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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한국당 인적쇄신, 황교안과 측근 자기희생 없인 불가능”

중앙일보 2019.11.20 18:49 종합 10면 지면보기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20일 “황교안 대표와 측근 그룹의 험지 출마나 불출마 등 자기희생 없이는 한국당의 인적 쇄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쇄신 없이 인재영입 추진 일꼬여
보수 가치 재정립이 통합에 우선
대구 대신 험지출마, 되레 속 편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20일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20일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적 쇄신 없이 인재영입·보수통합·영수회담 등의 카드를 꺼내 일의 순서를 꼬이게 했다. 보수혁신의 가장 첫 출발은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출마하려던 대구 수성갑 대신 “서울·수도권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한국당 대선주자급 인사 중 첫 험지 출마 발표였다. “어디를 험지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특정 지역이 아니다. 설사 진다 해도 한국당에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는 곳에 출마하겠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황교안 대표의 단식에 대해선 “리더십 위기를 자꾸 다른 방법으로 모면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왜 험지 출마를 결심했나.
“당이 어렵지 않나. 수성구에 출마한다고 생각하니, 할 말도 못하고 해야 할 역할도 못 하는 거 같다. 내 것만 챙긴다는 비판도 있었다. 중요한 시점에 내가 이걸 쥐고 있어야 하나 싶었다. 던지니 솔직히 속 편하다.”
 
할 말 못 한다는 건 공천 받으려고 지도부에 쓴소리 못 한다는 뜻인가.
“지도부와 상관없다. 어차피 대구 수성갑에 나가려 해도 당내 경선해야 한다. 그것보다는 당이나 보수 진영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서다. ‘당신들, 이런 거 해야 해’라고 하려면 내가 뭔가 내줘야 논리적 모순이 없다. 내 헌신과 희생 없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왈가왈부할 수 있느냐 말이다. 내가 가진 것을 놓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20일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20일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는데, 왜 굳이 대구였나.
“TK가 내 고향(경북 고령)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당은 영남에 기반을 둔 정당이다. 그런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영남 지도자의 맥이 끊겼다. 그걸 복원하고 싶었다. 과거와 다른 영남의 보수 정치인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보수정치가 바로 서고, 나아가 대한민국 정치의 균형을 맞추는 길이라 여겼다. 영남 보수 권력의 재편이자 업그레이드를 원했다.”
 
현재 영남 정치인, 이를테면 ‘영남 친박’이 문제라는 얘기인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 아닌가. 낙하선 공천 많았다. ‘진박’ 감별사 횡행했는데 막상 당선되고는 박근혜 대통령을 잘 모시지도 못했고, 이후 탄핵 때도 적극적 역할 하지 않았으며, 탄핵 이후 책임도 지지 않았다. 현역 의원에 대한 비토가 현재 대구 민심이다.”
 
오늘부터 황교안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다.
“오죽하면 저렇게 나서실까 싶다. 정부·여당이 워낙 독주하니, 그걸 온몸으로 막아야겠으니 단식하겠다고 마음먹은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론 이게 과연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싶다. 적지 않은 국민이 뜬금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단식 사유가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국정대전환 등 포괄적이다. 이슈가 너무 많다는 게 역설적으로 불리한 요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앞에서 지지자들이 덮어준 담요를 덮고 단식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앞에서 지지자들이 덮어준 담요를 덮고 단식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 대표의 단식이 왜 국민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을까.
“현재 한국당 비호감도가 60%를 넘는다. 정당 중 가장 높다. 이걸 낮추어야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자격을 얻지 않나. 지금 모든 국민이 요구하는 건 한국당의 인적 쇄신이다. 이걸 통해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정부 비판자로서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그 자격을 얻지 못하면 우리가 어떤 얘기를 하든 공감을 얻기 쉽지 않다. 연동형 비례제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이 악법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잘 먹히지 않는 이유다.”
 
결국 한국당이 국민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인적 쇄신인가.
“그렇다. 그런데 인적 쇄신을 하지 않고 다른 거로 덮으려고 해서 문제를 꼬이게 하고 있다. 이번에 인재영입도 그렇다. 인적 쇄신을 해서 빈자리가 생겨야 새로운 사람도 들어오지 않겠나. 어떻게 기업이 자체적인 구조조정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기업과 M&A를 할 수 있는가. 보수통합이나 영수회담 제안 등도 흔들리는 리더십 위기를 막으려는 수단으로 소진한다는 느낌이다. 특히 보수통합은 한국당이 단박에 도약할 수 있는 히든카드였는데, 지금처럼 상처받으면 과연 통합의 의미와 가치가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민심은 정권 심판을 하려 하는데, 과연 야당이 심판의 주체로서 자격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그에 답해야 하는 게 한국당의 책무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시작된 황 대표 단식도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인가.
“황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 추운 겨울에 얼마나 힘들겠나. 난 그분의 각오와 의지를 존중한다. 하지만 과연 적절한 판단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단식 이전에 뭘 먼저 해야 하는가 고민해야 한다. 인적 쇄신이 없으면 어떤 것도 풀 수 없다. 이 문제를 피해선 안 된다. 리더십 위기를 자꾸 다른 것으로 모면하려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구체적인 인적 쇄신 방안은 무엇인가.
“기본은 자기희생이다. 황 대표 본인은 물론 주변 최측근 ‘친황’ 인사들도 자기희생을 해야 한다. 그걸 해야 인적 쇄신의 첫 매듭이 풀리고, 원칙이 마련된다. 그런 거 없이 ‘영남권 3선 이상 용퇴’라고 하면 씨나 먹히겠나. 그러니 ‘니가 가라 하와이’ 같은 냉소만 팽배한 거다. 지도부의 헌신이 인적 쇄신이 첫 출발이다.”
 
자기희생이라면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인가.
“그렇다. 황 대표는 험지로, 주변 인사 중 몇몇은 불출마해야 한다. 그게 현재의 정치 문법이 됐음을 한국당은 깨달아야 한다. 큰 권력일수록 큰 희생을 요구한다. 돈으로 권력으로 조직으로 정치하는 시대 지났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20일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20일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야 하나.
“그런 일 없으면 좋겠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웅성웅성하면 리더십 흔들린다는 얘기 아닌가. 의지나 각오만 가지고 안된다. 황 대표는 판단을 잘해야 한다. 본질 회피하고 자꾸 곁가지에 손대면, 혹은 곁가지로 본질 덮으려고 하면 자칫 불행한 일 생길 수 있다. 한국당 비대위,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나.”
 
17일에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좀비정당, 존재 자체가 민폐 등은 말이 좀 심했다. 한편으로 오죽했으면 저럴까 싶기도 하다. 당의 큰 자산인데 아까운 사람이다. 김 의원 불출마가 나의 험지 출마에 큰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난 뭐 하고 있지’ 싶었다. 김세연·유민봉 의원처럼 당에 필요한 이들이 떠나는 게 안타깝다. ”
 
보수통합은 어떻게 해야 하나.
“너나 없이 뭉치면 안 된다. 묻지 마 통합은 효과도 거두지 못한 채 보수 정치 전체가 침몰할지도 모른다. 통합에 앞서 보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도 찬성했냐, 반대했냐 혹은 탄핵 자체가 무효다, 아니다 등으로 설왕설래가 많은데 결국은 아무리 봉합하려 해도 쉽지 않을 거다. 바라건대 탄핵에 찬성했건 반대했건, 탄핵에 책임 있는 인사들은 이번 총선에서 빠졌으면 싶다. 그래야 보수통합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
 
최민우·이우림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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