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김진국이 만난 사람] 북한 핵은 없애야…통일하면 우리 거란 생각은 잘못
김진국이 만난 사람

북한 핵은 없애야…통일하면 우리 거란 생각은 잘못

중앙선데이 2019.11.23 00:20 662호 27면 지면보기
김진국 기자 사진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kim.jinkook@joongang.co.kr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김진명 작가 

전문가의 함정이 있다. 논리를 따지다 보면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학문적 계보에 얽매여 집단 사고에 빠지기도 쉽다. 그런 점에서 가끔 문학적 상상력이 더해지면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뛰어난 예지력이 발휘되기도 한다.
한국 외교가 덫에 걸렸다. 일본은 수출 규제를 하고, 미국은 방위비 폭탄을 들고 왔다. 중국은 아직도 ‘한한령’(限韓令)을 계속하고, 북한은 상대도 않으려 한다. ‘중재자’는커녕 왕따 당하게 생겼다. 틀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한국 결심만 하면 핵무기 만들어
하지만 미국이 동의할 때만 가능

한국 사회는 자신만의 시각 부족
여러 사람이 공감해야 맞다 생각

사드 지소미아도 핵전략 문제 탓
지소미아는 미국 MD체제 위한 것

미·중 선택? 우선 순위는 미국에
미군 철수 땐 한·일 갈등 대폭발

김진명(62) 작가는 1993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등장해 30여 편의 작품을 쏟아냈다. 매년 1~2편의 작품을 쏟아내 모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았다. 최근 그는 세계 최초의 한국 금속활자를 다룬 『직지, 아모르 마네트』를 발표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핵 문제, 북한, 일본, 고대사 등 한국을 둘러싼 국제 관계, 안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난 12일 중앙일보를 찾은 그는 파마머리에 낚시코, 까만색 티셔츠와 재킷으로 강인한 인상을 풍겼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영웅적 해결사의 매서운 눈매가 보인다. 그러나 그의 말은 부드럽고, 구수했다. 그는 “학자가 아니라 작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못 보는 걸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선거 끝나야 실질적 핵협상 가능  
“1990년대 초 북한이 핵 개발한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그것만 가지고 미국이 북한을 폭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 한국 사회에는 아무런 목소리가 없었어요. 이건 죽은 사회다. 그래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쓰게 됐죠.”
그는 한국 사회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이 부족한 사회”라고 지적했다. “여러 사람이 공감해야 맞나 보다 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많은 사람이 말은 못하지만 뭔가 아련한 느낌이 있는 그런 시각을 형상화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시각이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평생을 의탁하고 살 만한 한국의 가치관’을 담은 작품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는 ‘남에게 폐 끼치면 안 된다’는 화(和)가 있잖아요. 미국에는 청교도 정신이 있고, 프랑스에는 톨레랑스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을 대표하는 가치관을 물어보면 없는 거예요. 조선 500년간 중국만 보고 살았거든요. 그런 다음엔 일본 지배, 좌우 대립…. 공통의 가치관이 없어요. 이 빈 곳에 돈이 다 들어와 있거든요. 경제가 아무리 발전해도 갈등과 대립만 생기지, 같이 행복해지지 않거든요. 김구·안중근·이육사…, 이런 훌륭한 분, 일곱 분 정도의 정신세계를 우리 가치관으로 삼는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김진명 작가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결심만 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어요. 한국이 핵무기를 만드는 건 미국이 동의할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김진명 작가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결심만 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어요. 한국이 핵무기를 만드는 건 미국이 동의할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퍼뜨렸습니다. 북한 핵에 대해서도….
