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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퍼스펙티브] 한국당, 절박한 심정으로 ‘변혁’과의 통합 이뤄내야

중앙일보 2019.11.21 00:16 종합 26면 지면보기

보수 통합 성공의 길

황교안(左), 유승민(右).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황교안(左), 유승민(右).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자유한국당은 수명을 다했습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습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입니다. 깨끗하게 해체해야 합니다. 비호감 정도가 역대급 1위입니다. 감수성이 없습니다. 공감 능력이 없습니다. 소통 능력도 없습니다.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함께 물러나고, 당은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합시다.”
 

한국당 비호감도 60% 넘고 지지율도 하락세
보수 통합 없이는 총선 승리 가능하지 않아
패배의 두려움이 있을 때 비대위 들어서면
보수 통합·혁신의 폭 예상 뛰어넘을 수 있어

자유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장 김세연은 ‘좀비 같은 자유한국당’은 완전 해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충격적 제안을 했다. 단언컨대 별로 충격을 받지 않는 당의 모습이 더 충격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되었을 때도 그만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던 당이니 말해 뭣하겠는가. (반대자들에게) 새누리당은 분노와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은 조롱과 경멸의 대상일 뿐이다.
 
자유한국당은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위기에 빠져 있다. 위기의 핵심은 황교안 대표다. 쫓기듯 던진 어설픈 제안이 황 대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6일 보수 통합을 제안하기 전에는 보수 통합이 화두였지만, 지금은 황교안 체제 유지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황교안 대표체제로는 통합도, 혁신도, 승리도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던져야 할 순간에 ‘거절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함으로써 위기를 자초했다. 정치인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지도자는 아무나 될 수 없다. 지도자는 담대해야 한다. 국민이 100을 기대할 때 130을 던지는 게 지도자다. 70으로는 감동도 줄 수 없고, 이끌 수 있다는 믿음도 줄 수 없다. 이끌 수 없다면 지도자가 아니다.
  
‘묻지마’식 보수 통합 경계해야
 
김세연. [뉴스1]

김세연. [뉴스1]

“이번 총선에서 국민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무책임한 답은 무능을 확인시킬 뿐이다. 지지율은 떨어지고, 언론은 싸늘하고, 검찰의 칼은 다가오고 있다. 경쟁자들은 낙마를 기다리고, 보수 통합은 지지부진하고, 사퇴 여론은 퍼지고 있다.
 
예상할 수 있는 네 개의 시나리오가 있다. ①황교안 체제 유지→보수 통합 무산→야권 지리멸렬 ②황교안 체제 유지→보수 통합 성사→2016년 구도 복원 ③황교안 체제 붕괴→비대위 전환→보수 통합 성사 ④황교안 체제 붕괴(혹은 유지)→보수 통합 무산→개혁 보수와 수구 보수의 전면 분열.
 
이중 ② ③ 시나리오의 보수 통합을 위해서는 비핵화처럼 ‘최종상태(end state)’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탄핵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그룹, 탄핵을 소극적으로 부정하는 그룹, 탄핵을 소극적으로 인정하는 그룹이 중심이다. 탄핵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그룹은 공간이 거의 없다. 탈당했으면 복당하지 말았어야 했다.
 
보수 통합이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면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탄핵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그룹, 탄핵을 소극적으로 인정하는 그룹, 그리고 아마도 탄핵을 소극적으로 부정하는 그룹까지는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탄핵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그룹까지 함께 하자는 ‘묻지마 통합’으로는 탄핵의 강을 건너다가 빠져 죽을 수 있다.
 
우리공화당보다 우측에 있는 그룹과 우리공화당은 보수 통합의 배제 대상이다. 우리공화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 있는 그룹도 우선 협상 대상은 아니다. 협상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퇴진파 의원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 협상에서 보수 통합의 ‘end state’가 합의된 후에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사이에 있는 그룹이 참여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당명을 바꾼)‘통합 보수 신당’이 출범한 후에는 ‘변혁’과 민주당 사이에 있는 인사들도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인적 혁신 위해선 비대위 체제로 가야
 
①번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비호감도가 여전히 60%를 넘고, 당 지지율과 황 대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수 통합 없이도 승리가 가능하다는 전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황 대표와 주변 참모의 전략적 오판 때문에 보수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바른미래당과 ‘변혁’도 사실상 분당 상태이기 때문에 야권의 지리멸렬로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다. 가능성 15%.
 
