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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따뜻한 겨울이라지만 기습 한파 걱정 떨칠 수 없는 이유는

중앙일보 2019.11.23 11:31
그린란드 누크 부근 피요르드. 온난화로 빙하와 바다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 [중앙포토]

그린란드 누크 부근 피요르드. 온난화로 빙하와 바다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 [중앙포토]

어느새 겨울이 문 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이번 주말부터 당분간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12월에 접어들면 기온도 뚝뚝 떨어질 전망입니다.
 
기상청도 22일 ‘2019~2020 겨울철 기상전망’을 발표했습니다. 기상청의 겨울 전망은 “이번 겨울은 평년보다 조금 덜 춥겠으나, 갑작스럽게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추위가 잦겠다”는 것입니다.
바로 '온난화'와 '기습한파' 두 단어로 요약됩니다.
 

온난화에도 겨울은 추워진다?…온난화의 역설 

한파특보가 이어진 지난 2018년 1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한강이 얼어붙어 있다. [뉴시스]

한파특보가 이어진 지난 2018년 1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한강이 얼어붙어 있다. [뉴시스]

이 온난화와 기습한파는 서로 연결이 돼 있습니다. 기습한파가 바로 온난화 탓이라는 것입니다.
 
온난화 속에서도 겨울이 추워지는 것, 그게 바로 ‘온난화의 역설(paradox)’입니다.
 
우선, 온난화, 즉 ‘지구 온난화’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인류가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산업 활동을 하면서 배출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등)가 지구 대기를 채운 탓입니다.
온실가스는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가 우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막아 지구 기온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기습한파는 이 온난화가 극지방에서 나타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구 기온 상승은 고위도 지방, 특히 극지방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북극지방의 기온 상승은 바다 얼음이 녹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바다 얼음은 태양 빛을 우주로 반사합니다. 그런데, 얼음이 녹아 바다 표면이 드러나면 태양 빛을 흡수합니다.
녹아내린 북극 얼음. 올해는 10월 기준으로 북극얼음 면적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늘색이 올해 얼음 분포를 나타내는 선이고, 점선이 역대 최저인 2012년의 분포를 나타내는 선이다. [자료 미 빙설데이터센터]

녹아내린 북극 얼음. 올해는 10월 기준으로 북극얼음 면적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늘색이 올해 얼음 분포를 나타내는 선이고, 점선이 역대 최저인 2012년의 분포를 나타내는 선이다. [자료 미 빙설데이터센터]

바다가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면 북극의 해수 수온이 상승하고, 기온도 상승하게 됩니다.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 북극의 기압은 높아지고, 중위도 지방과의 기압 차이가 줄게 됩니다.
 

녹아내리는 북극 얼음이 문제

녹아내리는 북극해의 얼음. [중앙포토]

녹아내리는 북극해의 얼음. [중앙포토]

북극 지역의 온난화는 바다 얼음을 녹여 표면의 빛 반사율을 낮춘다. 햇빛이 토양과 바다에 직접 도달하며 온난화가 가속된다. 또 극지방은 지표면의 대기와 상층부 대기의 교환이 적어 냉각률이 떨어져 한번 상승한 온도가 잘 식지 않게 된다.

북극 지역의 온난화는 바다 얼음을 녹여 표면의 빛 반사율을 낮춘다. 햇빛이 토양과 바다에 직접 도달하며 온난화가 가속된다. 또 극지방은 지표면의 대기와 상층부 대기의 교환이 적어 냉각률이 떨어져 한번 상승한 온도가 잘 식지 않게 된다.