“북한 핵은 없애는 일변도로 나가는 게 맞습니다. 자칫 잘못 생각하면, ‘통일하면 우리 건데’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한국은 결심만 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어요. 한국이 핵무기를 만드는 건 미국이 동의할 때입니다. 한국이 핵을 만드는 건 미국하고 바로 적이 되는 것인데, 어리석은 것이죠. 핵무기만 가진다고 안보가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군사안전보장지수를 100이라고 하면 거기서 핵무기가 차지하는 것은 10도 안 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변화할 거라고 믿습니까.
“핵무기 개발은 체제 유지와 관계돼 있어요. 변화가 일어났던 것은 미국이 봉쇄하고, 전폭기가 풍계리까지 올라가자 겁을 먹은 때문이죠. 그때 한국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이걸 열자 저걸 열자 하는 바람에 북한이 빠져나갈 통로가 생긴 거예요. 기회를 놓친 거죠.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어떤 공격적 태도도 취하기 어려워요. 거꾸로 대타협이 나올 수 있어요.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 내용은 없는 그런 타협이겠죠. 선거가 끝나고 비로소 실질적인 핵 협상이든, 핵 대결이든 나올 공산이 큽니다.”
『고구려』처럼 광대한 민족의 꿈을 작품에 담고 계신데, 통일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통일보다 평화를 먼저 생각해야 해요. 평화를 희생하고 통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북한이 변할 시간을 기다려줘야 해요.”
그는 “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GSOMIA)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도 핵전략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대륙간탄도탄(ICBM)으로 경쟁하다 요격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시간 싸움이 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미사일을 태평양 부근에서 인지하면 요격할 시간이 너무 짧아요. 그래서 한국에서 포착해 일본에 넘겨주고, 일본에서 미국으로 와야 한다. 이게 미사일 방어(MD)시스템의 요체에요. 지소미아는 미국 MD체제를 위한 겁니다. 지소미아 문제에서 일본은 바지사장 격으로 나와 있지만, 실질적 주주는 미국이거든요. 그러니까 미국이 흥분하는 거죠.”
소설 『사드』도 그런 인식을 담고 있지요?
“중국이 과거 문제를 갖고 저러는 게 아니에요. 세계의 핵전쟁의 판도, 무기의 판도가 바뀌거든요. 지금은 ICBM으로 안 된단 말이에요. 중거리 미사일이 대세에요. 미국이 처음에는 본토만 공격을 안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의 모든 힘이 해외 기지와 항공모함에 있거든요. 중국 전략은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힘드니까 중국 주변 미군 기지와 항공모함을 깨면 된다고 생각해요. 오키나와·괌·일본·한국의 미군 기지들이 다 중거리 미사일 타깃이거든요. 미국도 ICBM을 쏘면 중국인들이 막을 수 있으니까 중거리미사일을 오키나와·괌·한국·일본에 놓자, 이거에요. 그래서 미국이 중거리 핵미사일 개발 금지 조약(INF)을 깨버렸잖아요. 중국은 앞으로 미국의 치명적인 중거리 핵탄두 미사일이 한국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그걸 막기 위한 포석을 한 겁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가능한가요?
“정책을 결정하는 상층부 사람들은 미국과 헤어지는 것이 자살행위라고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 돈을 버는 중산층 이하는 돈을 벌 수 있는 중국을 멀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양측하고 다 잘 지낼 수밖에 없어요. 하나를 딱 포기하는 순간 다른 것도 같이 붕괴해버려요.”
결국 우선순위 문제가 되는데.
“우선순위는 미국에 둬야 합니다. 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한·일 갈등이 대폭발합니다. 특히 독도가 폭발해요. 1978년 한·일이 독도 문제로 함포사격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어요. 한국은 미국에서 나오는 기술을 세계에 보급하며 사는 거예요. 미국이 원천 기술을 제한하면 한국은 갈 길이 없는 거죠. 당장 중국이 우리 경제인 것 같아도 중국 덕을 보기 위해서는 한·일 관계, 한·미관계가 대단히 중요한 거예요.”
당장 일본과의 갈등을 풀어야 한·미·일 관계가 해결될 텐데.
