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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으로 어디까지 해봤나요…25년째 새로운 독주회

중앙일보 2019.11.21 12:41
1995년부터 세종문화회관, 이화여대 김영의홀, 롯데콘서트홀에서 매년 독주회를 열고 있는 오르가니스트 김희성. [사진 스테이지원]

1995년부터 세종문화회관, 이화여대 김영의홀, 롯데콘서트홀에서 매년 독주회를 열고 있는 오르가니스트 김희성. [사진 스테이지원]

파이프 오르간은 바람을 이용해 다양한 소리를 낸다. 피아노와 같은 건반을 누르지만 플루트ㆍ트럼펫ㆍ클라리넷 소리까지 낼 수 있다. 많은 악기 소리를 포함하기 때문에 '건반의 오케스트라'라 불리기도 한다.

25일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 여는 김희성

 
오르간 연주자 김희성(58)은 미국에서 오르간을 공부하고 1995년 귀국한 후 매년 독주회를 열었다. “사람들에게 알리기가 너무 어려운 악기다. 일단 청중은 연주자의 뒷통수만 보고 있어야 하고(웃음) 음악하는 사람도 오르간에 대해 잘 모를 정도다.”  
 
오르간을 알리기 위해 낸 아이디어는 다양했다. 동양화가 이종목의 그림을 무대 스크린에 띄우고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했고(2009년), 무대 위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사이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를 오르간으로 연주(2011년)하기도 했다. 지난해 다시 ‘동물의 사육제’를 연주할 때는 자폐아동들의 동물 그림을 무대에 띄우면서 사회적 메시지와 음악을 결합했다.

 
오르간은 보통 종교음악과 뿌리를 같이 한다. 비용과 규모 때문에 일반 콘서트홀에는 설치된 곳이 거의 없다. 하지만 김희성은 2010년 색소폰과 함께 재즈 음악을 연주하며 오르간 음악의 범위를 넓게 탐색했다. 뿐만 아니라 베토벤이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협주곡 ‘황제’, 홀스트의 오케스트라 작품인 ‘행성’을 오르간으로 바꿔 연주했다. 2008년엔 성우 배한성을 등장시켜 오르간의 원리와 연주법을 설명하는 무대도 마련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이유는 “평범하게 연주해서는 청중과 소통하기가 어려운 악기기 때문”이다. 김희성은 “사람들은 오르간이 웅장하고 큰 소리를 내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기계를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 무한한 가능성을 보기 위해 매년 새로운 무대를 마련한다.

 
김희성은 "오르간 연주는 무대 연습만 사흘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스테이지원]

김희성은 "오르간 연주는 무대 연습만 사흘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스테이지원]

올해 여는 공연은 대형 오케스트라와의 만남을 주제로 한다.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진이 지휘하는 과천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과 길망의 교향곡 1번을 들려준다. 단원 80명이 함께 하는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다. 김희성은 “25년동안 수많은 시도를 해봤지만 아직 한국음악과 협업을 못해봤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마땅한 곡을 찾지 못해서인데, 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은 결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첫 독주회를 열 때는 주위에서 2~3년 하다 그만두겠지 하고 생각하더라.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고 열심히 했는데, 이제는 이 자체로 공부이고 교육자로서 좋은 길이라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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