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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포항지진 특별법, 20대 국회 문닫기 전에 처리해야

중앙일보 2019.11.20 01:04 종합 33면 지면보기
모성은 한국지역경제연구원장·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

모성은 한국지역경제연구원장·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

집을 잃은 경북 포항지진 이재민들은 여전히 체육관이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 입동(立冬)이 지났으니 세 번째 겨울인 셈이다.
 

세 번째 겨울 맞은 이재민 큰 고통
국회는 절박한 민생 문제 외면말라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발생한 뒤 지난 2년 동안 각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포항지진 특별법’안을 국회 상임위(산업자원통상위원회)에 상정한 것이 그 중 으뜸이다. 하지만 포항지진 특별법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포항지진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현격한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왜 이런 온도 차가 날까. 이유는 포항지진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고, 공감대 부족은 재난 대응 거버넌스의 부재에 기인한다. 거번먼트(Government)와 거버넌스(Governance)는 다르다. 거번먼트는 정부의 통치(統治) 구조를 의미하지만, 거버넌스는 민·관이 상호 협력하는 협치(協治) 구조다.
 
거버넌스는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민·관 및 지역의 시민단체와 사회단체는 물론 기업·대학·연구기관이 다 함께 협력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포항에는 이런 거버넌스가 형성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협치를 주도할 자격과 명분을 상실한 포항시가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협치의 기본이 되는 포항시를 보자. 포항시는 무엇보다 지열 발전소를 유치했고 시설물의 설치를 허가한 행정 기관이다. 그런데 포항시는 지진 발생 직전까지 “지열 발전소는 지역 경제를 끌고 갈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며 신성장 동력산업”이라고 홍보했다. 지진 발생 직후 포항시의 미흡한 대응도 문제였지만 지진 복구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이미 교부된 재난 지원금의 환수를 통보했다. 포항시는 피해 기준의 적용에서도 시민들에게 너무나 많은 실수를 범했다.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재난을 예방하거나 관리하지 못한 포항시의 책임도 크다. 현재 감사원이 포항시를 감사하고 있다. 재난관리 기본법을 적용해도 포항시에 귀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포항시가 협치의 중심에 설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음으로 관변 단체를 보자. 지진 발생 초기에 자생적 시민 단체들이 애타게 외쳤지만, 그동안 눈길을 주지 않던 부류가 관변 단체였다. 그런데 지진 발생 1년 4개월 뒤 지진의 원인이 ‘외부의 인위적 힘에 의한 촉발 지진’이었음이 발표되자 관변 단체는 뒤늦게 대정부 창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데는 또 다른 심각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자격도 없는 주체들이 협치의 중심에 서서 관제 시위와 관제 데모를 이끌어 왔다는 점이다. 이처럼 시민들이 앞장서야 하는 곳에 포항시와 정치인, 관변 단체가 나서는 바람에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사라지고 국민적 공감대는 증발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시민을 앞세워야 한다. 포항지진의 협치가 제대로 형성될 수 있도록, 시민단체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모두가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래야만 더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공감대 위에서 포항지진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특별법에만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세월호 특별법의 한계를 목도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제는 여야가 힘을 합치는 길뿐이다. 세 번째 겨울을 맞아 고통받는 포항 시민을 위해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민생 문제가 이것이다.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는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감싸주는 것이 기본 의무다.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 회기 안에 포항지진 특별법 통과를 위해 여야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 포항 흥해 체육관의 철제 지붕 위에 세 번째 하얀 눈이 쌓이기 전에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모성은 한국지역경제연구원장·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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