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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서자 北 몸값 올리기…"온갖 위협 다 없애야 비핵화"

중앙일보 2019.11.20 14:20
미국이 협상 의향을 시사하자 북한이 그간 주장해 왔던 ‘새로운 셈법’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움직이자 곧바로 협상 재개의 조건을 속속 내놓는 ‘몸값 올리기’다. 최근 무더기로 내고 있는 ‘소나기 담화’를 통해서다. 그간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가 동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큰 틀에서의 동시적,단계적 방안이었다면 이젠 선(先) 제재완화·체제보장에 이은 후(後) 비핵화를 공언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8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명의의 담화에서 “비핵화 협상의 틀거리 내에서 조(북)ㆍ미 관계개선과 평화체제수립을 위한 문제들을 함께 토의하는 것이 아니라 조ㆍ미 사이에 신뢰구축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며 “우리(북한)의 안전과 발전을 저해하는 온갖 위협들이 깨끗이 제거된 다음에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신뢰구축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미 실무협상 또는 정상회담 의제는 대북제재 해제나 연합훈련 중단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는 그 다음 단계라는 요구다.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론 안 돼"
"위협 제거된 다음 비핵화 문제 논의"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하노이 정상회담 때 미국이 대북제재 5가지를 푼다면 영변(핵 단지)을 통으로 날려버리겠다고 하는 식으로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놓고 협상에 임했다”며 “최근 담화를 보면 과거의 동시행동(비핵화와 상응 조치)이 아니라 미국의 선(先) 조치가 이뤄져야 다음 단계로 비핵화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4일에도 북ㆍ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로 나섰던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명의의 담화에서도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 해결은 언제가도 가망 없다”고 주장했다.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이는 지금까지 북한이 해왔다는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지, 핵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 발굴 등에 대한 미국의 보상 조치와 함께 적대 관계 철회 조치가 이뤄져야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식이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했는데, 새로운 셈법을 통해 비핵화 프로세스를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협상 재개를 촉구하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시사하자 곧바로 ‘선(先) 보상’을 요구하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입장으로 압박하다 미국이 움직임을 보이자 구체적인 청구서를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미국 대통령이 1년도 퍽 넘게 자부하며 말끝마다 자랑해온 치적들에 대해 조목조목 해당한 값을 받을 것"(18일)이라며 대통령 재선과 탄핵 공방 속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결단'을 요구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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