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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사' 돈줄된 저축은행…담보물 거래정지에 애꿎은 개미만 피해

중앙일보 2019.11.19 12:02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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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버닝썬’ 사건에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과도 경영진이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 특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전 큐브스) 주식은 7월 29일 매매 정지됐다. 전직 임원의 횡령과 허위 공시 등으로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주식거래가 정지되기 한 달 전까지도 이 회사의 전환사채(CB)를 담보로 대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녹원씨엔아이의 CB를 담보로 180억원(11건)가량의 대출을 해준 곳은 상상인저축은행이다. 
 
더 심각한 경우도 있다. ‘관리종목 사유가 발생했다’는 경영 공시가 뜬 뒤에도 담보대출 심사를 통과시킨 저축은행이다. 유니온저축은행은 3월 15일 디스플레이 부품업체인 유테크 CB를 담보로 경영컨설팅업체에 50억원을 빌려줬다. 이미 11일 전 공시 영향으로 유테크 주가는 반 토막 난 뒤였다.  
 
 지난 12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펀드 연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 한 상상인저축은행.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상상인저축은행 본점. [연합뉴스]

지난 12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펀드 연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 한 상상인저축은행.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상상인저축은행 본점. [연합뉴스]

 
19일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CB를 담보로 한 무분별한 저축은행 대출이 늘고 있다. 지난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상인ㆍ상상인플러스ㆍ유니온저축은행 3곳은 CB담보 대출(신주인수권부사채(BW) 포함)이 전체 여신의 30%가량(잔액 기준)을 차지했다.
 
신규 CB담보 대출액 기준으로는 상상인저축은행이 5229억원(179건)으로 가장 많이 취급했다. 자산 기준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이 같은 기간 20억원 미만의 CB담보대출 단 한 건을 실행한 것과 비교된다.  
저축은행의 CB·BW 담보 대출 취급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저축은행의 CB·BW 담보 대출 취급액.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진, 지난해 말 CB담보 대출 중단 "리스크 높아"  

CB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은 위험성이 큰 투자라는 게 은행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대출심사 담당자는 “CB담보는 리스크가 높은 상장 주식담보보다 더 환산 값어치가 낮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담보물로 인정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저축은행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면서 “CB담보 대출은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지만 워낙 위험성이 높고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담보물을 평가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2017년부터 CB담보로 대출 영역을 넓혔던 유진저축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관련 영업을 중단했다. 유진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새 수익원을 찾기 위해 해봤는데 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CB는 주식시장과 연결돼 발행사가 부실해지면 (발행사가) 상장폐지 될 수 있다”며 “더욱이 최근 회계감사가 강화되면서 상장폐지 우려가 더 높아졌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담보를 잡아두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4곳 담보물 중 38곳 거래정지

사실 CB 발행은 재무구조상 문제로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조차 어려울 때 기업이 택하는 ‘최후의 자금조달’ 수단이다. 그만큼 담보물도 취약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일부 저축은행의 CB 담보 대출의 쏠림현상을 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자료에 따르면 상상인ㆍ상상인플러스ㆍ유니온ㆍ유진저축은행이 최근 2년간(2018년 1월~2019년 9월 말) 대출을 취급하며 담보로 받은 CB발행사 중 38곳은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CB 발행사 중 관리종목 지정된 곳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CB 발행사 중 관리종목 지정된 곳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관리종목 중 저축은행 3곳 이상이 공통으로 CB담보 대출을 해 준 곳도 녹원씨엔아이, 디지탈옵틱, 에이아이비트, 이엘케이, 럭슬, 폴루스바이오팜 등 6곳이나 된다. 개인회생을 비롯해 자본잠식, 감사의견 부적정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코스닥 업체들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도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등에 대비해) 만기일 전에 발행 채권을 상환하는 조기상환청구권을 옵션 조항에 넣지만 100% 자금 회수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가 띄우기’ 작전세력에 악용될 수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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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담보물이 늘어나는 것은 저축은행의 여신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조국 펀드’ 사태로 논란이 됐던 더블유에프엠(WFM)의 자금 조달 방식이 대표적이다. WFM은 지난해 7월과 12월 100억원 상당의 CB를 발행했다.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보니 WFM의 CB를 인수한 엣온파트너스와 팬텀파트너스는 인수 직전 설립된 회사였다. 두 회사 모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 자금을 댔다.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대로 평가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이에 대해 상상인그룹 노동조합의 김호열 지부장은 “담보물이 확실했기 때문에 (차주가) 유령회사인지 중요하지 않았고 살펴볼 필요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무분별한 대출이 주가의 시세조종을 일삼는 작전 세력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CB 발행 소식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발행사의 채권 신용도를 인정받은 데다 신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흔히 작전 세력이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과 짜고 유령회사를 세운 뒤 CB를 발행해 주가를 띄우는 방식으로 활용하는데, 대부분 개인 소액투자자(개미)가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저축은행 CB담보대출 규제 고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현재 금융당국도 CBㆍBW 담보대출 규제를 검토 중이다. 주식담보대출은 자기자본의 150% 이내에서 관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CB는 감독규정상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민과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자금을 지원한다는 저축은행의 본연의 역할에 비춰볼 때도 CB와 BW 담보대출로의 과도한 쏠림현상은 올바르지 않다”면서 “CB 담보 대출 제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축은행 역시 1금융권과 마찬가지로 차주의 재무상태와 상환능력, 자금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야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부실로 이어지면 기관경고 등 행정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코스닥 업체도 CB 발행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 주가를 띄우려는 작전세력에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당국은 더 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전반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관련 규제를 마련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염지현 ㆍ강광우ㆍ정용환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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