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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판촉비 떠넘기기’ 과징금 400억… '후행 물류비'는 손 못대

중앙일보 2019.11.20 12:00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마트의 백화점식 ‘갑질’에 대해 4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통업계 역대 최대 규모다. 당초 문제 삼았던 ‘후행(後行) 물류비(유통업체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드는 물류비)’를 납품업체에 떠넘긴 혐의에 대해선 제재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5개 돈육 납품업체에 판촉비용을 부당하게 떠넘긴 행위(대규모유통업법 위반) 등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411억 8500만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권순국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국내 유통 업계에서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대형마트가 납품업체에 다양한 방식으로 갑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행사 명목으로 평상시 돈육을 납품받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받아 판촉 행사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판촉비용 분담과 관련한 서면 약정은 빠뜨렸다. 가격 할인 행사를 마친 뒤에도 합의한 납품 단가보다 낮은 단가로 납품하게 하기도 했다. 납품 단가에 반영하지 않은 용역(덩어리 형태 돈육을 잘게 나누는 일)을 추가 제공하도록 하면서 비용을 주지 않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또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 2782명을 불법 파견받기도 했다. 파견 종업원들은 상품 판매ㆍ관리 업무 이외 세절(細切)ㆍ포장 업무도 떠맡았고, 인건비는 납품업체가 부담했다. 파견 요청 공문에도 관련 내용을 누락했다. 컨설팅업체에 내야 할 PB(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 자문 수수료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통상 PB 제품 개발 비용은 유통업체가 부담한다. 권 과장은 “대형 유통업체의 비슷한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 과징금이긴 하지만 지난 1월 롯데마트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보낼 때에 비해 제재 수위를 낮췄다. 당시 보고서에 적시한 ‘후행 물류비’ 관행은 손대지 않았다. 보고서엔 5년간 300여 개 납품업체에 후행 물류비를 떠넘긴 혐의에 대해 최대 4000억 원대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후행 물류비를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건 유통업계에서 일반화한 관행인 데다 과징금이 최종 확정될 경우 단일 유통업체 역대 최대 규모라 과심을 모았다. 식품업체에서 라면을 납품할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물류 허브센터가 대전이라면 식품업체는 대전 센터까지 라면을 배송하고 해당 물류비(선행 물류비)를 부담한다. 그런데 라면이 대전 센터에 도착한 이후 마트의 전국 각 지점까지 배송할 때 발생하는 후행 물류비도 식품업체가 부담해왔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올렸지만, 최종 심결(법원의 판결에 해당)에선 후행 물류비 떠넘기기 행위에 대해 제재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롯데마트 측은 ▶물류센터가 없던 과거에는 납품업체가 물류비를 부담해 온 점 ▶납품업체도 물류 센터를 통해 혜택을 본 점 ▶후행 물류비가 물류센터 이용료 개념이라는 점 등을 들어 제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후행 물류비를 마트가 부담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상품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정위는 결국 롯데마트 측 의견을 받아들여 나머지 행위에 대해서만 제재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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