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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좀비정당이라며 왜 탈당않나…보수 파괴하면 좌파 세상 돼”

중앙일보 2019.11.20 05:00 종합 8면 지면보기
정우택 의원이 지난 1월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우택 의원이 지난 1월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언은 무겁게 받아들인다. 뼈를 깎는 아픔을 겪더라도 쇄신해야 한다. 하지만 당 해체를 주장하는 김세연 방식은 아니다.”

한국당이 ‘김세연’을 대하는 방식
김세연 탈당 때 원내대표였던 정우택
"당 해체, 창조적 파괴라고 어떻게 보증하나"
"절이 싫으면 중 떠나듯 새로운 당 개척하라"
"여의도연구원장은 즉각 경질. 상식의 문제"
"유승민 주장과 맥 닿아. 변혁과 관계 있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자유한국당 정우택(66· 청주상당·사진) 의원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단호했다. “당 해체 주장이 ‘창조적 파괴(새로운 보수정당 탄생)’를 가정했지만 ‘파괴적 파괴(보수세력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정 의원과 김 의원의 정치 행로는 상반된다. 정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 직후인 2016년 12월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원내대표가 됐다. 반면 김 의원은 며칠 뒤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당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정 의원의 당선 소감은 김 의원을 붙잡지 못했다.
 
한국당의 최대 위기상황에서 당 지도부를 맡았던 만큼 ‘좀비 정당, 역사에 민폐’ 같은 표현에 정 의원은 “동의할 수 없다. 한국당은 보수의 적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도 변혁(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라며 당 해체 주장의 저의를 의심할만큼 그는 예민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보수가 ‘진공상태’에서 새 출발 하자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나.
찬성하지 않는다. 창조적 파괴일 거란 걸 (김 의원이) 어떻게 보증하나. 당 간판을 바꾸고 쇄신하라는 것, 모두 좋지만 일단 당부터 없애라는 건 말이 안 된다. 가치보다 사람 중심으로 모이는 한국 정치 풍토에서 단순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파괴적 파괴가 되면 결국 좌파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적 쇄신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공천 과정을 통해 개혁해야 한다. 물론 뼈를 깎는 아픔이 수반될 거다. 첫째, 영남권 중진들은 불만이 있을지 몰라도 수도권 등 힘든 지역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둘째 ‘진한 박근혜계’ 그러니까 청와대 비서실을 들락날락하며 의견교환을 했던 사람들. 탄핵을 주도했던(탄핵소추안 상정·의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은 공천에서 배제돼야 한다. 이렇게 빈자리를 새 사람으로 채우면 새 판을 짤 수 있다.
 
김 의원의 ‘좀비정당, 역사에 민폐’ 같은 표현은 어떻게 생각하나.
과도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절이 싫으면 중(스님)이 떠나듯 새로운 정당을 개척하라. 그럴 거면 2016년 12월 새누리당을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며 뛰쳐나간 뒤 다시 들어온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망할 줄 알았는데 안 망하니 정치적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해 여기(한국당)에 왔다면 이 당을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도리 아닌가.
 
2017년 10월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방문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시 원내대표가 이효성 방통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고성을 지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특위는 이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 관련 야당 추천권을 주장하며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방문했다. [연합뉴스]

2017년 10월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방문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시 원내대표가 이효성 방통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고성을 지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특위는 이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 관련 야당 추천권을 주장하며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방문했다. [연합뉴스]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
김세연 의원은 이 당에서 절대적 혜택을 받았다. 선친 사후 곧바로 지역구를 이어받은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복당한 뒤에 쇄신 운동을 벌인 것도 아니다. 의총 같은 데서도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외부에다가 이러는 건 정말 쇼크다. 당을 뛰쳐나갔다가 13개월 만에 들어올 때 어떤 생각으로 왔던 건지… 걱정이다.(※김세연 의원의 선친 김진재 전 의원은 5선 의원으로 16대 국회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났다. 김세연 의원은 18대 국회에 무소속으로 등원했다. 정우택 의원도 2세 정치인이다. 선친은 5선 의원을 지낸 정운갑 전 농림부 장관이다.)
 
김 의원 주장에 다른 뜻이 있다고 보는 건가.
변혁과의 관계가 아직도 있는 건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저 말고도 상당수 있다. 유승민 의원의 주장(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과 유사하다. 생각을 공유했는지 모르지만 맥은 통한다. 물론 심증일 뿐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고 보나. 
사실 김 의원은 지금 불출마해도 정치적으로 크게 손해 볼 게 없다. 젊은 나이에 4선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오히려 2년 뒤 부산시장을 노리는 게 더 의미 있을 것이다.(※김세연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설을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당 중책인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 직을 유지하는 데 대해서도 말이 많다.
당연히 경질해야 한다. 내가 대표였으면 오늘(19일) 경질했다. 리더는 결기가 있어야 하는데 황교안 대표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권의 장관이 ‘이 정권은 없어져야 할 좀비 정권’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장관을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친박 대 비박’ 구도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그냥 상식의 문제다.
 
공천 전횡을 막는다는 취지로 원장직을 유지한다는데.
당권 잡은 사람이 여론조사를 조작할 수 있다는 건데 이해할 수 없다. 떠날 때는 순수하게 말없이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
 
김 의원은 자신을 ‘타이태닉호(한국당)의 악사’에 비유했다.
웃음으로 대신하겠다. 해체해야 할 정당이라면서…이해가 안 간다. 나는 보수 적통 정당의 맥이 끊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원내대표를 했다. 내 손으로 이 당을 없애야 하는 상황이라면 난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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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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