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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의 선원 절반 정도가 외국인"...코리안 드림 꿈꾸며 온 외국인 갈수록 늘어난다

중앙일보 2019.11.22 05:00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통영 선적 연승어선 대성호(29t·승선원 12명)에 화재가 발생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통영 선적 연승어선 대성호(29t·승선원 12명)에 화재가 발생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인근 해상에서 화재로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된 대성호에는 절반인 6명이 베트남 국적 선원이다. 대성호는 수천개의 바늘에 미끼를 끼워 고기를 잡는 연승어선인데 연승어선뿐 아니라 다른 연근해 어선에도 대성호처럼 외국인 선원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영근해연승어업협회 소속 배 상당수 외국인 선원 절반 수준
2008년 1만 2777명이던 외국인 선원 2018년 2만 6321명으로
코리안 드림 꿈꾸며 왔지만 사고 당하는 경우 적지 않아

20일 통영근해연승어업협회 등에 따르면 대성호가 소속된 이 협회에는 20t 이상의 배 20척을 가진 15명 내외의 선주들이 소속돼 있다. 이들 배 대부분이 대성호와 비슷한 5~6명의 외국인 선원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여년 전부터 연승어업협회 뿐 아니라 다른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선원들도 어렵고 힘들다며 내국인이 기피하며 떠나간 자리를 외국인 선원이 들어와 메우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협회에 소속된 한 선주는 “보통 한배의 절반 정도 선원이 외국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해양수산부의 외국인 선원 고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만2777명이었던 외국인 선원은 2018년 2만 6321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나라별로 보면 2008년에는 인도네시아가 3673명으로 외국인 선원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중국(3436명), 필리핀(2228명), 미얀마(2176명), 베트남(1240명)순으로 베트남이 가장 적었다. 그러나 베트남 선원 수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9084명)와 필리핀(5779명) 다음으로 베트남(5355명) 선원이 많이 늘었다. 
 
이번 사건의 베트남 실종자 가족의 통역을 돕고 있는 베트남 출신 통역사 서모(37·여)씨는 “베트남 어촌에서 선원으로 일했던 사람들이 한국에 가면 큰 돈을 벌수 있다는 희망으로 오는 것으로 안다”며 “먼저 온 사람이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에 사고를 당한 베트남 선원 6명 중 5명은 베트남 중부 꽝빈(Quảng Bình)성의 어촌마을 타안수안(Thanh Xuản)에 살고 있던 일가친척이었다.  
 
19일 오전 7시쯤 제주 차귀도 서쪽 76㎞ 해상에서 통영선적 연승어선 D호(29t?승선원 12명)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선원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19일 오전 7시쯤 제주 차귀도 서쪽 76㎞ 해상에서 통영선적 연승어선 D호(29t?승선원 12명)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선원 1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고기잡이는 20t 이상의 큰 배를 타고 먼바다에 나가는 근해어업과 20t 이하의 작은 배로 가까운 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 연안어업으로 나뉘는데 보통 근해어업의 경우 자국에서 선원취업(E-10) 비자를 받아 들어온 외국인 경력 선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안어업보다 기술과 경험이 많이 필요해서다. 이들의 월급은 보통 200만원, 경력이 많거나 일의 종류에 따라 300만원 이상을 버는 외국인 선원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들 외국인 선원들은 수십만원 안팎의 최소 용돈만 남기고 번 돈 대부분을 고국 가족에게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선원의 경우 보통 300만~400만원 정도를 버는데 최근에는 어업량이 좋지 않아 외국인 선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벌이가 줄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외국인 선원을 배에 태우는 것이 아니라 정원 기준이 있다. 연근해어선은 총 승선인원 4명의 경우 외국인 선원은 2명, 5~6명의 경우 3명, 7~8명은 4명, 9명은 5명, 10명 이상은 6명까지 외국인 선원을 태울 수 있다. 
 
통영근해연승어업협회 하문기 회장은 “일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연근해 어업에도 10여년 전부터 외국인 선원들이 들어와 한국인 선원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꾸고 있다”며 “연안어업과 달리 근해 어업은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강과 바다에서 배를 타던 선원들이 정식 선원비자를 받아 한국에 와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 사고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강원 삼척 승합차 전복사고에서도 사상자 13명 중 6명이 태국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였다. 이들 중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통영=위성욱·김정석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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