“기본적으로는 우리 대법원 판결이 한 2% 부족했어요. 1965년에 우리가 돈을 받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끼친 패악에 대한 배상과 보상의 성격이었거든요. 그런데 일본은 독립 축하금이라고 해요. 천부인권, 인도주의 측면에서 맞지 않죠. 다만 대법원이 1965년 한국 정부가 대신 돈을 받았으니 배상은 한국 정부가 해줘라. 이렇게까지 정리해줬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옳다, 그르다의 문제로 접근하면 해결책이 안 나와요. 이걸 옛날로 되돌리면 하나의 방법이에요. 대법원 판결을 없앨 순 없으니 그 직후로 되돌리는 거예요. 일본 기업 자산을 압류하는 실질적 효과를 정지하는 거죠. 제삼자가 중재하는 게 좋은데,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나서도 좋아요.”
김진명 작가는 ’한국당은 통합이라는 꿈도, 스스로 공천하겠다는 욕심도 다 버려야 한다“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공천을 포기하고, 전부 국민에게 맡길 테니 국민 공천단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김진명 작가는 ’한국당은 통합이라는 꿈도, 스스로 공천하겠다는 욕심도 다 버려야 한다“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공천을 포기하고, 전부 국민에게 맡길 테니 국민 공천단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한국당 국민공천단 만들어야 승산
그는 정치의 제1원칙은 “당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가장 만족시키는 것”이고, 제2 원칙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는 민주당, 후자는 한국당에 가깝다. 이 양자가 진영화해 대화가 안 되는 것을 그는 성리학에서 원인을 찾았다.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 있잖아요. 이건 실사구시거든요. 이건 세계를 관통하는 능률주의고, 실용주의에요. 유학이 뭐냐. 쥐를 잡아 오는 건 쓸모가 없어요. 흰 놈이냐, 까만 놈이냐가 중요한 거예요. 내가 하는 것은 정의롭고, 남이 하는 것은 부정하다. 우리가 틀렸고 상대가 맞다 하면 우리가 다 죽으니까 우리 주장만 고집하는 거죠. 특히 이번 문재인 정권은 매사에 옳다 그르다 가르기를 좋아해요. 그간 보수 기득권 세력에 억압받고 희생된 사람들을 변호하며 살아와 시각이 딱 고정됐어요.”
그는 “민주당 정부는 너무 정의에 매몰돼 이 시대 사람들을 만족시킬 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쪽으로 너무 많이 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총선에 이기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 하는 모든 걸 중단해야 해요. 올바른 방향인 게 없어요. 유승민·안철수하고 보수 대통합한다…. 이미 다 흘러간 물인데, 국민이 비웃습니다. 친이·친박이라는 계파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이 아니잖아요. 박근혜 석방도 굉장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거든요. 한국당의 리더십도 국민이 다 걱정해요. 통합이라는 꿈도, 스스로 공천하겠다는 욕심도 다 버려야 해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공천을 포기하는 거예요. 공천을 우리가 안 하고 전부 국민에게 맡기겠다. 국민 공천단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는 거죠.”
그것도 인선은 정치인이 하는 것 아닌가요.
“어떤 로비도 통하지 않는 학계·언론계·소상공인·주부, 심지어 청년, 온갖 계층의 신망 있는 사람 100명에게 맡기는 거죠. 현역 의원 반은 공천에 넣어주고, 나머지 반은 국민공천심사위원단이 마음대로 하되, 20~40대로 30% 정도를 채우는 거죠. 그 이상의 변혁과 환골탈태는 없어요. 그렇게 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선거에서 이길 겁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스타 된 김진명 작가
김진명 작가는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의 부친은 황해도 황주, 모친은 평북 영변 출신으로 월남했다. 조부는 와세다대를 나온 큰 지주로 공산당에 숙청당했다가 6·25 때 UN군이 진주해 사리원 시장을 잠시 맡았다. 외조부는 독립운동을 하다 신의주 형무소에 수감됐고, 공산당의 박해를 받다 1·4후퇴 때 남하했다.

 
형은 광주민주화운동 때 군에서 혼자 궐기하다 숨만 붙은 채 제대해 숨졌다. 사업을 하던 부친은 그 충격으로 돌아가셨다. 그가 부친의 사업을 다시 일으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때 사업을 위해 외국을 다니며 보고 배운 것이 작품의 거름이 됐다.
 
1993년 핵무기 개발을 다룬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일거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출판기념회에서 그를 만난 이희호 여사의 추천으로 새정치국민회의 공천을 받아 1996년 15대 총선에서 송파을에 출마했다 떨어졌다. 그러나 정치와 작품 활동을 함께 하기 힘들어 정치와 선을 그었다고 한다.
 
그의 작업실은 제천 세명대에 있다. 그는 강의하지는않지만, 학교 라디오 홍보 등을 도와준 인연으로 평생 연구실을 받았다고 한다. 부인 원유경 교수는 같은 대학 인문예술대학 학장이다.
배너

김진국이 만난 사람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