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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분진 고통 보상” “더 거두면 이중과세” 시멘트세 논란

중앙일보 2019.11.20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시멘트 공장의 제조시설. [중앙포토]

시멘트 공장의 제조시설. [중앙포토]

‘시멘트세’ 부과를 놓고 자치단체와 시멘트 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충북·강원 “60년간 지원 못 받아”
시멘트 1t당 1000원 부과법 처리
이시종·최문순 지사 국회서 촉구
업계 “총선 앞 무리한 요구” 반발

시멘트 공장이 몰려있는 충북과 강원 등은 “시멘트 공장 운영으로 소음과 분진 피해를 본 주민을 도우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이미 석회석에 연간 30억원의 세금을 내고 있어 시멘트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며 반박한다.
 
19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시종 충북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 15일 국회를 찾아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 처리를 요청했다. 2016년 9월 발의된 이 개정안은 시멘트 1t당 100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 반발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11개 시멘트 업체는 연간 574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이중 강원과 충북에 있는 시멘트 제조 업체 7곳에서 국내 시멘트의 93%를 생산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강원도는 270억원, 충북은 200억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김기창 단양군 세정팀장은 “시멘트 공장에서 나오는 분진이나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이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지만 60여 년 동안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시멘트세가 걷히면 주민복지 사업은 물론 대기환경 저감장치 설립 등 환경오염 문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시종 충북지사(왼쪽)와 최문순 강원지사(오른쪽)가 국회에 ‘시멘트세’ 도입을 요청했다. [사진 충북도]

이시종 충북지사(왼쪽)와 최문순 강원지사(오른쪽)가 국회에 ‘시멘트세’ 도입을 요청했다. [사진 충북도]

충북과 강원은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환경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진폐증과 만성 폐 질환을 앓고 있는 충북 제천·단양, 강원 영월·삼척 지역 주민 64명에게 6억2300만원의 배상을 결정한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환경부는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로 인한 연간 피해액을 약 3조원으로 추정했다. 충북도는 시멘트세로 확보되는 재원으로 환경오염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주민 건강증진 사업, 노후 교량 복구에 쓸 계획이다. 병원 건립과 경로당 건립, 자녀 학비 지원 등 지원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세가 새로 생기면 시멘트 산업 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시멘트 제조 원료인 석회석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로 연간 30억원을 내는 데다 매년 120억원의 지역사회공헌 사업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당장 내년부터 질소산화물 배출부담금도 연간 450억~650억원을 부담하는데 지방세로 들어가는 시멘트세를 또 부담하라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오염 저감시설 설치나 숙원사업도 현재 지출하고 있는 부담금만으로 가능한 일인데 정치인들이 총선을 앞두고 시멘트 업계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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