22일 기상청이 발표한 겨울 날씨 전망에서 "북극해 얼음 면적은 9월에 연중 최소면적을 기록한 뒤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적은 상태"라며 "얼음이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 상층에 고기압성 흐름이 발생하고, 이 흐름을 따라 때때로 북쪽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남하해 일시적 추위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김백민 교수는 "전반적으로 겨울이 춥지 않을 것이고, 겨울 후반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겠지만, 12월 초에는 북극 한기가 내려와 한파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같은 겨울철 예보의 배경에는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주기적으로 변동한다는 뜻입니다.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라는 것은 북극지방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어들었음을, 북극진동 지수가 양수(+)인 경우는 기압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극진동 지수는 시소처럼 수십일, 혹은 수십 년 주기로 음수와 양수를 오르내립니다.
북극진동 지수의 변화. 이달 초부터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를 나타내고 있다. [자료 미 해양대기국]

북극진동 지수의 변화. 이달 초부터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를 나타내고 있다. [자료 미 해양대기국]

북극진동 지수를 따지게 되는 것은 극지방을 따라 도는 제트기류의 강약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트기류는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시속 100㎞ 정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흐르는 기류를 말합니다.
 
폭은 1~5㎞ 정도로 북반구에서는 북위 30도 부근을 도는 '아열대 제트기류'와 북위 60도 부근에서 도는 '한대 제트기류'가 나타납니다.
 
북극 상공의 강한 제트기류, 즉 북극 주변을 소용돌이처럼 감싸고 도는 한대 제트기류를 극와류(極渦流·polar vortex)라고도 합니다.
북극진동 지수가 양수이고, 극와류가 강할 때는 북극 한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아주는, 추위를 막아주는 담벼락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제트기류가 뱀처럼 구불구불해지면

북극진동과 겨울 추위. 제트기류가 뱀처럼 사행을 하면 북극 찬공기가 남하해 북반구 중위도 지방에 한파가 닥친다.

북극진동과 겨울 추위. 제트기류가 뱀처럼 사행을 하면 북극 찬공기가 남하해 북반구 중위도 지방에 한파가 닥친다.

그런데 북극 지방의 온난화, 즉 기온상승으로 북극과 중위도 지방 사이의 기압 차이가 줄면 이 극와류가 약해지고 흐름도 느려지게 됩니다.
속도가 느려지면 흐름도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구불구불하게 됩니다. 보통 사행(蛇行)을 한다고 표현합니다.
 
극와류, 즉 제트기류가 사행을 하다 보면 흐름이 남쪽으로 쑥 내려올 수가 있습니다.
그게 동북아시아로 내려올 수도 있고, 북미 또는 유럽으로 축 처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찬 공기가 쏟아져 내리고 한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담벼락이 일시적으로 무너지는 것입니다.
 
북극진동으로 인해 제트기류가 사행하고 북극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은 근본적으로 지구온난화 탓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지방의 기온이 평소보다 상승한다는 것은 북극지방에 ‘열(熱)’이 넘쳐난다는 의미입니다.
 
북극지방의 기준으로는 기온이 급상승해 열이지만 남쪽 중위도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찬 공기입니다.
이것이 중위도 지방으로 흘러내렸을 때는 한파가 되는 셈입니다.
 
실제로 연도별 서울의 1월 최저기온 평균값은 북극진동 지수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서 제공하는 1960년 이후 연도별 1월의 북극진동 지수 평균값과 기상청의 1월 서울의 최저기온 평균값을 비교한 결과, 1월의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일 때는 1월 최저기온이 낮아지고, 지수가 양수(+)일 때는 최저기온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10년 단위로 끊어서 볼 때 북극진동 지수와 1월 최저기온과의 상관관계가 높은 시기도 있고, 낮은 시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관관계가 높다”며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일 때 북극 한기가 내려오면서 한반도의 겨울이 추워진다”고 말합니다.
다만, 북극 기온 자체가 상승한 탓에 찬 공기가 쏟아져 내려와도 과거만큼 차갑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마음 놓을 수 없는 겨울 추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0년 단위로 보면 1960~69년에는 1월 최저기온 평균이 영하 8.1도였습니다.
또 70~79년에는 영하 5.9도, 80~89년에는 영하 7.4도, 90~99년 영하 5.4도, 2000~2009년 영하 5도, 2010~2018년 영하 6.8도였습니다.
 
