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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 붐에 올라탄 사나이

중앙일보 2019.11.24 07:20
개인이 중국에서 사업을 일으켜 돈 번 사례가 있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필자는 이렇게 답한다.
 

中 선전 진출한 한돤커지, 유력 AI 업체와 협력
초중고 AI 로봇 교육 시장 진출, 월 5억 원 매출
중국, 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로봇 대회 주관
"AI 패권을 향한 중국의 질주, 남의 일 아이다"

"버티는 자, 곧 성공이다."
 
중국 비즈니스 환경은 더욱더 참혹해지고 있다. 중국 사업을 접고 보따리를 싸 들어오는 기업인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도 아직 버티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분명 남모를 경쟁력이 있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오늘 그런 사람 한 명 만나보자.
 
중국에 아이플라이텍(iFLYTEK)이라는 AI 회사가 있다. 음성인식 전문이다. 트럼프가 최근 거래 중단 명령을 내린 8개 'AI 블랙리스트' 중 하나. 선전 증시 상장업체이기도 하다. 그만큼 기술력이 높다.
 
아이플라이텍을 언급하는 건 선전(深圳)에 있는 한 한국 투자기업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로봇 완구 제작 전문 업체인 한돤커지(韩端科技, MY ROBOT TIME)가 주인공이다.  
한돤커지가 말레이시아에서 개최한 국제 로봇대회 모습

한돤커지가 말레이시아에서 개최한 국제 로봇대회 모습

교육용 로봇 교구를 만드는 회사다. 단순한 레고 블록이 아니다. 어린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코딩) 로봇을 구동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자연스럽게 컴퓨터 코딩 원리를 배운다. 이게 발전하면 축구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고,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로봇도 제작할 수 있다. 컴퓨터 코딩, 로봇 원리 등을 교육하기 위한 도구(敎具) 제작 업체라고 보면 된다. 2008년 설립했고, 현재 1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와 아이플라이텍이 무슨 관계냐고?
 
있다. AI가 매개다.  
 
아이플라이텍이 지금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가 AI 교육이다.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어린이 AI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지원 사업이다.  
 
시장은 충분하다. 중국 주요 도시의 초중고 학교에는 지금 'AI랩'이 설립되어 있다. AI 꿈나무 기르기 사업이다. 그곳에 음성인식 로봇을 공급하는 게 아이플라이텍 교육 사업의 핵심이다. 학생이 음성 명령을 코딩하면, 그 음성 정보가 아이플라이텍의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음성인식 AI가 이를 기계 언어로 변환시켜 로봇으로 송신,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이다. 학생은 코딩을 통해 초보적인 AI 알고리듬을 공부한다. AI 교육은 그렇게 이뤄진다.  
 
문제는 하드웨어다. 아이플라이텍은 하드웨어가 없다. 누가 잘 만드나? 파트너 선정을 위해 시장조사를 했다. 그래서 찾은 회사가 바로 선전의 한국 투자기업 한돤커지였다.
 
한돤과기를 방문했다. 회사 입구에 들어서니 커다란 로봇이 필자를 반긴다. 연구개발실에는 샘플 로봇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돤커지 설립자이자 CEO인 노희진 대표를 만났다.
한돤커지 설립자이자 CEO 노희진 대표

한돤커지 설립자이자 CEO 노희진 대표

- 어떻게 아이플라이텍과 협력하게 됐나?
 
"중국 파트너가 길을 텄고, 우리의 기술력이 통했다. 아이플라이텍은 컴퓨터 코딩 교육의 원리를 AI 쪽으로 연결할 회사가 필요했고, 그 요구를 우리가 맞출 수 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더 필요로 한다."
 
- 길을 텄다는 중국 파트너는 누구인가?
 
"2016년 중국사업의 총책임자로 영입한 중국인 친구다. 지분도 크게 나누어줬다. 행정기관 대상 대관 업무를 비롯해 중국인 대상 마케팅은 대부분 그의 몫이다. '중국의 유태인'이라는 객가(客家)출신이다. 직원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인식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중국 사업은 좋은 사업 파트너 만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아이플라이텍에 공급될 한돤커지의 AI 로봇

아이플라이텍에 공급될 한돤커지의 AI 로봇

- 아이플라이텍과의 사업은 어느 정도 기대하냐?