②번 시나리오는 여전히 가능성이 가장 높다. 복잡한 함수인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와 취약한 리더십이 큰 걸림돌이지만 절박감이 보수 통합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크다. 황 대표도 변혁과의 통합을 우선시하는 듯하고, 중재를 맡은 ‘자유와 공화’의 박형준도 탄핵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쨌든 탄핵의 강은 건널 것이다. 다만 혁신 없는 통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명은 바꾸겠지만, 사람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16년 총선 구도 복원은 성공하겠지만, 20대 총선에서 야권 분열의 호재를 공천 파동으로 다 날린 것처럼 문재인 정권 심판의 바람도 공천 내홍으로 날릴 수 있다. 가능성 35%.
 
③번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수 통합이 황교안 체제를 살릴 가능성보다 황교안 체제 붕괴가 보수 통합을 살릴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2012년 총선과 2016년 총선 모두 비대위 체제가 승리했다. 패배할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오고 승리에 대한 절박감이 극에 달할 때 비대위가 들어서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 당 이름도 맘대로 바꿔도 된다. 본보기로 거물을 날려도 저항하지 못한다. 모두가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굴욕을 참아낸다. 한마디로 비상계엄이다. 계엄사령관인 비대위원장의 말이 곧 법이다. 그가 엄지손가락을 올리면 살고, 내리면 죽는다. 당과 개인도 ‘살고 보자’는 생존 본능만 남았을 때, 혁명과 혁신은 성공한다. 자유한국당은 비대위 체제가 아니면 인적 혁신은 불가능하다. 보수 통합과 보수 혁신의 폭과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파격적인 인재 영입도 가능하다.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 체제에 버금가는 전열을 갖출 수 있다. 민주당에는 위협적인 시나리오다. 가능성 20%.
  
한국당, 결단의 시간 다가와
 
④번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꽤 높다. ③번 시나리오의 약점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2012년 박근혜 비대위처럼 대주주가 직접 나서거나, 2016년 김종인 비대위처럼 대주주(문재인)가 전폭적으로 밀어줄 때 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은 비대위 체제를 강력하게 받쳐줄 대주주가 없다. 결국 황교안 체제의 유지나 붕괴와 상관없이 개혁 보수와 수구 보수가 탄핵 책임을 둘러싸고 다시 전면 분열할 수 있다. 복당파들이 다시 탈당할 수도 있다.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당으로 야권이 분열됨으로써 여당인 신한국당이 승리한 1996년 총선 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 가능성 30%.
 
황 대표의 생각이나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①과 ②의 가능성은 점점 줄고 ③과 ④의 가능성은 점점 커질 것이다. 이문열은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에서 “지금 이 난리법석은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는 전야인가, 아니면 길을 잃고 자포자기하는 마지막 밤인가?” 묻고는 “내가 보기에는 어둠의 밤이 새로운 시대의 전날 밤이 아니라 아직 덜 끝난 시대의 마지막 밤 같다니까. 진짜 어둠은 아직 남은”이라고 체념적으로 답했다. 2020년 총선은 보수 진영에 깊은 절망을 안겨 주는 ‘시대의 마지막 밤’일까, 큰 희망을 안겨 주는 ‘전야’일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키워드
최종상태(end state)
군사 용어. 군사작전을 통해 달성해야 할 아군과 적군의 군사적 상황을 말한다. 임무와 작전의 목적을 기초로 군사력이 지향되어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설정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의 최종상태로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를 요구한다.

변혁
바른미래당 퇴진파 의원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약자. 개혁 보수를 지향하며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통합논의를 추진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를 맡아오다가 지난 14일 물러나며 오신환 원내대표가 신임 대표로 추대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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