이를 보면 전반적으로 기온이 올라가는 추세를 보였지만, 80년대와 2010년대에는 추세와 반대로 최저기온이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최근 들어 겨울이 다시 추워진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한파 일수에서도 이런 경향은 나타납니다.
1973~1982년 연평균 한파일수는 춘천 23.1일, 서울 8.4일, 수원 18.3일, 대전 8.1일 등이었습니다.
 
기상청이 집계하는 한파일수는 10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기간 중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인 날을 말합니다.
 
1993~2002년에는 춘천이 15.4일, 서울 2.1일, 수원 3.5일, 대전 2.9일로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2009~2018년)에는 춘천 22.3일, 서울 5.4일, 수원 6.6일, 대전 3.8일 등으로 다시 늘어났습니다.
온난화가 지나쳐 겨울 추위를 불러온 셈입니다.
 
온난화가 더 심한 겨울 추위를 가져오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온난화로 북극 바다의 얼음이 줄어들면, 수증기 발생이 많아지고 이 때문에 시베리아에 눈이 많이 쌓입니다.
시베리아에 눈이 많이 쌓인다는 것은 태양에너지 반사가 늘어난다는 의미이고,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강하게 발달, 한반도에 차가운 북서풍이 몰아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성층권 온도 상승에 주목하라 

지난해 초 발생한 성층권 돌발 승온. 가로축은 시간 경과, 세로축은 기압(고도)을 나타낸다. 노란색과 붉은색을 띤 곳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2월 중순부터 고도 약 15km(기압 200 hPa 지점)보다 높은 성층권의 기온이 평년보다 급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자료: 아일랜드 기상청]

지난해 초 발생한 성층권 돌발 승온. 가로축은 시간 경과, 세로축은 기압(고도)을 나타낸다. 노란색과 붉은색을 띤 곳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2월 중순부터 고도 약 15km(기압 200 hPa 지점)보다 높은 성층권의 기온이 평년보다 급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자료: 아일랜드 기상청]

북극진동과 관련해 성층권 돌발 승온(Sudden Stratosphere Warming, SSW)이란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층권은 날씨를 결정하는 대류권보다 더 위쪽인 지상에서 10~50㎞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성층권의 온도가 며칠 사이에 갑작스럽게 50도 가까이 상승할 때가 있습니다.
 
성층권의 제트기류, 즉 북극 지방을 에워싸고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도는 공기 흐름이 느려지게 됩니다.
흐름이 느려진 성층권 공기는 낮은 대류권으로 처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성층권의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기상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커피잔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잔에 든 커피를 찻숟가락으로 세게 저으면 소용돌이가 생기는데, 가장자리 부분은 커피가 돌면서 높아지고, 반대로 중심 부근은 높이가 낮아집니다.
잠시 후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가장자리 높이가 낮아지고 중심으로 몰리게 됩니다.
 
성층권 소용돌이 제트기류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성층권의 공기가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는 것입니다.
 
성층권의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공기가 내려앉으면 그 아래 대류권에서도 공기의 흐름이 느려지고 공기 정체 현상이 생깁니다.
이런 경우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 중위도 지방으로 쏟아져 내려오게 됩니다.
더욱이 정체 고기압이라도 생겨서 버틴다면 공기의 흐름을 틀어막을 경우 아예 공기 흐름이 정반대로 동에서 서로 바뀌기도 합니다.
 

열 받은 지구의 역습일까 

강원 전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9일 오전 평창과 강릉을 연결하는 대관령 옛길에 밤사이 얼어붙은 고드름이 달려 있다. [연합뉴스]

강원 전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9일 오전 평창과 강릉을 연결하는 대관령 옛길에 밤사이 얼어붙은 고드름이 달려 있다. [연합뉴스]

지구를 자기 조절 능력을 갖춘 초(超)유기체, 즉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에 입각해 북극진동과 혹한을 설명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북극진동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북극이라는 한정된 지역에 과도하게 쌓인 열을 식히려는 지구의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가 편리함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사이 약간씩 출렁이며 균형 잡던 지구는 점점 거세게 요동치게 됩니다.
요동치는 지구는 부메랑이 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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