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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피델리티, 펀드 판매수수료 없앤다

중앙일보 2019.11.21 17:39
피델리티인터내셔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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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회사 피델리티의 일본 법인이 다음달부터 온라인펀드 판매수수료를 폐지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일본 내 656개 펀드 전부가 대상
상품 판매하고 수수료 받는 데서
변호사처럼 자문료 받는 구조로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현재 일본 내 피델리티가 판매하는 656개 펀드 상품 전부가 ‘제로 수수료’ 대상이다. 펀드에 붙는 수수료에는 판매 수수료, 운용보수, 신탁보수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판매수수료를 없앤다는 얘기다. 판매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하면 고객에게 불필요한 매매를 부추겨 장기투자를 저해한다는 이유에서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 증권사를 중심으로 일부 펀드에 대해 수수료를 면제한 경우는 있었지만 모든 펀드에 대해 판매 수수료를 없앤 것은 피델리티가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피델리티의 이같은 정책 전환은 브로커리지(중개) 영업이 저물고,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장기투자 자산관리 업무가 떠오르는 업황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국내 증권·자산운용사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물론 판매 수수료 무료 혜택을 받기 위해선 인터넷으로 거래해야 하고, 운용보고서 등을 e-메일로 받아야 한다. 현재 일본 내에선 직접 영업점에 찾아와 펀드 거래를 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피델리티 관계자는 “피델리티는 장기투자와 노후관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며 “피델리티 연구에 따르면 은퇴 후에도 같은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연간 3% 수익을 내야하고 4% 때 현금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각종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은 크게 판매수수료·운용비·세금 등인데 우리가 줄일 수 있는 비용을 줄이는 게 고객 수익률을 맞추는 데 긴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펀드 판매수수료가 운용보수에 비해 현저히 높아 판매수수료 폐지 정도도 현재로선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일본 피델리티는 내년 중 금융청에 ‘투자조언 대리업’ 등록을 신청할 계획이다. 상품 판매에 대한 수수료 수입을 버리고, 마치 변호사가 법률 조언을 해주고 자문료를 받듯 투자 조언을 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최근 금융청 간부가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지내기에는 2000만엔(약 2억원)이 부족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예·적금에 돈을 묻어놓지 않고 투자를 해보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투자 조언을 원하는 수많은 고객에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문 담당 직원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피델리티 그룹은 비용을 낮추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제공하고 있는 로보 어드바이저 기능을 일본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피델리티의 수입 체계 변화는 장기투자 트렌드에 잘 맞고, 개인 자산관리사(IFA)가 주를 이루는 미국·영국 모델에 가까워진다”며 “수수료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피델리티 모델을 추종하는 움직임이 업계에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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