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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굽혀 걸어보자, 인디언처럼

중앙일보 2019.11.21 13:00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48)  

땅덩어리가 넓은 북미대륙에서 인디언 부족은 빠른 속보로 걸어야 사냥하거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장거리 주행에 알맞은 인디언의 보법이 생겼다. [사진 pixabay]

땅덩어리가 넓은 북미대륙에서 인디언 부족은 빠른 속보로 걸어야 사냥하거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장거리 주행에 알맞은 인디언의 보법이 생겼다. [사진 pixabay]

 
무릎
인디언 무릎굽혀걷기는
파동 쳐 흐르는 세상을 읽으러 나갔다
부서짐을 부끄러워 않는 돌부리
향기를 비교 않는 키 작은 들꽃
비에 젖은 날개들의 목소리 듣고는
시위 떠난 화살처럼 가벼이 날아
멀리 별을 닮은 벗을 찾는단다
무릎에도 눈과 귀가 달려서
길 없는 길에서도 제 몸을 잃지 않는단다
 
그런가
 
상인방 위 액자에 흑백사진 몇장
보물 지도가 숨어있었다
들어갈 곳과 나올 때가 겹쳐있었다
어머니는 샛별이 맛본 우물을 길으시고
아버지는 시장통에서 달빛처럼 절하셨다
허리가 쉴 땐 밤늦도록 무릎을 굽혀
잠자는 내 하루를 귀담아들으셨다
 
그런데 당나귀 뼈 내 무릎은
어디서 춤추는 중인지
 
해설
한의원에 무릎관절통과 허리통증으로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무릎과 허리가 한번 망가지면 삶의 질이 급격히 나빠진다. 등산이나 달리기, 산책은커녕 조금만 오래 걷거나 한 자세로 앉는 것마저도 무릎, 허리통증으로 불편해진다. 최근에 인공무릎 치환수술이나 척추수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 노인성, 퇴행성 변화가 많아져 그런 게 아니다. 주로 잘못된 자세로 일하고, 잘못된 운동방법으로 무릎과 허리에 부담을 주어 스포츠부상을 입어 생긴 질환이 많다. 미리 예방하면 고생을 면할 수 있다.
 
운동장이나 산책로에 나가보면 허리를 곧추세우고 가슴과 양팔을 잔뜩 긴장한 채 휘젓고, 땅을 쿵쿵거리며 뛰듯 걷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볼 때마다 한마디 충고하고픈 생각이 간절하다. 그런 자세와 운동방법이 유산소운동으로 다이어트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무릎과 허리를 망가뜨리는 나쁜 자세란 걸 모른다.
 
은퇴하고 첫 번째 찾는 운동이 등산이다. 몇 년 재미를 붙여 높은 산과 장거리 산행을 즐기다가 무릎이 망가져 등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사진 pixabay]

은퇴하고 첫 번째 찾는 운동이 등산이다. 몇 년 재미를 붙여 높은 산과 장거리 산행을 즐기다가 무릎이 망가져 등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사진 pixabay]

 
남자들이 은퇴하고 첫 번째 찾는 운동이 등산이다. 그럼에도 몇 년 재미를 붙여 높은 산과 장거리 산행을 즐기다가 무릎이 망가져 등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올라갈 때는 그럭저럭 견디다가도 하산할 때 무릎이 떨어질 듯 아파 엉금엉금 횡보하는 사람이 많다. 몸에 좋다고 조깅이나 마라톤에 입문했다가도 무릎을 다쳐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모두 잘못된 운동자세 탓이다.
 
북미대륙은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인디언 부족이 뜨문뜨문 퍼져 사는 덕분에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어슬렁거리듯 걷기보다는 조금 빠른 속보로 걸어야 사냥하거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장거리 주행에 알맞은 인디언의 보법이 생겼다. 그 보법은 아주 특색이 있다. 그들은 무릎을 조금 굽히고 걷거나 달린다. 서 있을 때도 무릎을 쫙 펴지 않는다. 심지어 잘 때도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잔다고 한다.
 
 
장거리 주행에 알맞은 인디언 보법은 무릎을 조금 굽히고 걷거나 달린다. 서 있을때도 무릎을 쫙 펴지 않는다. 심지어 잘 때도 약간 구부리고 잔다고 한다. [사진 pixabay]

장거리 주행에 알맞은 인디언 보법은 무릎을 조금 굽히고 걷거나 달린다. 서 있을때도 무릎을 쫙 펴지 않는다. 심지어 잘 때도 약간 구부리고 잔다고 한다. [사진 pixabay]

 
나는 환자들에게 인디언보법대로 무릎을 굽혀 걷는 법을 안내하고 보급한다. 처음 온 환자들이 가장 쉽게 알아듣는 방법이 제자리 뛰기다. 온몸에 힘을 빼고 그냥 제자리에서 뛰어보라고 시켜보면 누구나 무릎을 굽히고 뛴다. 또 제자리 뛰기의 특징은 발바닥이 땅에 닿는 부위가 발뒤꿈치가 아니다. 누구나 뒤꿈치를 살짝 들고 제자리 뛴다. 발가락 뿌리 부분이 먼저 닿는다. 땅을 쿵쿵 울리면서 뛰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 모든 동작이 자연스럽고 본능적이다. 인디언보법은 이런 걷기본능을 살려 최적화한 것이다.
 
