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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런 도전 처음일것" 아들 잃은 웜비어 부모의 北응징법

중앙일보 2019.11.22 16:29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 방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 방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내가 오토 웜비어의 엄마다. 당신(북한)들이 사랑하는 내 아들을 앗아갔지만, 나는 강건하게 이렇게 서 있다.”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혼수 상태로 2017년 6월 석방된 후 6일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모친, 신디 웜비어가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이렇게 외치겠다고 22일 말했다. 신디 웜비어는 23일 DMZ를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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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는 사단법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주최한 ‘납북·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신디는 기자회견에서 아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태도는 단호했다. DMZ를 찾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내 두 눈으로 (북한을) 보고 싶었다”며 “(북한은) 전 세계에 공포심을 주려하지만 결코 나를 해치지 못한다고. 우리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부친 프레드는 지난해 평창 올림픽 때 한국을 찾았지만 신디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그는 “아들이 처음 억류됐을 때 어찌할 바를 몰랐고, 북한이 아들에게 해를 끼칠까봐 조용히만 있었다”며 “하지만 북한은 우리에게 최악의 짓을 했고, 더 이상 침묵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체제전복혐의로 재판을 받은 오토 웜비어. [AP=연합뉴스]

북한에서 체제전복혐의로 재판을 받은 오토 웜비어. [AP=연합뉴스]

부부는 아들 오토가 북한에 억류된 동안 숨죽이며 살았던 1년 반, 또 아들이 혼수 상태로 돌아와 허망하게 죽은 순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신디는 “국무부가 처음 아들 억류 소식을 알리며 오토가 무슨 잘못을 했을 것이라고 하더라”며 “그런데 6개월 뒤 오더니, 아들이 잘못을 저질러 억류된 게 아니라 정치판의 졸(卒)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오토가 왔을 때 그 애의 얼굴에서 공포를 읽었다”며“내가 죽을 때까지, 북한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북한의 본질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국 법원은 부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오토의 죽음을 고문에 의한 사망이라고 결론지었다. 
 
북한에서 석방돼 고향 미국 신시네티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

북한에서 석방돼 고향 미국 신시네티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

신디는 또 “당시 오바마 정부는 북한을 직시하지 않았고, 결국 우리에게 비극이 닥쳤다”며 “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에 동조하진 않지만, 그는 북한에 강한 입장을 보였고 우리의 목소리가 닿게끔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지금 한국 정부가 납북 피해자들이 필요한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왜 그러는지 압박할 필요가 있다. 왜 문재인 대통령이 돕지 않는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핵무기 때문에 인권 문제를 뒤로 미룬다고요? 과연 핵이 인권보다 중요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신디는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건 단지 나만 죽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살해해도 괜찮다고 용인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북한과 가깝고 그만큼 힘이 있다. 미국을 믿지 말고 한국 정부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레드는 최근 문 대통령이 이들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는 보도 관련해선 “우리가 요청한 건 아니고 납북자단체가 한 일”이라며 개의치 않아했다. 다만 “납북자단체에서 들으니 현 정부가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라고 전하더라. 그 부분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프레드·신디 부부는 이날 오후 이주영·홍일표 등 자유한국당 북한선원 강제북송 진상규명 TF의원들을 만났다.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 방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 방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부부가 아들을 살해한 북한에 책임을 묻기 위해 한 일은 정부를 찾아 따지고, 인권단체에 하소연하는 게 아니었다. 법을 선택했다. 프레드는 “미 정부에 가서 북한에 소송을 걸겠다고 하니, 북한이 테러국이 아니면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 1년간 의회, 상원을 찾으며 호소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지정하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지난해 5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았고, 올해 미국이 압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프레드는 “북한이 독일, 폴란드 등에 호스텔을 짓고 돈을 벌고 있는 사실을 더 알게 됐다”며“올해만 세 차례 독일 정부를 찾아 호스텔을 폐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이런 방식으로 도전받은 적이 없을 것”이라며 “북한을 법적으로 압박하면 그들의 행동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부는 선박 매각 대금을 받게 되면 억류·납북 피해자를 돕기 위한 오토 웜비어 재단을 차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디는 “아들이 억류돼 있는 동안 모든 게 내 탓 같은 죄책감에 시달렸고 힘들었다”며 “북한 정권의 억류·납북 피해를 보고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프레드는 “선박 매각으로 얼마를 받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북한의 중요한 자산을 가져왔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범죄를 막기 위해 세계 곳곳에 숨겨둔 북한 자산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왼쪽 두번째)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 방한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왼쪽 두번째)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북한에 의한 납치 및 억류 피해자 방한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기자회견에는 6·25전쟁 때 납북된 김우종씨의 아들 김남주씨, 일본인 납북자 마쓰모토 루미코의 동생 마쓰모토 데루아키, 고모 이노차 판초이를 빼앗긴 태국인 반종 판초이, 1969년 납북된 대한항공(KAL) 여객기 탑승자 황원씨의 아들 황인철씨 등도 참석해 피해 증언을 하고 정부의 행동을 촉구했다. 황씨는 “납북단체 활동을 20년 가까이 해오며 매번 정부는 해결하기 어려우니 잊어 버리라는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며 “그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데루아키씨는 “북한과 소통하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가족을 하루빨리 돌려받고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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