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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방향성 잃고 혼선…5년 전 ‘우산혁명’ 데자뷔

중앙선데이 2019.11.23 00:21 662호 12면 지면보기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21일 홍콩이공대를 점거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에 투항을 하고 있다. 이공대 사태가 사실상 끝나자 시위대 세력이 크게 위축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 홍콩이공대를 점거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에 투항을 하고 있다. 이공대 사태가 사실상 끝나자 시위대 세력이 크게 위축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사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홍콩이공대 점거 사태를 고비로 시위대의 기세가 꺾이는 분위기다. 22일(현지시간) 홍콩 도심 곳곳에선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졌지만 경찰의 조기 진압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시위대는 향후 진로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을 잡지 못해 내부 혼선마저 겪고 있다.
 

‘최후의 보루’ 이공대 진압 뒤 소강
구의원 452명 뽑는 선거 24일 실시
시위대, 범민주진영의 승리 기대

미국 의회선 ‘홍콩 인권법’ 통과
중국 반발, 무역협상 변수 떠올라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이공대를 점거했던 시위대의 이탈과 체포가 늘면서 현재 교내에 남아 있는 시위대는 수십명에 불과하다”며 “시위대의 최후의 보루였던 홍콩이공대 상황이 경찰의 진압으로 마무리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중심이 된 센트럴 지역에서의 ‘점심 시위’와 학교 주변에서의 ‘인간 띠 시위’ 등도 규모가 크게 줄었고 경찰의 적극적인 진압으로 조기 해산되고 실정이다.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 시위대는 대중교통 방해 투쟁을 벌였지만 지난주처럼 교통 대란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역에서 시위대에 강력히 항의하며 비난했다.
 
이처럼 홍콩 시위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은 이공대 점거 사태가 사실상 종식되는 가운데 시위대가 추가적인 시위 모멘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홍콩 경찰 총수로 임명된 것도 한몫했다. 그는 시위를 조기에 강경 진압하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21일엔 12세 소년을 기소했다. 지난 6월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기소된 사람 중 최연소다. 이 소년은 지난달 31일 검은 페인트로 벽에 ‘깡패 경찰’ ‘자유 홍콩’이라고 써 경찰에 붙잡혔다. 홍콩 경찰은 또 이공대 점거 현장에서 체포된 학생 등에 대해 폭동혐의로 기소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최대 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시위 분위기가 위축되자 자칫 이번 민주화 시위가 2014년 발생한 우산혁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민주화 운동이었던 우산혁명은 79일간 이어졌지만 시위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 등을 우려한 반대 여론이 힘을 받으면서 미완의 혁명으로 남았다.
 
따라서 시위대는 오는 24일 실시되는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추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구의원 선거는 18개 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뽑는다. 이 중 117명은 홍콩의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 규모의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범민주진영이 승리할 경우엔 민주화운동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부 시위대는 “홍콩 정부에 선거 연기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구의원 선거가 끝날 때까지 시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하원은 상원에 이어 지난 20일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평가해 홍콩이 경제와 통상 분야에서 누리는 특별 지위를 유지시킬지를 결정한다. 또 인권탄압에 관련된 중국 정부 인사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시위 참여로 기소되거나 체포된 학생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을 간편화하는 규정도 포함돼 있다. 이와는 별도로 홍콩 경찰이 시위 진압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최류탄, 고무탄 등의 홍콩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홍콩 범민주진영은 크게 환영했다. 홍콩 시위대를 간접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바람막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산혁명의 주역으로 이번 홍콩 시위도 주도했던 조슈아 웡은 “가능하면 빨리 법안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시위에 참여해 유죄를 받게 될 학생들이 미국 비자를 좀 더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미국의 새 법안은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파괴하는 시도로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이자 홍콩인들의 이익을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홍콩 시위에서의 폭력 행위를 제대로 보지 않고 폭력 분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의 입법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일각에선 미·중 무역협상에서 새로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대표단을 이끄는 류허(劉鶴) 부총리는 최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 다음 주 베이징에서 미·중 무역협상을 열 것을 제안했다.
 
한편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홍콩 고등법원은 지난 18일 복면금지법이 홍콩 헌법 격인 기본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그 시행은 보류키로 했다. 홍콩 정부가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홍콩에선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법원이 그 시행을 공표해야 효과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홍콩 법원이 중국 베이징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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