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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한’ 없다, 최선희 나와라” 北으로 공 넘긴 비건

중앙일보 2019.11.21 12:04
2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겸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상원 외교위 홈페이지 캡처]

2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겸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상원 외교위 홈페이지 캡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특별대표가 “연말 시한은 북한 스스로 설정한 것이지 우리의 데드라인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2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다. 이날 외교위 전체회의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청문회에 비건 대표는 북한 관련 언급도 길게 했다. 비건 대표의 발언을 통해 향후 북ㆍ미 협상 포인트를 짚어봤다.  

비건, 부장관 지명 후 20일 상원 외교위 청문회
"우리에겐 연말 데드라인 없어..내 상대는 최선희"

 

①연말 데드라인 신경 안 쓴다

 지난 2월 26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며 김명길(오른쪽)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지난 2월 26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며 김명길(오른쪽)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비건 대표는 “우리에게는 연말 시한이 없다”면서 “이는 인위적으로 북한이 설정한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비건 대표는 “불행히도 그들 스스로에게 설정한 데드라인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시정연설을 통해 “연말까지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요구했다. 미국은 여기 구애받지 않겠다는 말인데, 연말 전에 ‘새로운 셈법’을 받아내지 못 하면 김 위원장의 ‘교시’를 지키지 못 하는 건 북한 쪽이 된다. 선택도 북한이 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런 구도가 되면서 연말이 다가올수록 미국은 여유로운 반면, 북한은 초조해하는 모양새다. 한ㆍ미 외교가에선 “김 위원장의 육성으로 협상 시한을 그은 것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자승자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건 대표는 비관적인 징후들도 솔직하게 밝혔는데,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했다는 의미 있거나 검증 가능한 증거가 아직 없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대화가 시작된 이후로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멈추지 않고 있나’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②최선희 콕 집어 “나와라”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청사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청사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비건 대표는 부장관직 수행으로 대북 집중도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와 관련해 “오히려 (미 정부 내 관심을)더 끌어올리게 될 것이고, 북한에도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최선희 부상의 실명을 수 차례 거론하면서 “나와 협상할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그(최선희)는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고위급 인물”이라면서 “지금까지는 의미있는 방식으로 협상에 참여하지 않아왔다”고도 했다. 
비건 대표가 국무부의 ‘넘버 투’로 올라가면서, 직제상 북한 외무성 차석인 최선희 부상과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대미특별대표 직함으로 김혁철ㆍ김명길 등 권한 없는 인물들을 앞세우지 말고 “김 위원장에게 직보할 수 있는 최선희를 협상장에 내보내라”는 말도 된다.    
 

③3차 정상회담? 옛날로 회귀?…“北 도발하면 큰 실수”

올해 6월 30일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못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올해 6월 30일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못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비건 대표가 “연말 데드라인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동시에 비슷한 시각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부상은 2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이후라면 모르겠지만, 그전에는 이제 핵 문제가 협상탁(테이블)에서 내려졌다”며 강경 발언을 했다. 공히 북·미 협상을 관장하는 이들이 날선 말을 주고 받은 셈이다. 
비건 대표는 또 “(연말이 지나)북한이 다시 도발로 회귀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큰 실수(a huge mistake)가 될 것이며, 북한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외교적 기회의 창문이 열려있다”고 경고했다.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동시에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은근히 압박하는 발언이었다.
3차 북ㆍ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비건 대표는 “있을 수도 있지만 대통령은 진짜 (비핵화)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벌언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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