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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끊으러 서울역에서 용산역으로”…철도파업 이틀째 시민 불편 계속

중앙일보 2019.11.21 15:51
21일 오후 서울역 매표소 앞에는 표를 사거나 환불하려는 승객들이 긴 줄을 섰다. 매표창구는 대체인력들이 맡았다. 김태호 기자

21일 오후 서울역 매표소 앞에는 표를 사거나 환불하려는 승객들이 긴 줄을 섰다. 매표창구는 대체인력들이 맡았다. 김태호 기자

철도노조가 기약 없는 총파업에 나선 지 이틀째인 21일 오후 1시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서울역 표 끊는 곳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줄을 섰다. 이 줄은 한 시간 넘게 줄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더 길어졌다. 창구 유리창 앞엔 ‘매표 직원의 파업으로 이용에 불편하게 해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재 지원 인력으로 운영 중이기 때문에 업무가 미숙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상·하행선 약 100편 끊겨…외국인 “파업인 줄 몰라”

창구 앞쪽에는 파업으로 운행이 끊긴 열차 시간표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서울역을 출발하는 열차 52편과 서울역으로 오는 열차 56편 운행이 끊겼다. 안내문 옆에는 ‘운행이 중지된 열차 승차권은 승차 일로부터 1년 이내 반환할 수 있다’는 내용도 적혀있었다.
 
김현숙(74)씨는 이 안내문 앞에 서서 볼펜을 꺼내 메모지에 운행이 중지된 열차 시간을 적고 있었다. 김씨는 이번 학기부터 인천의 한 대학원에 다닌다고 했다. 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듣기 위해 집이 있는 천안에서 KTX를 타고 오전 9시쯤 서울역에 온다. 오전에 볼일을 보고 학교에 가서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수업이 끝나면 보통 오후 10시 차를 타고 천안에 돌아간다. 김씨는 "타야 할 열차가 없으면 용산역에 가서 표를 끊어야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정기적으로 기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김현숙(74)씨는 운행중지된 열차시간표를 확인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21일 오후 김현숙(74)씨는 운행중지된 열차시간표를 확인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김씨처럼 시민들은 예매한 승차권과 운행이 끊긴 열차 목록을 확인하기 위해 안내문 앞에 모여들었다. 서울역에서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해 오후 2시 31분 대전역에 도착하는 기차표를 손에 쥐고 운행이 끊겼는지 안내문을 확인하던 한복남(46)씨는 “다행히 예매한 기차가 취소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안내문도 외국인에겐 쓸모없었다. 일본에서 혼자 여행 온 카오리 카와바타(38)씨는 안내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자 “열차표를 사야 하는데 안내문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외국어로 안내가 안 되어 있는데 표 끊는 법을 알려줄 수 있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는 KTX가 파업인 줄 몰랐다고 했다. 이날 서울역에는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외국인을 위한 파업 안내문은 찾기 어려웠다. 
 

운행률 60~80% 수준…퇴근길 ‘혼잡’ 예상

이날 KTX 등 열차 운행률은 60~80% 수준을 유지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는 평소의 약 68%만 운행했다. 새마을·무궁화호는 60% 안팎만 운행했다. 수도권 전철은 운행률이 82%였다. 20일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들어가 출근시간대 대란은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날 거라 예상했지만, 출근시간대에 대체인력이 투입돼 평소 운행률의 약 92%를 유지해 큰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퇴근시간대는 출근시간대보다 적은 84%의 열차만 운행한다.   
[뉴스1]

[뉴스1]

코레일 측은 열차 출발이 지연되거나 지연이 예상되면 다른 열차를 이용하도록 무료 환승 편을 제공하기로 했다. 코레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는 이런 안내와 함께 '파업 기간 승차권 환불시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이라는 내용도 공지됐다. 
 

파업 장기화 땐 승객·물자수송 차질도

앞서 지난 19일 코레일 노사 양측은 ▶임금 4% 인상 및 2020년 4조 2교대 도입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 및 자회사 처우 개선 ▶KTXㆍSRT 연내 통합 등을 놓고 밤샘협상도 벌였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건 3년 만이다.
 
노조는 4조 2교대를 운영하려면 약 4600명을 더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아예 인력 충원을 반대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철도 파업 현장점검에서 “인력 충원은 국민부담 가중할 우려가 있다”며 철도노조 파업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파업이 더 길어지면 승객 불편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말에는 서울 일부 대학 입시일정이 예정돼 수험생 불편도 예상된다. 또 철도수송이 필요한 물자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경찰 측은 파업과 관련해 "별도 수험생 수송이나 물류대란을 대비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청와대와 국회 등에서 집회를 열고 요구안을 전달한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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