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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꺼낸 ‘모병제’ 화두…20대들 "세금만 더 내는 것 아니냐"

중앙일보 2019.11.19 06:00
모병제 설문조사결과 20대와 남성 절반 이상이 모병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모병제 설문조사결과 20대와 남성 절반 이상이 모병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정치권이 ‘모병제’ 논의에 불을 지폈는데 20대와 남자 절반 이상이 모병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6년 뒤인 2025년부터 군인이 부족하고 2033년 군대 인력 부족이 심해져 모병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정책자료를 공개했다. 정치권에선 20대 남성을 겨냥한 총선용 카드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여당 내부에선 설익은 정책을 논의 없이 내놓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CBS는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리얼미터와 모병제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월급 300만원을 받는 모병제에 찬성하느냐’고 묻자 정작 20대(19~29세) 응답자 절반 이상인 53%가 반대했다. 30.1%가 찬성했다. 남성 55.4%가 반대했고 38.2%가 찬성했다. 30~40대는 찬성이 많았고, 50~60대는 반대가 더 많았다.
월급 300만원 받는 모병제 찬반 물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월급 300만원 받는 모병제 찬반 물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모병제, 20대가 더 고통”    

왜 20대와 남성이 모병제를 더 반대할까. 
회사원 정록헌(27)씨는 “모병제로 군인을 뽑으면 필요한 최소병력을 채울지 의문"이라며 "군 기계화에 세금이 많이 쓰일 텐데 국방예산이 올바로 쓰일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방위성 등에 따르면 모병제를 도입한 일본도 인력이 부족하다. 병력충원율이 70~80%다. 그래서 자위대 등의 정년을 늘리고 채용 상한 연령도 올렸다.
 
일부 20대는 경제적인 안정과 선발 공정성도 우려했다. 백지환(26)씨는 “정치권은 군인 월급 5만~10만원 올릴 때도 이 악물고 반대하는데, 월급 300만원을 보장해줄지 모르겠다”며 “결국 직업 공무원 수십만명 뽑는 건데 공무원 마인드로 일하면 군 전력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선발조건이 좋아지면 채용 비리도 당연히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씨는 또 “모병제 도입으로 더 필요한 예산도 결국 지금 20대가 낼 세금”이라며 “앞으로 10~15년 뒤 모병제를 도입하면 한창 돈 벌 나이인 지금 20대에게 세금을 더 내라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군인이 부족해지는 2033년부터는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 20대(19~29세)가 33~43세가 되는 시기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로 세금을 더 걷을 수도 있다. 한편 민주연구원 측은 “매월 25만명에게 월급 300만원을 주면 1년에 9조원이 필요한데, 병력을 적정하게 유지하면 예산을 더 늘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남성의 정부정책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모병제 논의가 나오니, 이들은 여기서도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며 “이들은 왜 우리만 손해를 보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모든 성·연령대에서 20대 남성 지지율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 ‘잘하고 있다’ 평가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 ‘잘하고 있다’ 평가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현대판 방군수포제 논란  

쌀·옷 등을 내고 군대를 면제받은 조선 시대 ‘방군수포제(放軍收布制)’가 부활하는 게 아니냐란 해석도 나온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모병제는 군대에 가야만 경제생활이 가능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나누는 양극화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돈 없고 못 버는 사람들만 최후의 경제적 수단으로 군대를 선택할 거란 우려다. 앞서 김석호 교수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모병제는 불평등 재생산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4)씨는 “적정한 월급과 연금 같은 게 보장된다면 모를까, 결국 취직 못 한 사람들만 군대를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2월 전역을 앞둔 해병대 병장 최현우(22)씨는 “원하는 사람만 (군대에) 가면 의욕도 높아져 좋을 것 같다"며 모병제를 찬성했다. 대학생 이준목(25)씨도 “모병제가 청년실업도 해결되고 전문 인력양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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