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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PB가 반출 시도한 정경심 PC서 '투자리스트' 나왔다

중앙일보 2019.11.19 15:47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주식 투자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리스트는 정 교수가 직접 작성했다. 검찰은 이 파일을 수사의 핵심 증거로 활용해 정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정 교수 주식 투자 관련 혐의 일부를 조 전 장관에게도 확인할 방침이다.

 

통째로 반출된 정경심 연구실 PC서 파일 나와

19일 중앙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정 교수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동양대 연구실 PC를 포렌식해 이른바 ‘주식 투자 리스트’ 파일을 확보했다. 이 PC는 검찰이 동양대를 압수수색 하기 전인 지난 9월초 정 교수가 그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PB(프라이빗뱅커)와 통으로 반출해 문제가 됐던 물건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연구실 PC가 없어진 사실을 알아채고 정 교수 측으로부터 이를 임의제출 받아 수사를 진행했다. 정 교수는 “학교 업무 및 사건의 법률 대응을 위한 목적이었고 자료를 삭제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검찰이 9월 3일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근무하는 경북 영주시 풍기읍 동양대학교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9월 3일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근무하는 경북 영주시 풍기읍 동양대학교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뉴스1]

운용 자산·투자처·목표액 일일이 정리

‘주식 투자 리스트’ 파일은 정 교수가 2000년대 초부터 작성해왔다고 한다. 해당 파일에 따르면 정 교수는 주식 투자에 쓰는 총 자산과 투자처, 이로 인한 수익률 등을 일일이 적어 관리해왔다. 정 교수는 벌고자 목표한 금액까지 이 파일에 주기적으로 적으며 투자처를 정리했다.  
 
검찰이 정 교수에게 자본시장법‧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하는 데 있어 이 파일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가 자신의 운용 자산과 투자처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만큼 검찰이 객관적 자료를 통해 수사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해당 파일을 토대로 정 교수가 투자 내역을 정리하며 공부할 정도로 투자 관련 지식이 많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관계자는 “정 교수가 주식‧선물옵션 투자를 오래전부터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기간 투자한 정 교수, 조국 알았나 

검찰은 투자 리스트 파일이 오래전부터 작성돼 온 만큼 조 전 장관이 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 교수가 주식 투자에 상당한 시간을 쏟은 만큼 남편인 조 전 장관이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보긴 힘들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추가로 소환해 조 전 장관이 부인인 정 교수의 주식 투자 과정에 관여했는지 또는 이를 인지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장관에게)정 교수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일부와 함께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본인과 배우자의 직접투자가 금지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는 피해갈 수 없다고 본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당시 정 교수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으로 이익을 보고 차명계좌를 이용한 사실까지 인지했다면 뇌물과 금융실명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김수민‧정진호 기자 kim.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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