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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한국당, 여전히 폐업이 답이다

중앙선데이 2019.11.23 00:20 662호 35면 지면보기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자유한국당은 폐업이 답”이라고 두 번 썼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후와 2019년 2월 한국당 전당대회 직전이었다. 이제 총선을 다섯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세 번째 다시 써야할 것 같다. “한국당은 폐업 말고는 답이 없다.”
 

연명하며 상대 실책만 기다리다
정부여당 헛발질에도 속수무책
떠난 민심 돌아올 감동 메뉴로
신장개업해 당당히 심판 받아라

지방선거 참패는 예상된 결과였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개혁 아닌 연명(延命)을 택했다. 지방선거일 뿐인데 뭐… (내 목숨이 걸린) 총선은 좀 남았으니 그때까지는 어떻게 되겠지. 그렇게 완패했고, 완패의 ‘5대 공신’이 꼽혔다. 5등 공신이 가장 적절한 평가였다. ‘한국당 국회의원 전원’. 이런 당이 살아나겠나. 망하는 게 당연했고, 폐업하는 게 답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폐업 대신 외부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는 쪽을 택했다. 어떻게든 고쳐보려는 노력이었다지만, 병세는 악화될 뿐이었다. 원인 치료를 하지 않으니 나아질 리 없었다. 새로 시작해보려는 전당대회에 가문을 망친 탕아가 패거리를 끌고 와 행패를 부렸다. 가장조차 그 위세에 눌려 병원(病源)을 부인하고 탕아를 상석에 앉혔다. 치료가 거꾸로 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보수 아닌 반동 짓이 5공(共)을 지나 3공까지 향했다. 정말 폐업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런데도 버텼다. 가치(설령 그것이 3공의 가치였다 하더라도)를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다. 가치 따위야 아무래도 좋았다. 그들이 지키려는 건 오직 내 밥그릇, 내 자리였다. ‘절대 배지’를 달고 있으면 황무지에서도 웰빙이 가능했다. 내 배 부르고 내 등 따뜻하니 집안 기둥뿌리가 썩고 있는 건 관심도 없었다. 그러면서 상대의 헛발질만 기다렸다.
 
과연 정부·여당은 헛발질을 했다. 예상 못한 게 아니었다. 상대의 ‘똥볼’로 정권을 주웠으면서도, 제 잘난 덕인양 기고만장하니 당연한 결과였다. 예상보다도 더했다. 차는 것마다 치명적이었다.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말대로 국가를 지탱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안보의 3대 기둥에 금이 갈 정도였다.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드러났듯 이 정권의 국민은 반쪽 우리편에 불과했고, 시대착오적 경제정책은 나라 경제를 고황지질(膏肓之疾)로 만들고 있으며, 출구 없는 한일 갈등과 흔들리는 한미동맹은 국가 운명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선데이 칼럼 11/23

선데이 칼럼 11/23

가뜩이나 울고 싶은데 청와대가 뺨을 때렸다. 비서 역할도 못해 문책해야 할 사람을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무능과 불통의 정수였다. 참다 못한 사람들이 광장에 다시 모였다. 3년만에 ‘대통령 하야!’ 구호가 울려퍼졌다. 감성팔이로 개혁에 반한 검찰의 저항으로 몰고가려던 문제의 인물은 한달 만에 사표를 내야 했고, 문제의 가족들과 함께 사법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청와대에 한마디도 못하고 거들기만 하던 여당은 스텝이 꼬여 휘청거릴지언정 야당 눈치는 조금도 안봤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속수무책이었다. 단 한번도 지지율을 역전시키지 못했다. 민심이 떠났다는 얘기였다. 대안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는커녕 ‘릴레이 단식’에서부터 ‘삭발’, ‘조국 전쟁 셀프 포상’,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 같은 조롱거리만 재생산해냈으니 안 그럴 수 없다. 동반 퇴진론에 직면한 당 대표는 뜬금없는 단식을 시작했다. 안에서 먼저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밖에서만 걸겠다고 하니 보는 사람이 안쓰럽다. 이러니 밖에서는 ‘대통령의 야당 복(福)’이란 조롱이 나오고, 안에서는 ‘존재 자체가 민폐’라는 탄식이 나오는 거다.
 
첫번째 칼럼에서 한국당이 문을 닫아야 하는 이유로 ‘척박한 땅에서는 씨를 뿌려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썼었다.
 
“완전히 갈아엎고 불을 놓아야 한다. 야초와 잡목을 태워 지력을 회복하는 화전 말고는 방법이 없다. 유권자들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스스로 불에 타 재가 쌓여야 한다. 정치는 감동이다. 그런 감동이 없으면 결코 싹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너도나도 불을 놓겠다고 덤벼들기만 하지, 스스로 재가 되겠다는 인물이 없을 테니 하는 얘기다.”
 
이후 1년 6개월이 지나가지만 달라진 게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조금씩 긴장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내 것을 내려놓으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자기 희생을 하면서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사람을 오히려 욕한다.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형국이다. ‘50% 공천 탈락’이라는 카드를 내밀긴 했지만 감동이 없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그러니 어쩌겠나. 폐업 밖에 답이 없다.
 
“한국당은 문을 닫는 게 맞다. 태극기당이든 박근혜당이든, 네 개든 다섯 개든 쪼개져서 각자의 길로 가는 게 낫다. 그래서 눈치 보지 말고 오락가락하지 말며 선명하게 제 주장하는 게 낫다.”
 
8개월 전 한 말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서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다시 뭉쳐야 한다. 텃밭에 안주하던 웰빙족들, 전 정권의 몰락에 책임 있는 인물들과 결별하고 신장개업해야 한다. 그렇게 당당하게 나서 보수 유권자들에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 억지 봉합을 보수 통합이라고 우기는 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설령 정권이 바뀐다 한들 뭐하나. 몇년 뒤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게 뻔한데 말이다.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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