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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전 반지하에서 출발, 이제 유럽 한류의 전진기지로

중앙일보 2019.11.22 00:04 종합 25면 지면보기
21일 개관한 프랑스 파리 코리아센터. 한국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데 모여 유럽에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허브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사진 이은주]

21일 개관한 프랑스 파리 코리아센터. 한국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데 모여 유럽에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허브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사진 이은주]

시작은 ‘지하방’이었다. 1980년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은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인근 아파트의 반지하와 지하 1층 창고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돈으로 150만 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입주한 귀한 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쉬운 게 늘어만 갔다. 찾아오는 이들이 급격히 느는 데 반해 공간은 협소했고, 누전·누수 사고를 심심찮게 겪었다. 그래도 예산과 부지 선정 등의 문제로 이사는 쉽지 않았다. 39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파리 문화원, 코리아센터로 확장
한식체험관·공연장·도서관 등 갖춰

20일(현지시간) 저녁 6시. 파리 미로메닐(Miromesnil)역에서 1분 거리에 있는 한 건물 밖에 마치 보란 듯이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개관 39년 만에 5배에 달하는 규모로 확장·이전한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의 새로운 보금자리 ‘파리 코리아센터’였다. 이날 이곳에선 공식 개원을 하루 앞두고 이를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 넓은 전시 공간에선 한국의 전통 색을 주제로 한국민속박물관과 연계해 준비한 ‘때깔’ 특별전이 열렸고, 관람객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에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축하 연주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빛의 화가’ 방혜자(82) 재불 작가는 “내가 파리에 온 지 60년이 다 돼 간다. 좁은 곳에 있던 문화원이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곳으로 옮겨온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플뢰르 펠르렝 전 프랑스 문화장관은 “이곳에서 요리 교실과 영화제 등 젊은 세대를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20일 코리아센터 공연장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개관 축하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20일 코리아센터 공연장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개관 축하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이번 개관으로 파리 코리아센터는 세계 32개 한국문화원 중 거의 꼴찌에 가까웠던 31번째 규모(753㎡)에서 4번째로 큰 규모(3756㎡)로 우뚝 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건물에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함께 들어서 LA, 상하이, 도쿄, 베이징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 코리아센터이자 유럽 최초의 코리아센터가 됐다.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K팝 열풍이 거세게 부는 시점에 드디어 유럽에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전진 기지가 마련된 셈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파리 코리아센터는 가운데 중정을 두고 18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다. 여기에 다목적 공연장(118석), 대규모 전시실(500㎡), 도서관(345㎡), 강의실(185㎡) 등 다양한 체험 시설을 갖췄다.  2016년 건물을 매입해 2년간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데 들인 예산은 총 839억원이다.
 
개원식에 참석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런던에 있던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이곳으로 옮겼다”며 “세 기관이 한 공간에서 협력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32년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근무하고 지난 7월 문화원장으로 부임한 전해웅 주한프랑스 문화원장의 감회도 남달랐다. 전 원장은 “대학 때 프랑스 문화원에서 영화를 보며 프랑스 문화에 가까워진 경험이 있는데, 지금은 반대로 한국에 대해 배우고 싶어 찾아오는 해외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제공할까 고민하는 입장이 됐다”고 했다. “이곳은 주변에 공유 오피스를 포함해 다양한 기업이 들어선 상업 지구여서 직장인들을 위한 런치 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개원식에는 비베트 로페즈 프랑스 상원의원, 조아킴 손 포르제 하원의원을 비롯해 소피 마카리우 기메박물관장, 재불작가 이배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코리아센터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내년 2월까지 이곳에선 20여 개의 행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웹툰 전시와 애니메이션 상영, VR(가상현실) 한국문화체험존, 현지 한류애호가협회 ‘봉주르 꼬레’와 함께 여는 ‘K드라마 파티’, 한식 아틀리에, IT(정보통신) 컨퍼런스 등이다. 오는 12월 8일 파리 공연장 팔레데콩그레에서는 국립무용단의 개원 축하 공연 ‘묵향’도 공연된다. 내년의 개관 40주년 프로그램도 이미 준비했다. 런던문화원과 협업하는 DMZ(비무장지대) 전시를 비롯해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젊은예술가협회 ‘아작’ 그룹전 등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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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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