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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미역국도 끓여놨는데”…황망한 제주 어선화재 가족들

중앙일보 2019.11.19 18:02
19일 오후 경남 통영시청 2청사에 마련된 제주 어선화재 사고 실종자 가족 대기실. 김정석기자

19일 오후 경남 통영시청 2청사에 마련된 제주 어선화재 사고 실종자 가족 대기실. 김정석기자

“출항한 날이 생일이라 돌아오면 주려고 미역국도 끓이고 생일 선물도 준비했는데…·”
 

제주 차귀도 어선화재 실종된 선원 11명
실종자 가족들 모인 대기실 분위기 침울
“집안 기둥 무너졌다” 침통한 선장 매형
김경수 경남지사 가족 찾아 위로의 말도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해상에서 통영선적 소속 어선에 화재가 발생한 지 약 11시간이 지난 오후 6시에도 실종자 11명의 발견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실종자 수색·구조가 점점 늦어지면서 통영시청 2청사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은 가족들의 애타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19일 오전 7시 5분쯤 제주 차귀도 서쪽 76㎞ 해상에서 통영선적 연승어선 대성호(29t)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3시간여 만인 오전 10시 21분쯤 해상에서 발견된 선원 김모(60)씨를 제외한 승선원 11명은 오후 6시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이날 오후 경남 통영시청 2청사에는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 차려졌다. 속속 몰려드는 실종자 가족들은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대기실에 도착한 가족들이 늘어날수록 분위기는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대기실 안에서 한 가족이 “아이고, 우짤 끼고(어떡할 거냐)” 고함을 치며 통곡하는 소리도 들렸다. 실종자 중 이모(63)씨가 출항한 날이 생일이어서 돌아오는 날 생일을 챙겨주려 했다는 가족들의 말까지 전해지면서 침울함이 더해졌다.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12명을 태운 29t급 갈치잡이 어선에서 불이 나 해경 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12명을 태운 29t급 갈치잡이 어선에서 불이 나 해경 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실을 찾은 선장 정모(55)씨의 매형 이모(70·경남 고성)씨는 “동서가 전화를 해서 받았더니 ‘빨리 TV를 틀어보라’고 하기에 확인해 보니 바다 위에 배 한 척이 불타는 모습이 보였다”며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처남이 타던 배였다”고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가족들과 함께 대기실로 왔는데 우리 가족과 다른 가족들을 보고 있는 심정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젊은 시절부터 배를 탔던 처남은 술도 안 마시고 심성이 잔잔한 사람이다. 베트남 선원들과도 가족처럼 잘 지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명절이나 장인어른 제사 때 정도만 가끔 만나는 정도였지만 집안에 궂은 일이 생길 때마다 도맡아 한 사람이기 때문에 가족들 모두 ‘집안 기둥이 무너졌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남이 가끔씩 자신이 잡은 장어를 가족들에게 나눠줬던 일이 생각난다”면서 “물론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만 빨리 실종자들을 모두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통영선적 소속 어선의 사고 소식에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제주행 비행기를 타러 김해공항을 찾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공항을 갔지만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곧장 통영시청 실종자 가족 대기실을 방문했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제주 차귀도 어선(대성호) 선박 화재 피해 상황 등 현황을 듣고 당부 말을 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제주 차귀도 어선(대성호) 선박 화재 피해 상황 등 현황을 듣고 당부 말을 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김 지사는 “우선 인명구조에 최우선을 두고 모든 가용자원 총동원해서 마지막까지 실종자들이 가족품으로 돌아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 경황이 없으실 테니 현장에서 수색 상황이 파악되는 대로 바로바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가족들은 “김 지사님이 여기에 찾아와 힘써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전 7시 5분쯤 제주 차귀도 서쪽 76㎞ 해상에서 선원 12명이 탄 통영선적 연승어선 대성호(29t)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승선원은 선장 정씨를 포함, 내국인 6명과 베트남인 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색당국은 실종자 11명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통영=위성욱·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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