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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施善集中)] 기부 확산 위해 법 제·개정 시급 … 선진국은 각종 세제 혜택

중앙일보 2019.11.21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4면 지면보기
최근 들어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 분야의 재정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
한국, 상속보다 생전 증여 비율 높아
증여세 감면하면 고액 기부 늘 듯
20대 국회, 관련 법안 34건 계류 중

사회적 문제를 모두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면 재정은 과다하게 팽창할 것이며, 결국 재정적자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된다. 따라서 민간의 공익사업 참여가 필요하다. 선진국일수록 정부보다 민간의 역할 비중이 더 높다. 국가는 공익사업을 지원·유도하기 위해 특례 규정을 마련해 공익법인, 공익법인에 기부하는 개인 또는 법인에 세제상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기부 활성화를 저해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고액 기부, 유산기부 유도하는 선진국=선진국은 세금을 깎아줘서라도 부자가 기부를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세금은 줄지만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사회 전체로 봐서는 얻는 게 많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영국이 개인기부 천국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국은 2011년 ‘레거시10(Legacy 10)’이라는 방식을 도입했다. 유산의 10%를 기부하면 상속세율을 40%에서 36%로 낮춰줌으로써 세금을 10% 깎아준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의 재산은 2011년 당시 약 30억 파운드(약 5조1300억원)로 영국에서 6위였다. 그는 2011년 ‘레거시10’에 참여한다는 생전 유언장을 썼다. 그가 전 재산을 물려준다면 재산의 10%인 3억 파운드(약 5130억원)는 자동으로 자선단체에 간다. 그후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을 때 원래대로라면 10억7988만 파운드(1조8472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레거시10’ 덕분에 9억7189만 파운드(1조6624억원)로 줄어든다.
 
우리나라도 기부 활성화 및 고액 기부 유도를 위해 ‘Legacy10’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도입하면 영국처럼 개인이 공익법인·자선단체에 생전 재산의 10%를 기부할 경우, 상속세 10%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일하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은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 상속증여세는 47조9000억원이다. 이중 상속세는 20조5000억원, 증여세는 27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국세청 국세통계연보 2019). 생전에 재산을 증여하는 사람의 비율이 상속보다 높다는 현실을 반영해 생전에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사람에게 증여세를 감면하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고액 기부가 활성화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제도를 도입할 경우 세수 부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은 줄지만 거액의 기부금이 자선단체로 유입돼 사회복지서비스에 투입되므로 사회 전체로는 얻는 게 더 많다는 게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다.
 
 
◆상속세 감면, 기부연금제 도입 등 필요=자선단체와 전문가 등은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상속세 감면(영국의 Legacy10), 기부연금제도 도입, 유류분 제도 개선, 기부자 유족의 재단 활동 제한 완화, 유언의 요식성 완화 등을 꼽는다.
 
기부연금제도란 개인이 현금이나 부동산을 공익법인 등에 기부할 경우 기부액의 일정 비율을 본인이나 가족에게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미국 등에서는 이미 정착됐다. 1843년 도입된 미국의 기부연금 적립금 규모는 현재 150억 달러를 상회한다. 기부연금 수령자는 총 9385명으로 평균 수급연령은 79세이고, 평균 14년간 연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기부자가 재산을 기부금 모집자인 공익법인 등에 기부할 경우, 기부연금 약정계약 등에 따라 그 일부를 국민연금공단 또는 보험사 등이 운영·관리하며 기부자나 가족에게 일정 기간 연금을 지급하는 체계로의 개선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유류분 제도란 상속인이 사망자의 재산 일부를 본인 몫으로 주장할 수 있는 제도다. 전통적으로 가족공동체 유지 기능, 상속인 부양 기능에 따라 인정되고 있으나,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상속인이 이미 경제적으로 안정된 연령에 도달한 경우가 많아 부양 기능이 약해졌다. 이에 따라 유류분 제도도 시대 변화에 맞춰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산기부 관련 법안 제·개정안 3건 발의=20대 국회에는 ▶유산기부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유산기부 활성화와 관련한 3건의 법률 제·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유산기부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추미애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기부문화 활성화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만큼 유산의 사회환원 의향이 실제 기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법·제도적 뒷받침을 하기 위해 법률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김병욱 의원은 “유산기부를 통한 부의 사회 환원을 장려하고자 상속재산의 10% 초과 기부 시 상속세를 10% 감면하는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원혜영 의원은 “유산기부 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가족상속의 대상과 범위를 과도하게 법적으로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기부·비영리법인 활성화 등에 관련된 법률 제·개정안이 34건 발의됐으나, 2건만 원안 가결되고 나머지는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 제·개정안 34건이 발의돼 소관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라면서 “유산기부를 포함한 기부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제·개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도 필요

