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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텍이 대체 뭐라고…7000억 발열내의 시장의 선수들은?

중앙일보 2019.11.19 17:11
‘찬 바람이 불 때 내복 찾기 시작하면 나이 든 것’

 
겨울 내복을 입으면 부해 보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이 말은 2000년대 중반 발열내의가 등장하면서 무색해졌다. 2011년 당시 광고모델이던 배우 이나영이 일반 티셔츠처럼 보이는 발열내의 위에 무심히 패딩점퍼를 걸치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여준 유니클로 ‘히트텍’ 광고는 겨울 내복 착용 인구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히트텍은 유니클로가 한국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지분이 가장 큰 제품 중 하나다. 
 
15일 낮 서울 강서구 A 유니클로 매장 계산대에 손님이 줄서있다. 매장에는 약 50명의 고객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남궁민 기자

15일 낮 서울 강서구 A 유니클로 매장 계산대에 손님이 줄서있다. 매장에는 약 50명의 고객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남궁민 기자

이 히트텍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니클로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사는 소비자에게 금액과 무관하게 히트텍을 무료 증정(총 10만장)하는 이벤트(18~21일)를 열면서다. 지난 7월 이후 손님이 뜸했던 유니클로 매장에 인파가 몰렸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표적이었던 유니클로를 향해 ‘반성 없는 과도한 마케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짜 내의 한장에 나라를 배신한다’는 손가락질도 있다. 동시에 여론으로 소비자 선택을 제약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히트텍이란 무엇이고 과연 차별화된 특징을 갖고 있나.      
유니클로 감사제 이미지. 유니클로가 히트넥 10만장 증정 마케팅을 하자 '과도한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 에프알엘코리아]

유니클로 감사제 이미지. 유니클로가 히트넥 10만장 증정 마케팅을 하자 '과도한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 에프알엘코리아]

히트텍이란 무엇인가

한국패션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속옷 시장 규모는 현재 약 2조원대다. 이중 히트텍이 속한 발열내의 시장 규모는 7000억원 남짓이다. 극심한 기후변화에 환경에 민감해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발열 내의 제품 종류가 늘면서 매년 10%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 시장은 유니클로가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히트텍이 등장하기 전까지 겨울 내복은 흰색, 연주황 혹은 분홍색 일색에 누가 봐도 속옷인 게 티 나는 제품이었다. 히트텍은 겉옷인지 속옷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디자인과 색상으로 내복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꿨다. 이 덕에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10억장이 팔렸다. 지난해까지 국내 발열내의 시장은 히트텍의 독무대였다. 올해는 판도가 다르다. 
  
배우 이나영이 광고한 유니클로 히트텍 제품. 이 배우는 2011년, 2016년 유니클로 모델로 활동했다. [사진 에프알엘코리아]

배우 이나영이 광고한 유니클로 히트텍 제품. 이 배우는 2011년, 2016년 유니클로 모델로 활동했다. [사진 에프알엘코리아]

한국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에 따르면 히트텍 소재는 장기 연구의 결과다. 샘플을 만들기까지 1년 반동안 약 1만개가 넘는 신소재 개발을 거쳤다. 레이온ㆍ아크릴ㆍ폴리우레탄ㆍ폴리에스터 등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섬유 4종을 엮어서 만들고 있다. 기술의 핵심은 피부 표면의 수증기를 열로 바꾸는 것이다. 몸에서 나오는 수분이 증발해 수증기가 되면, 물 분자는 피부와 옷 사이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게 된다. 히트텍의 레이온 섬유는 물 분자를 효율적으로 흡착하고 이때 섬유에 붙어서 움직이고자 하는 물 분자의 운동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한다. 여기에 아크릴 섬유를 따뜻한 공기가 옷 안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그물형 구조로 제작해 높은 보온성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발열내의 시장 도전자들

그렇다면 유니클로 히트텍의 기술은 내의·패션 업체가 ‘넘을 수 없는 벽’인가. 발열내의 시장 참가자의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여러 원사를 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열을 유지하는 소재를 만드는 섬유 기업은 매우 많다. 제품력이나 소재가 절대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결국 올해 발열내의 시장은 유니클로가 주춤한 사이 점유율을 높이려는 다양한 업체의 각개전투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 드림홀에서 모델들이 BYC의 '발열 라이프웨어 보디히트'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 드림홀에서 모델들이 BYC의 '발열 라이프웨어 보디히트'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랜드 계열의 SPA 업체 스파오는 이 중에서도 적극적이다. 올해 발열내의 라인 ‘웜테크’의 발주량을 전년 대비 2.5배 늘리면서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다. 일찌감치 ‘1+1’ 행사를 시작해 물량 대부분을 소진했다. 이랜드 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100만장을 팔았으며 이는 지난해 겨울 대비 49%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도 강화했다. 1020세대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시니어 모델 김칠두를 모델로 선정하고 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전 연령대 필수 아이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산 내의의 자존심인 BYC는 2001년 일본 도요보의 소재를 써 발열내의 브랜드 ‘동의 발열’을 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진 못한 경험이 있다. BYC는 현재 히트텍 대항마로 ‘보디히트’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제품은 일본 오미겐시가 개발한 ‘솔라터치’라는 첨단 소재를 사용한다. 적외선에 반응해 온기를 유지하는 원리다. BYC 관계자는 “유사한 기능(발열)을 지닌 특수 소재 생산 기업이 워낙 다양하고 각 원사의 조합을 달리해 선보이는 발열 내의 제품도 많다”며 “제품력보다는 마케팅이 변수가 될 때가 많다”다고 말했다. 역시 토종 속옷 브랜드인 쌍방울은 발열내의 ‘히트업’의 라인을 강화해 올겨울 시즌 총 32개 품목을 출시했다. 히트업 라이트는 트라이의 대표 상품으로 발열 기능뿐만 아니라 수분을 흡수해 빨리 증발케 하는 기능, 신축성, 착용감을 극대화한 프리미엄 발열 내의다. 
자주에서 올해 출시한 발열내의 라인 자주온.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에서 올해 출시한 발열내의 라인 자주온.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새로운 선수 등판, 성과 있을까  

기존 패션 기업뿐만 아니라 새롭게 뛰어든 ‘선수’도 있다.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국내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와 손잡고 발열내의 시장을 공략하는 ‘마이히트’를 새로 내놓았다. 발열 폴리에스터와 에어로히트 익스트림 등 기능성 소재로 만든 이 내의는 원사 내에 들어있는 미네랄 물질이 태양과 조명 등으로부터 빛을 흡수해 이를 열에너지로 방사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소재로부터의 독립”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대부분의 발열내 제품이 일본 소재를 쓴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도 새로운 발열내의 브랜드 ‘자주온(溫)’을 출시하면서 도전장을 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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