기공체조나 태극권에서도 기본자세와 보법은 무릎을 살짝 굽힌다. 배구나 테니스, 야구선수도 수비할 때 무릎을 굽히고 준비 자세를 갖춘다. 무릎을 뻣뻣이 취하면 빠른 동작이 나오지 못한다.
 
기공체조에서 기본자세를 참장공이라 부른다. 가만히 서서 자신의 자세를 가다듬고 호흡을 안정시키며 기의 흐름을 느끼며 조정하는 자세다. 온몸의 경락과 기의 흐름이 원활하도록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인다. 이때 모든 관절부위가 접히거나 뻣뻣해지는 걸 막아야 한다. 관절은 일종의 도로 방지 턱이다. 잘못하다가는 기(氣)가 관절에서 차단된다. 그런 게 부상이다. 목, 어깨, 등, 팔꿈치, 허리, 사타구니, 무릎, 발목 등 관절이 부드럽게 열려야 한다. 제일 중요한 부위가 무릎이다.
 
 
한번 시험 삼아 양발을 어깨넓이로 벌리고 서 보시라. 무릎을 뻣뻣하게 곧게 펴고 서면 엉덩이 근육이 긴장되고, 허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며 턱은 숙여지고 양어깨가 위로 치솟는 걸 느낀다. 그 이유는 늑골과 횡격막이 긴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호흡근이 딱딱해져 복식호흡을 못하고 흉식호흡만 하게 된다. 흉식호흡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한다.
 
기공체조나 태극권 참선 등에서 단전을 통한 복식호흡은 기 순환을 통해 정신통일을 이루고 혼과 육의 일체감을 느끼는 기본수련 방법이다. 흉식호흡은 1분에 17회 정도 이뤄지나 복식호흡을 하면 1분에 5회 이하로도 산소공급이 충분하게 된다. 이때 나오는 뇌파는 안정적이며 느린 파형이다. 이런 상태에서 쉽게 명상상태가 된다. 호흡도 깊어져 마치 무릎과 발바닥으로 호흡하는 느낌을 받는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서는 동작만으로도 허리가 부드러워진다. 어깨는 내려오고 머리가 살짝 들려 저절로 멀리 바라보는 자세가 나온다. 인디언이 먼 사물과 장소를 잘 보는 이유가 이런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일화가 있다. 인디언이 오래달리기를 잘한다고 해서 마라톤을 시켜보았더니 기록이 선수들보다 처지더란다. 왜 그런가 하고 물어보았더니 자기네는 온종일이나 며칠에 걸쳐 장거리 달리는 걸 잘하지 단지 두 시간 남짓 전력 질주하는 거는 약하다고 말하더란다. 실제로 무릎 굽혀 걷기를 해 보면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다. 그러나 부상을 당하지 않고 평생을 사용해도 아무 이상이 없게 된다. 특히 등산할 때 무릎을 굽히고 언덕을 오르거나 내려오는 동작은 필수이다.
 
흔들리는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서보면 생각보다 탄력 있게 대처할 수 있어 덜 피로하다.
 
인디언처럼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걸으면 언제나 발바닥 앞쪽이 먼저 땅에 닿게 된다. 발꿈치가 먼저 땅을 디디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 조상들도 마당이나 마루에서 아이들이 쿵쿵거리며 걷는 걸 싫어하셨다. 어머니인 대지가 깜짝 놀란다고 말씀하시며 가슴을 쓸어내리셨다. 어디서든 발뒤꿈치로 쿵쿵거리며 걷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꼭 생떼를 부리는 모습이 연상되지는 않는지.
 
어려서 살던 집 마당에 우물이 있었다. 정화수 떠 놓고 천지신명께 비시던 할머니와 어머니 모습이 선하다. 더운 여름에 등목을 시켜주시던 아버지 손길도 그립다.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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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윤경재 윤경재 한의원 원장 필진

[윤경재의 나도 시인] 시를 시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쓰기를 어려워들 합니다. 그러나 시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이든 아니든 시를 쓰면 모두 시인입니다. 누구나 그저 그런 일상을 살다가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 특별한 체험이라면 감정을 입혀 쓰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시인으로 등단한 한의사가 연재하는 시를 보며 시인이 되는 길을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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