현재 국내의 기부 관련 법과 정책은 후진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종종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특히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은 지나친 규제로 기부문화 활성화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현실을 반영해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법은 모집비용을 기부금품 규모에 따라 ‘100분의 15이내의 범위’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개별 단체의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 일률적 규정이다. 이런 규제는 합당하지 않다.
 
모집비용은 투명하게 공개하면 되고 비율을 규제할 문제가 아니다. 모금액 중에서 모집비용을 얼마나 썼는지를 정부가 규제할 것이 아니라, 기부자가 판단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권유하면 된다.
 
기부금품의 모집비용 충당비용을 ‘100분의 30’으로 높이고, 모집된 기부금품을 모집비용으로 사용하는 금액과 사업 목적에 사용하는 금액으로 구분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공익법인 등의 기부금품 모집등록절차를 일원화해 기부금품 모집·사용에서의 불필요한 중복규제를 해소해야 한다. 현행법은 온라인을 통한 기부금품의 모집과 이를 돕는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 등 기부환경의 변화에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
 
 

유산 기부에 대하여 … NPO 단체장들의 한마디

한국컴패션 서정인 대표
유산기부는 액수와 상관없이 ‘나눔의 삶’이 가진 아름다운 가치를 전하려는 소중한 마음입니다. 유산기부 캠페인을 통해 지금도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전 세계의 연약하고 작은 어린이들이 환경을 이길 힘을 얻고 자신이 받은 사랑의 유산을 통해 다른 이를 도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정태영 사무총장
100년 전 한 여성의 구호활동이 세이브더칠드런의 시초가 됐고, 기부문화 선진국인 영국을 있게 한 씨앗이 됐습니다. 영국은 기부금 중 유산으로 인한 기부의 비중이 33%로 활성화돼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유산 기부에 대한 인식이 낮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유산기부 캠페인을 통해 그 가치가 널리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굿피플 김천수 회장
우리나라에서 유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일이 아직은 어렵고 낯섭니다. 자산가나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내 삶이 오롯이 담긴 유산을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아닌 ‘우리 사회’와 나누는 것이 생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에머슨은 ‘성공이란 나로 인해 세상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유산기부를 통해 삶의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동방사회복지회 김진숙 회장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이웃만을 생각했던 씨앗심기는 여러분의 기부에 힘입어 ‘생명존중의 가치실현’이라는 큰 열매를 맺었습니다. 소중한 가족과 친지들에게 전하고 남은 일부일지라도 여러분의 유산기부는 찬란히 꽃 피워갈 다음 세대를 위한 또 다른 씨앗심기입니다.  
 
 
대한사회복지회 윤점식 회장
대한사회복지회가 지난 65년간 요보호아동을 양육하고, 행복한 가족,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나눔을 큰 뜻으로 실천해주시는 분들 덕분이었습니다. 유산기부 캠페인이 대한민국에 성숙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고, 나눔의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하트하트재단 오지철 이사장
나눔에 대한 선한 동기에서 시작되는 유산기부는 성숙한 기부문화를 만들어가는 또 다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나눠지는 유산은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캠페인을 통해 유산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해 폭넓은 나눔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글로벌케어 박용준 회장
모든 사람은 건강한 삶을 살 권리(Healthcare for all)가 있습니다. 아직 지구촌에는 육체적으로·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나눔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나눔 문화의 확대를 위해 유산기부자의 숭고한 가치가 사회와 세상을 살리는 ‘사랑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중앙일보디자인=김승수 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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