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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FA 된 고효준 “2~3년은 자신 있다”

중앙일보 2019.11.20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데뷔 18년 만에 FA 자격을 얻은 고효준은 ’롯데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1]

데뷔 18년 만에 FA 자격을 얻은 고효준은 ’롯데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1]

9년이면 얻는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18년 만에 얻은 선수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왼손 투수 고효준(36)이다. 2002년 세광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한 고효준은 SK, KIA를 거쳐 2018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6년 만에 롯데로 돌아왔다. 지난해 다소 아쉬운 성적 때문에 연봉 삭감(1억원→9000만원)의 아픔을 겪었지만, 올 시즌 부활했다. 그 덕분에 FA도 됐다.
 

방출·병역·부상 등 36세에 자격
최하위 책임 느껴 롯데 잔류 희망

프로야구 규약상 고졸 선수는 1년에 145일 이상 9시즌(대졸 8시즌)을 뛰어야 FA가 된다. 신인 때 1군에 자리 잡거나,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해 FA 보상 일수를 얻은 선수는 20대에도 FA가 된다. 고효준은 1998년 FA 제도가 생긴 이래 최장 기간 걸려 자격을 얻은 경우다. 입단하자마자 방출됐고, 군 복무(사회복무 요원)와 수술로 휴식기도 있었다. 고효준은 “정말 힘들게 돌아왔다”며 “동기 중에는 은퇴해서 코치가 되는 친구도 많다. 그래도 아직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뿌듯하고, 앞으로 더 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효준은 경쟁력이 있다. 2019시즌 구원투수 중 최다인 75경기에 출전했다. 홀드(15개)도 데뷔 이래 가장 많았다. 특히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42로 강하다. 왼손 투수가 귀한 롯데에 없어서는 안 될 좌완 스페셜리스트였다. 고효준은 “개막 전부터 최대 70경기 정도 생각하고 준비했다. 생각보다 많이 던지게 돼 나도 놀랐다”며 “‘볼넷을 줄 바에 홈런을 주라’는 코칭스태프 조언 덕분에 삼진은 늘고 볼넷이 줄었다”고 말했다.
 
20대 때 고효준은 시속 14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졌다. 제구가 불안해 ‘롤러코스터’라는 별명도 있었지만, 그마저 매력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느려지던 공이 올해 다시 빨라졌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고효준의 직구 평균 시속은 144.1㎞. 지난해보다 1㎞ 빨라졌다. 좌완 구원투수 중 상위권이다.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다. 고효준은 “보강 운동을 열심히 했다. 경기 뒤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빠뜨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효준은 FA를 신청했다. 그래도 원소속팀 롯데에 남고 싶다. 미안함과 감사함 때문이다. 고효준은 “지난해 최하위를 했다. 열광적으로 응원해 준 팬들, 그리고 그만둔 양상문 감독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팀이 새롭게 바뀌었다. 팀이 원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2~3년은 더 힘 있는 공을 던질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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