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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갑질단식" 비판···한국당 "이해찬 단식하면 칼퇴근 할 거냐"

중앙일보 2019.11.21 16:30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야외 단식 농성을 두고 여야 사이 설왕설래(說往說來)가 거세다. 단식에 돌입한 전날(20일)에는 단식의 ‘명분’이 화제였다면, 21일에는 한국당 당직자들의 비상근무를 두고 설전이 오갔다. 발단은 이날 오전 여의도에 돌았던 한 ‘받은글’이었다.
 
‘대표 소재지 근무, 30분마다 대표 건강상태 체크, 거동수상자 접근 제어, 대표 기상 시간(03:30)대 근무 철저, 취침에 방해 안 되도록 소음 제어, 미 근무 시 불이익 등. 과거 이정현 대표, 김성태 대표 단식 때는 혼자 했는데 이번에만 유독 4명씩 하루 2교대로 대표 지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사실관계가 확인되기도 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황제단식’ ‘갑질단식’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받은글’을 인용하며 이렇게 썼다.
 
“단식을 하면서 이렇게 폐를 많이 끼치는 건 처음 봅니다. 국민에 폐 끼치고, 정치권과 자기 당에 폐 끼치고, 하위 당직자에 폐 끼치는 단식을 뭐하러 합니까. 4명씩 하루 2교대로 천막을 지키는 당직자들이 무슨 죕니까. (중략) 이렇게 단식하면 동정 효과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아이고, 아주 가관이다”라며 “웰빙 릴레이 단식에 이어 황제 단식! 이러다 곧 대리 단식, 블루투스 단식도 할 지경”이라고 비꼬았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뉴스1]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뉴스1]

바른미래당도 가세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단식의 진정성은 없고, ‘의전왕’의 행태만 있다”며 “지금이라도 단식을 빙자한 ‘의전 쇼’는 멈추고, 제 1야당 대표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되찾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날 오후 ‘받은글’의 당사자인 한국당 당직자들이 나섰다.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이 “민주당은 ‘정당 정치’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낸 것이다. 상대 당 대변인의 비판에 대해 대변인이 아닌 실무 당직자들이 직접 반박한 건 이례적이다. 이들은 이렇게 썼다.
 
“향후 만약 정치적 상황에 따라 민주당 당 대표나 이해식 대변인이 단식을 하게 되었을 때 민주당 당직자들은 6시에 칼퇴근한 후 TV 드라마를 보거나 ‘죽창가’를 따라 부르고, ‘사케’나 마시라는 말인가? 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사무처 당직자가 단식 농성장에서 밤샘 근무를 서며, 여러 가지 ‘비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하던 중 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하던 중 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또 과거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치’를 예로 들며 “상대 당 총재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단식투쟁에 돌입하게 되면, 가장 먼저 달려와 위로해 주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자유한국당 사무처 당직자 일동은 황교안 당 대표의 단식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앞으로도 더욱 치열한 자세로 모든 것을 걸고 강력하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당 관계자는 사건의 발단이 된 ‘받은글’과 관련해 “한국당은 과거 대표들의 단식 때도 당직자들이 번갈아 가며 지원 근무를 했었다”며 “민주당 쪽에서 악의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국회와 청와대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어디서 단식 농성을 하는지 확인하고, 만일의 불상사나 건강상 돌발상황을 대비하며 근무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표 기상 시간대 근무라는 부분은 일반인과 기상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 정치인들의 단식은 자택이나 국회 내 등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된 곳에서 있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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