 
"시작 단계지만, 월 300만 위안(약 5억원)정도 매출이 나고 있다. 연간으로 치자면, 지난해 전체 매출을 능가할 만한 수준이다. 더 확대될 것이다. 우리 회사로서는 엄청난 기회다. AI가 준 선물이라고 본다."
 
- 단순히 제품만 공급하는가?
 
"아이플라이텍이 지분 7%를 투자했다. '피를 섞었다'라고나할까...확고한 파트너십이다. 아이플라이텍은 지분을 더 투자하겠다고 은근히 '압박'을 가해온다. 생각 중이다. 그러나 너무 많이 들어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 중국 AI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중국 주요 도시의 학교에는 반드시 'AI 랩실'이 있다. 그곳에서 음성인식, 안면인식 등 초보적인 AI 교육을 진행한다. 이 교육을 통해 중국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AI와 친하게 된다. '중국이 AI 패권을 노리고 있구나'라는 걸 실감한다."
중국 초등학교 AI 교재. 중국은 주요 도시의 초중고 학교에 반드시 'AI랩'실을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 초등학교 AI 교재. 중국은 주요 도시의 초중고 학교에 반드시 'AI랩'실을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 로봇 교육은 어떤가?
 
"로봇 교육은 한국이 먼저 시작한 분야다. 우리는 일찌감치 로봇을 활용한 컴퓨터 코딩 교육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이 훨씬 활발하다. 사설 로봇 학원만 2만5000개 정도 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 회사 로봇은 '마이로봇타임(My Robot Time)'브랜드로 주로 사설 학원에 공급됐다. 아이플라이텍과의 협력은 공공 시장에 본격 진입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 어떤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가?
 
"로봇대회도 연다. '전국청소년창조대회'라는 타이틀이다. 중국 정부가 허가한 12개 로봇 대회중 하나다. 대회에 입상하면 입학 특혜가 주어지는 등 관심이 높다. 우리 로봇을 갖고 대회를 한다. 미션을 주고 시간 내 정밀하게 완수하는 것을 평가한다. 현재 진행 중인 올해 대회에는 선전 예선전에만 120개  학교 팀이 참가했다. 국제 대회도 매우 활발하다. 국제 대회도 연다. 최근 말레이시아 괄라룸푸르에서 열린 로봇 대회는 5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내년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중앙정부와 공동으로 국제 대회를 열 계획이다."
 
- 한국에서도 사업이 있는가?
 
"KT와 AI 교육 로봇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잘 되고 있다. 대전시와 공동 주관으로 연 국제 로봇대회에는 30개 나라에서 2000 명이 참가했다. 공식 사이트(www.iyrc.org)에 가면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한돤커지가 주관한 대전 국제 로봇 대회

한돤커지가 주관한 대전 국제 로봇 대회

"이래저래 직원이 많이 필요하겠다.
 
"본사는 R&D와 마케팅, 기획 등의 업무만 한다. 90명 정도 있다. 한국 법인에도 10명 일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엔지니어들이다. 말레이시아에 법인을 세웠고 현재 15명 정도 있다. 폭풍 성장 중인 동남아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 중국 사업 20여년이 지났는데, 어떤 생각이 드는가?
 
"중국은 빠르다. 역동적이다. 중국에서는 잠시 쉬면 도태된다.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해야 살아남는다. 우리가 AI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세등등 뛰어오르는 중국 AI에 올라타자는 몸부림이다."
한돤커지의 로봇 전시실

한돤커지의 로봇 전시실

노희진 대표가 중국에 간 건 1996년이다. 홍콩 중소기업 주재원으로 일했다. 2006년 이웃 선전에서 창업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는 "이 정도 버티고, 클 수 있었던 건 적응력 덕택"이라고 말한다. 급성장하는 로봇 교구 시장의 흐름을 탔고, 이젠 AI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AI와 어떻게 협력해갈지에 대한 답도 제시하고 있다.
 
'노희진은 성공했는가?' 이 물음에 쉽게 답할 수는 없다. 그의 비즈니스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가 써내려가고 있는 성공 일기의 여백은 아직 넓다.
 
차이나랩=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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