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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높아진 아시아 축구, 만만찮은 월드컵 가는 길

중앙일보 2019.11.20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시라아에 패한 뒤 머리를 쥐고 괴로워하는 마르첼로 리피 전 중국 감독. [신화통신=연합뉴스]

시라아에 패한 뒤 머리를 쥐고 괴로워하는 마르첼로 리피 전 중국 감독. [신화통신=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 전체 일정의 절반을 넘어섰다. 눈에 두드러진 트렌드는 아시아 축구의 경기력 상향 평준화다. 동네북은 여전히 있지만, 절대 강자가 사라졌다.
 

반환점 돈 아시아 2차 예선
시리아·이라크·베트남 중간 선두
조 3위 처진 이란 부진 눈에 띄어
점유율 대신 수비 후 역습 효과적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3위 시리아(A조)와 74위 이라크(C조), 그리고 97위 베트남(G조). 2차 예선에서 각 조 중간 선두로 올라선 ‘반란군’이다. 최종 예선 진출 가능성도 매우 높다. 월드컵 본선행 단골 중 자존심을 지킨 컨 나란히 4연승 중인 호주(B조)와 일본(F조) 정도다. FIFA 랭킹 아시아 톱(27위) 이란은 C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레인, 이라크에 연패해 2승2패로 조 3위에 처져 있다. 톱 시드 국가 중 승점(6점)이 가장 낮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조 1위 자리는 지키고 있지만, 멀찌감치 달아나지 못하고 있다. 2승2무(승점 8점)로 레바논과 북한(이상 7점)에 바짝 쫓기는 상황이다. 4위 투르크메니스탄(6점)과도 2점 차에 불과하다. 최근 북한, 레바논 원정에서 비긴 게 뼈아팠다.
 
힘들게 2차 예선을 치르고 있는 한국과 이란 모두 사령탑 교체한 지 얼마 안 된 데다, 전술과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줬다는 게 공통점이다. 한국은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을 영입해 점유율 위주의 빌드업(build-up, 후방에서 패스워크로 차근차근 풀어가는 방식) 전술을 선보이고 있다.
 
마르크 빌모츠(50·벨기에)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란은 기존의 끈적한 수비 축구 대신 공격 비중을 높인 새 전술을 실험 중인데,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이란은 감독 임금 체불 등 외부 변수로 선수단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다크호스’ 중 가장 돋보이는 건 4연승 행진 중인 시리아다. 중국·필리핀·몰디브·괌과 묶인 무난한 조 편성 덕도 봤지만, 끈끈한 수비와 효과적인 역습 전략이 적중했다. 14일에는 중국을 2-1로 꺾으면서 ‘백전노장’ 마르첼로 리피(71·이탈리아) 감독을 중국 사령탑에서 끌어내렸다.
 
아시아 2차 예선 성적 비교

아시아 2차 예선 성적 비교

‘박항서(60)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베트남의 약진도 눈에 띈다. G조에서 ‘동남아 라이벌’ 태국과 나란히 1, 2위(4라운드 기준)를 달리고 있다. 최종예선 진출도 꿈이 아닌 분위기다. 베트남축구협회와 기업들이 앞다퉈 포상금을 내놓는 등 ‘박항서 매직 시즌 2’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베트남과 태국은 ‘자국 리그 부흥’과 ‘과감한 투자’라는 양대 호재를 발판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베트남은 아스널(잉글랜드) 등 유럽 빅 클럽 유스팀으로 축구 유학을 다녀온 유망주들이 성장해 대표팀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태국은 에이스 차나팁 송크라신(26·콘사돌레 삿포로) 등 대표팀 핵심 멤버 다수가 해외파다. 팬들이 해외리그 못지않게자국 리그에 열광하는 점도 선수 발굴 등에 유리한 부분이다.
 
베트남은 한국의 박항서 감독, 태국은 일본의 니시노 아키라(64) 감독을 각각 영입하는 등 아시아 축구 선진국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태국은 니시노 감독에게 97만 달러(11억4000만원)의 고액 연봉을 보장했다. 베트남도 박항서 감독과 재계약하며 비슷한 수준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영민 JTBC 해설위원은 “베트남은 이전에도 큰 점수 차로 지는 팀이 아니었는데,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 눈에 띄게 끈끈해졌다. 아시아 톱 레벨과 간격도 더욱 좁혀졌다”며 “과거 아시아 중위권 국가들이 볼 점유율을 포기하는 대신 세트피스와 역습 전술을 앞세워 강팀을 압박하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송지훈·피주영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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