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4차 산업혁명 급한데…기업인 숙원 ‘개망신법’ 또 불발

중앙일보 2019.11.20 00:33 종합 10면 지면보기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수석부대표·오신환 원내대표,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이인영 원내대표(왼쪽부터 시계방향)가 19일 국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수석부대표·오신환 원내대표,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이인영 원내대표(왼쪽부터 시계방향)가 19일 국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견도 있었지만 대체로 특별하게 처리하자는 게 ‘데이터 3법’이다.”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했지만
예산안·인터넷은행법 얽혀 갈등
상임위 일정 조율 못해 처리 무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너무 뒤처져 있다”고 공감했다. 나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 일정상 처리 시기가 다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19일에 되는 법이라도 하자는 취지로 합의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19일 국회 본회의장. 법안이 하나씩 처리되는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가 약속한 데이터 3법은 보이지 않았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이다. 개인정보 관련 빅데이터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빅데이터를 결합·융합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정의당 등 소수당이 “개인정보 포기법”이라고 비판함에도 여야 공히 이 법안 처리에 찬성했던 이유다. 지난해 관련 법안이 발의된 이후 기업인들은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청해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데이터 3법과 관련된 혁신과 사업기회를 사장시키면 미래 산업이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인공지능(AI) 강국 도약을 강조하면서 데이터 3법의 연내 국회 통과를 촉구했었다.
 
그러나 상임위별 상습 파행과 여야 일정 조율 실패로 ‘19일 처리’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다. 행정안전위 소관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데이터 3법 중 가장 핵심인 ‘모법(母法)’으로 통한다. 이 법안은 지난 14일 행안위 소위에서 의결됐지만 전체회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이날 체계·자구 심사를 위한 법제사법위에도 회부되지 못했다.
 
신용정보법(정무위 소관)·정보통신망법(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관) 개정안은 아직 소위 문턱도 못 넘었다. 그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부친 서훈 논란으로 파행을 거듭한 정무위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최종 의견 조율을 위한 소위 일정을 21일로 잡았다. 과방위는 소위 일정도 잡지 못했다.
 
그야말로 여야 각 당의 대표 의원인 원내대표 간 합의와 각 상임위 일정이 따로 도는 이례적인 상황에 각 당의 진단은 달랐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의 어깃장으로 법안심사 일정을 잡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과방위 소관 예산안 심사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완전히 야당을 무시하니 늦어지고 있다”며 “야당을 무시하는데 법안 처리에 협조하고 싶겠느냐”고 했다.
 
정무위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야당이 원하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 완화 논의까지 얹어지면서 스텝이 꼬이는 일도 있었다. 원내대표 간 합의 후 회의 일정을 조정하려 했지만 불발됐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 일정도 있어 일정을 당기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데이터 3법의 별명은 각 법안의 한 글자씩을 따 ‘개망신법’이다.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쓴 20대 국회가 이 법의 별명과 같은 오명 하나를 더 갖게 되지 않으란 법도 없다.
 
한편 국회는 이날 소방관 국가직화를 위한 소방공무원법, 소방기본법, 지방공무원법,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 정원법, 지방교부세법, 소방재정지원특별회계 및 시도소방특별회계 설치법 개정안 등 법안 6건 등 총 88건의 비쟁점 법안을 처리했다.
 
하준호·이우림 기자 ha.junho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