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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탈원전 집착 버려야 전기료 인상 요인 줄인다

중앙일보 2019.11.21 00:14 종합 29면 지면보기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한국전력(한전)의 3분기 영업실적이 얼마 전 발표됐다. 상반기에 920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한전이 여름철에 증가한 전력 판매 덕분에 3분기에는 1조 2000여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런데도 올 3분기 영업흑자 규모는 2011년 이래 최저치다. 올해 영업 적자는 지난해 적자(-2080억원)를 훨씬 초과할 전망이다.
 

탈원전으로 원자력 발전 줄어드니
이익 줄고 적자 커져 요금인상 압력

이처럼 커지는 한전 적자는 원자력 발전이 줄어든 반면 단가가 훨씬 비싼 LNG 발전이 늘어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전이 원전에서 생산한 원자력 전기를 사는 단가는 ㎾h당 62원이고 LNG 전기는 121원이다. 여러 발전원으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한전은 평균 90원에 전기를 사서 109원에 판다.
 
원자력 전기는 ㎾h당 47원의 이익을 내며 팔기 때문에 지난해 한전이 원자력 전기 판매를 통해 거둔 이익은 5조 9000여억원이었다. 반면 LNG 전기를 팔아 손해를 본 금액은 1조 7000억원이 넘는다. 거기에 더해 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 지급된 비용이 2조 500억원가량 된다.
 
원자력 전기 판매 수익은 LNG 전기 판매 손해액과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충당하고도 남는 규모다. 그렇지만 그 잉여액이 탈원전 기조에 따른 원자력 발전량 감소로 인해 대폭 줄었으니 전기요금 인상이 없는 한 한전의 적자는 불가피한 것이다.
 
콩값·두부값 발언을 통해 한전 적자 문제 해소를 위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암시해 왔던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전기요금 특례 할인제 폐지안을 내놨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고, 김 사장은 며칠 뒤 “정부와 협의할 문제”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정부의 한전 전기요금 인상안 수용 불가 입장이 쉽사리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천명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한전의 소액주주들은 전기요금 인상을 못 하게 강요한 행위가 부당하다고 산업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에 확정된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에 수립해 국제적으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더 강화했다. 이는 기존 국외 감축 목표량을 줄여 국내 감축분을 5800만t 늘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달성하기가 요원해졌다.
 
우선 탈원전이 진행된 지난 2년간 화력발전 증가로 인해 발전부문에서 온실가스만 무려 3600만t이 늘었다. 한국이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상한 목표량인 5억 3600만t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1000만t을 줄여가야 하는데 오히려 지난 2년간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늘어났다. 2018년 배출 상한 목표치와의 차이가 5000만t을 넘어 그 배출량은 약 7억 2000만t에 이른다. 더군다나 탈원전을 전제로 한 이 계획에서는 발전부문 추가 감축 잠재량이라 돼 있는 3410만t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도 없다.
 
100만 ㎾ 원전 1기 발전량을 LNG 발전으로 대체하면 연간 약 350만t의 이산화탄소가 더 발생하고,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은 4500억원가량 늘어난다. 그런데 탈원전 정책에 따르면 2030년까지 910만 ㎾ 용량의 원전이 퇴역하게 된다. 현재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 4 호기 용량까지 고려하면 약 1200만 ㎾의 원전이 사라진다.
 
이들 원전만 되살려도 연간 4200만t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되고 5조 40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더 생긴다. 정당한 근거 없이 시작된 탈원전 정책에 집착하지 않으면 전기요금 문제와 온실가스 문제도 해법은 있다. 이제라도 시대착오적 탈원전 미망(迷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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