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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소미아 없는 한국’ 과연 대비는 돼 있는가

중앙일보 2019.11.22 00:30 종합 34면 지면보기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하루 앞둔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회의를 열어 사실상 종료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지소미아는 내일 종료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일 간 물밑 접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소미아 종료 시점(23일 0시)까지 남은 하루 동안 막판 절충에 전력해 파국만은 막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정부가 이미 일본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통보한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한이 있더라도 일본과 안보상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포스트 지소미아’를 암시한 정황을 보면 종료 결정이 갑자기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시 예상되는 군사·외교적 위기를 해소할 방안을 꼼꼼히 수립해 ‘지소미아 없는 한국’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 내일 지소미아 종료 강행 가닥
예상되는 위기 막을 대비책 수립 시급

가장 큰 걱정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다. 중국과 ‘무역 전쟁’ 중인 미국은 지소미아를 한·미 동맹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측정하는 잣대로 보고 있다. 그래서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합참의장과 인도·태평양 사령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이 줄줄이 방한해 지소미아 유지를 촉구했다. 미 상원에서도 제임스 리시 (공화)외교위원장이 “한·일 균열은 적국들에 힘을 실어줄 뿐”이라며 지소미아 종료 취소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렇게 미국이 전례 없이 공들였음에도 정부가 종료를 강행한다면 워싱턴 조야는 “한국이 대놓고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배신감 속에 “한국이 한·미 동맹에서 이탈해 중국에 밀착하고 있다”는 ‘중국 경사론’이 퍼져나갈 우려가 크다.
 
당장 21일 워싱턴발로 주한미군 4000명 감축설이 흘러나온 정황을 보면 미국은 앞으로 주한미군 감축 검토를 본격화하고, 대중 견제 성격이 강한 미사일방어체계(MD) 동참을 압박하는 등 한국의 동맹 ‘이탈’에 대해 보복과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통상에서도 자동차 수입 확대를 요구하고, 남북관계에도 제동을 걸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소미아 종료로 대북 안보망에 구멍이 뚫리는 점도 우려가 크다. 정부는 2016년 지소미아 발효 이전에도 안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3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현실을 간과한 얘기다. 정보당국 추산에 따르면 북한의 핵탄두는 최소 60개에 달하며, 2000㎞ 넘게 날아가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도 성공해 미 본토에 직접 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터에 북한 미사일의 성능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려면 한·일의 정보 교류는 필수다. 미국도 두 동맹국의 종합적 정보를 바탕으로 한·미·일 군사협력의 윤곽을 짜 왔다. 그런데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한·일 간 정보 교환은 두절되고, 미국도 한·일로부터 각각 정보를 받아 종합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한·미의 대북 안보망에 적지 않은 구멍이 뚫리는 셈이다.
 
안보 리스크가 심해지면 한국 경제의 신뢰도도 흔들릴 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이 모든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효율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물론 최선은 지소미아 종료의 철회다. 그게 어려우면 지소미아 틀은 남겨놓고 정보 교류만 정지하는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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