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홍콩 구의원 선거, 친중이냐 반중이냐···민심 여기서 나온다

중앙일보 2019.11.24 13:07
홍콩이 ‘친중(親中)과 반중(反中)’ 사이의 리트머스 시험대에 올랐다. 24일 치러지는 홍콩 구(區)의원 선거가 지난 6월부터 무려 5개월이나 계속된 홍콩 시위에 대한 평가 성격을 띠어 그 결과에 따라 홍콩의 정치 풍향이 크게 바뀔 운명이기 때문이다.
홍콩인이 24일 이른 아침부터 18개 선거구에서 452명의 민선 구의원을 선출하는 투표를 위해 투표장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인이 24일 이른 아침부터 18개 선거구에서 452명의 민선 구의원을 선출하는 투표를 위해 투표장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은 이날 18개 선거구에서 당연직 구의원 27명을 제외한 452명의 민선 구의원을 뽑는다. 610개의 일반 투표소와 전용 투표소 23곳 등엔 홍콩 경찰 4000여 명이 투입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철통 경계에 나섰다.

18개 선거구서 452명 민선 구의원 선출
민주 진영은 절반 넘는 240석 획득 낙관
친중파는 ‘침묵하던 다수’ 지지 기대해
선거 결과에 따라 홍콩 시위 동력 결정돼

구의원은 민생 서비스가 주요 업무로 선거에서 정치적인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 구의원 선거는 홍콩 사회를 거의 마비시킬 정도로 격렬한 시위가 거의 반년 가까이나 지속한 이후 치러지는 것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홍콩의 진짜 민의가 친중과 반중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선거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측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 중 구의원에 할당된 117명의 자리를 모두 싹쓸이할 수 있기도 해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15년 구의원 선거 때는 친중파가 범민주 진영을 누르고 승리해 2016년 12월 열린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출 때 구의원 측에 주어진 117명의 선거인단 자리를 독식할 수 있었다.
홍콩 시위를 이끄는 리더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오른쪽)이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를 위해 줄을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위를 이끄는 리더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오른쪽)이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를 위해 줄을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따라 이번 구의원 선거에 쏠리는 투표 열기도 과거보다 높다. 우선 유권자의 경우 지난 2015년 선거에선 369만 명이 등록했는데 이번엔 44만 명이 더 많은 413만 명이 등록했다.
민주 진영에서 501명, 친중파 측에서 455명 등 모두 1090명의 후보자가 경쟁에 나섰다. 현재 홍콩 구의원은 친중 인사가 327명, 범민주파가 118명으로 친중 진영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태다.
관건은 이번 선거에서 과연 이 같은 친중 우세 구도가 깨지느냐 여부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범민주 진영은 홍콩 정부가 중국 당국의 사주를 받아 시위대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에 화가 난 홍콩인들이 민주파 후보에 대거 표를 몰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민주 진영에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홍콩 시위대의 폭력에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출하지 않던 ‘침묵하던 다수’의 홍콩인이 친중파 후보를 선택할 것이란 이야기다.
특히 친중파 후보는 홍콩 기층(基層)사회에 발을 딛고 민생 해결에 주력해온 반면 민주파 인사는 정치적 담론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고 이름이 뜨지 않은 신인(新人)도 많아 친중 진영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홍콩 중문대 정치행정학과 마웨(馬嶽) 부교수는 “민주파 측에선 자신들이 절반을 넘는 240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매우 낙관’하고 있지만, 친중 진영의 탄탄한 보루를 깨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리 람(가운데) 홍콩특구 행정장관이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한 후 투표장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케리 람(가운데) 홍콩특구 행정장관이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한 후 투표장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웨 부교수는 “비록 240석에 육박하지는 못해도 200여 석 정도만 차지해도 범민주 진영으로서는 선전한 결과로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만일 이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홍콩 시위는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선전할 경우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항의 시위와 나아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 열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경우 홍콩에선 민주화 시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친중과 반중을 가르는 홍콩 민심의 향배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구의원 선거는 24일 오전 7시 30분(한국 시각 오전 8시 30분) 시작돼 밤 10시 30분까지 실시되며 결과는 25일 오전부터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