵸? 저도 세상이 끝나는 날 꼭 맛있는 걸 먹을 거예요. 좋은 재료를 써서 잔뜩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술도 한잔하면서 느긋하게 즐기는 거죠.
- 카모메 식당 중에서
 
주말 오후 잠깐 시간을 내어 시나몬롤을 반죽하고 굽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정성껏 만든 시나몬롤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한 경험이 베이킹에 대한 관심과 좋은 취미로 계속해서 남아보길 기대합니다.
 
파티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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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영 우효영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파티쉐 필진

[우효영의 슬기로운 제빵생활] 5년 간의 백화점 MD 생활을 뒤로하고 르꼬르동 블루 영국으로 유학을 결심했다. 제과·제빵사를 꿈꾸는 세계 유수의 청춘들을 만나며 '베이킹'으로 새로운 삶의 꿈과 자존을 찾게 되었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드는 빵과 디저트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으며, 베이킹 클래스와 함께 유튜브, 책 등 다양한 컨텐츠로 사람들의 삶과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의 씁쓸한 아메리카노 같은 삶에 달콤함을 더해줄 빵과 디저트의 이야기를 레시피와 함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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