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이혼전문변호사 홍자영 역을 맡은 배우 염혜란. [사진 KBS]](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4/43475a8c-1ce9-4c3e-8a4a-5a505add05b6.jpg)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이혼전문변호사 홍자영 역을 맡은 배우 염혜란. [사진 KBS]
“난 너랑 있으면 편해. 넌 사람이 행간이 없잖아.”
[민경원의 심스틸러]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변호사 홍자영
옹산 최고 엘리트로 반전 매력 선보여
“아줌마 연기도 색깔 달라” 차별 꾀해
연극서 봉준호·노희경 눈에 띈 베테랑
시청률 23.8%를 기록한 이날 방송에서 홍자영의 ‘누나미’도 폭발했다. 입시학원에서 만난 노규태를 기억하고 맞선에 나온 그는 “네 차 탈 거야? 내 차 타”라며 첫 만남을 리드한 데 이어 칼국수 먹자고 대부도에 가서는 “너 칫솔 사. 자고 가게” “3월에 하자, 우리 결혼” 등 3연타를 날렸다.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훅훅 치고 들어온 ‘선방’에 무너져 내린 노규태처럼 시청자들도 눈을 비비며 그를 다시 봤다. 이 누나가 멋진 건 진작에 알아 봤지만, 이 정도로 매력이 차고 넘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극 중 부부 사이로 출연한 오정세와 염혜란은 남다른 케미를 선보였다. [사진 KBS]](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4/ea631511-ce9b-449e-8fcb-bd1cc41fe645.jpg)
극 중 부부 사이로 출연한 오정세와 염혜란은 남다른 케미를 선보였다. [사진 KBS]
![대부도로 칼국수 먹으러 갔다가 수퍼마켓 앞에서 청혼하는 모습. [사진 KBS]](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4/d8d60069-75a4-4d94-8459-2070fe598cdf.jpg)
대부도로 칼국수 먹으러 갔다가 수퍼마켓 앞에서 청혼하는 모습. [사진 KBS]
돌이켜 보면 배우 염혜란(43)이 그간 맡아온 캐릭터도 그랬다. 1999년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하면서부터 “다른 여배우들은 모두 예쁘고 날씬해서 혼자 아줌마 역할을 도맡아 왔다”고 했지만, 그는 전형성에 기대지 않았다. ‘도깨비’(2016~2017)에서 은탁이 이모나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2018)의 해룡이 엄마처럼 다른 엄마들과는 다른 ‘한 끗’을 만들어냈다. 애초에 모성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뚤어진 인물이었지만 누군가의 이모나 엄마보다는 그 역할이 지닌 고유한 성격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빨간색과 다홍색이 다른 것처럼 아줌마 연기에도 차별성을 두고 싶다”고 말한 것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지은탁(김고은)의 보험금을 노리는 악덕한 이모 역할을 맡았다. [사진 tvN]](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4/b8ebf5ae-a4f2-4409-9547-ba8810bb8836.jpg)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지은탁(김고은)의 보험금을 노리는 악덕한 이모 역할을 맡았다. [사진 tvN]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로 드라마를 시작한 염혜란. 나문희와 모녀지간으로 출연했다. [사진 tvN]](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4/77cc5bfa-b4e2-4643-9329-ec91cf54416f.jpg)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로 드라마를 시작한 염혜란. 나문희와 모녀지간으로 출연했다. [사진 tvN]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나옥분(나문희)의 절친 진주댁을 맡았다. [사진 리틀빅픽처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24/0c06f92e-5fa1-4f4f-a675-f04e5d8dcb8d.jpg)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나옥분(나문희)의 절친 진주댁을 맡았다. [사진 리틀빅픽처스]
그가 한때 꿈많은 문학소녀였다는 사실도 생활밀착형 배우로서 지닌 강점이다. 시장 인근에서 장사하던 집에서 태어나 학창시절 국어교사를 꿈꾸며 서울여대 국문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 시절엔 방송국 PD를 꿈꾸며 방송반에 들어갔다가 실망해 연극반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졸업 후 입사한 출판사까지 합하면 꽤 다양한 직업군을 체험한 셈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얼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안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그의 지난 인터뷰에는 하나같이 적잖은 행간이 느껴졌다. 단어 하나 허투루 말하지 않는 신중함과 삶에 뿌리내리고 있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단단함 같은. 그가 보여줄 또 다른 얼굴이 궁금하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