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

세렝게티는 끝이 보이지 않는 대평원이다. 건기에는 그나마 수풀이 무성하고, 웅덩이가 있는 곳으로 온갖 초식 동물이 모여든다. 아카시아 숲에서 영역 다툼을 하는 아프리카코끼리를 발견했다. 서로의 코를 말고 기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백종현 기자
이것이 대자연이다

하마는 햇빛에 약해, 낮 동안 늪에서 놀기를 좋아한다. 백종현 기자
세렝게티가 얼마나 거대한 땅이었는지, 지금도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숫자로는 알지만, 여전히 아득하다. 세렝게티는 탄자니아 북부와 케냐 남서부에 걸친 대략 3만㎢의 평원이다. 그 가운데 1만4750㎢의 땅이 탄자니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 면적(605㎢)의 24배가 넘는 땅이 야생 동물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셈이다. 야트막한 동산 하나 없는 그 거대한 들판에서 야생동물 수백만 마리가 살아간다. 그 땅에서 살아온 마사이족이 왜 ‘끝없는 평원(세렝게티)’이라 이름 붙였는지 수긍이 간다.

톰슨가젤. 검은 뿔과 옆구리의 줄무늬가 특징이다. 백종현 기자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 일대에 머문 나흘 내내, 사바나(열대초원)를 향해 액셀을 밟았다. 비포장 흙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그게 이 어마어마한 대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트웬데 트웬데!

세렝게티 여행법은 간단하다. 뚜껑을 열어젖힌 지프를 타고 동물을 찾아 나선다. 일명 '게임 드라이브'다. 백종현 기자
세렝게티 여행 최적기는 6~9월과 1~2월이다. 우기를 보낸 뒤 새싹이 푸릇푸릇하게 돋는 시기라, 대부분의 초식 동물이 이때에 맞춰 새끼를 낳는단다. 새끼는 손쉬운 먹잇감인지라, 맹수의 사냥 활동도 덩달아 활발해진다. 야생 동물의 역동적인 순간을 볼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다. 내가 간 10월의 세렝게티에도 나름의 장점은 있었다. 건기여서 비도 없고, 습한 더위도 덜했다. 수풀이 적어 동물 관찰도 수월했다.

하마는 낯선 침입자에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백종현 기자
“뽈레 뽈레(천천히 천천히).”
가이드에게 속성으로 배운 스와힐리어는 제법 쓸모가 있었다. 낯선 동물을 발견할 때마다 외쳤다. 촬영이 끝나면, 다음 대사는 늘 이런 식이었다. “메말리자(이제 됐어요), 트웬데(갑시다).”

톰슨가젤을 뜯던 치타와 눈이 마주쳤다. 백종현 기자
세렝게티에도 교통 체증이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검은코뿔소. 자칼(왼쪽)과 몸집 차이가 확연하다. 백종현 기자
세렝게티를 갔다왔다면 으레 받는 질문이다. 놀이기구 다섯 개 탔느냐는 의미가 아니다. 체급으로 보나, 성깔로 보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거친 동물을 그렇게 부른다. 코끼리·코뿔소·사자·아메리칸물소(버팔로)·표범이 그 주인공이다. 빅 파이브를 모두 본다면 여행자에게 평생의 훈장이 된다.
세렝게티의 대평원 안에서도 이따금 차가 막힌다. 진짜다. 한데 사파리 차량이 줄줄이 멈춰서 길을 막는다? 이건 좋은 신호다. 만나기 어려운 동물이 나타났다는 신호이어서다. 주로 빅 파이브 중 하나가 나타났을 때 이런 정체 현상이 벌어졌다.

게임 드라이브를 하며, 사자를 코앞에 두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백종현 기자

얼룩말은 톰슨가젤, 누와 함께 세렝게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다. 백종현 기자
어미 코끼리는 상대의 엄니를 받아내는 와중에도 새끼를 제 뒤로 숨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본능적인 사투였다. 표범을 놓쳐 빅 파이브 달성엔 실패했지만, 의외의 수확도 있었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검은코뿔소를 응고롱고로 분화구에서 목격했다. 뿔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낭설 때문에 밀렵이 성행해 그 수가 급격히 줄었던 종이다. 내내 담담하던 한스도 신이 나서 카메라를 꺼냈다. 20년 베테랑도 코뿔소 앞에선 소년이었다.
달이 차오른다

무리 지어 생활하는 기린 가족. 백종현 기자

세렝게티에서 만난 마사이 청년. 백종현 기자
울타리는 따로 없었고, 밤마다 창을 든 마사이족 청년이 곳곳에서 경계병 역할을 했다. 본래 유목 생활을 하는 부족이지만, 근래 문명에 순응하면서 야영장이나 리조트에서 일하는 경우가 늘었단다. 꼬박 1년을 일하면 생활비를 빼고, 송아지 6마리 살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세렝게티 야영장에서 마주친 버빗 원숭이. 백종현 기자

세렝게티
◆여행정보
탄자니아는 멀다. 에티오피아항공을 이용해 아디스아바바에서 갈아타는 게 가장 빠른 길. 직항 편은 없다. 인천 공항에서 아디스아바바 공항까지 약 13시간, 여기서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까지 비행기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화폐는 탄자니아실링(TZS)을 쓴다. 2ℓ들이 콜라 한 병이 3000TZS(약 1500원)이다. 달러를 받는 가게도 많다.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는 보통 현지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을 이용한다. 현지 여행사의 세렝게티·응고롱고로 4박5일 패키지가 2000달러(약 233만원) 수준이다. 탄자니아는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가 없으면 입국이 불가능하다. 말라리아약도 챙겨가는 게 좋다. 비자도 받아야 한다(온라인 신청 50달러). 마스크·모기기피제·모자·자외선차단제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