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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깨 ‘생체시계 교란’, 암 위험 높인다..“밤 새워도 해 뜨면 활동하라”

중앙일보 2019.11.19 05:00
“밤에 (인공) 빛을 쬐는 것만으로도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지원 강남 세브란스 교수 인터뷰..밤에 빛 노출로도 당뇨 위험↑
“저녁형 생활습관 바꿀 수 없다면 야식 피하고 빛 노출 최소화해야”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 생활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8일 오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취침 시간까지 계속해서 빛에 노출되면 일주기 리듬을 방해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다. 생체리듬이 흐트러지면 단순히 수면 문제뿐 아니라 각종 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원시시대에는 해가 뜨면 일어나서 먹고 움직이고 일을 했다. 해가 지게 되면 자고 쉬었다. 이럴 때는 병이 별로 없었다”면서 “현대사회로 오면서 24시간을 주기로 생리적 지표가 변동되는 일주기 리듬이 깨지고 병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지원 강남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지원 강남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 교수는 지난 7월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1984명을 대상으로 생활습관과 체내 지질 수치를 분석해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과 비교해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건강한 수면과 관련해서도 “밤에 잠을 못 잤더라도 해가 떠 있는 낮엔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게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데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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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기 리듬이 그렇게 중요한가.
지구가 자전하면서 우리도 24시간 주기로 생활하게 된다. 우리 몸의 유전자 중 10~30%가 일주기 리듬에 영향을 받는다. 가령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는 코르티솔은 아침 8시에 절정으로 분비된다. 해가 뜨면 몸이 깨고 각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는 저녁 때 늘어난다. 이런 생체리듬을 대뇌 시상하부에서 관장하는데 뇌에서 보낸 신호대로 생체리듬을 유지하면 각종 조절이 제대로 이뤄지고 균형을 이루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생체신호는 제대로 보내는데 이에 어긋나게 생활한다면 체계가 망가지고 간이나 위 등 말초 조직에 영향을 준다.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조직이 간이다. 결국 생체시계가 교란되면 지질 대사를 조절하는 과정이 흐트러지고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유전자가 교란되는 것인데 야식을 먹고 활동량은 적게 하는 등의 나쁜 습관이 합쳐져 각종 병을 발병하는 원인이 된다. 밤에 안 자고 스마트폰, TV 등 블루라이트(모니터, 스마트폰, TV 등에서 나오는 파란색 계열의 광원)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지원 강남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지원 강남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저녁형 생활습관이 암 발병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  
조직이 분화할 때도 생체시계의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암 발병과도 상관이 있다. 실제 암 환자를 보면 생체시계 관련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조직이 영향을 받는다. 수면장애나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우울증, 각종 암과 다 관련된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생체시계 교란이 암의 주요 위험 요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녁형 인간인데 주중 출근 등 이유로 일찍 일어났다가 주말에 모자란 잠을 몰아 자는 경우가 많다. 
보통 사회적 시차라고 하는데 원래 저녁형인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 주중엔 일찍 일어나고 주말엔 생체리듬대로 늦게 일어난다. 그러나 주말에도 평상시대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일정한 시간에 자는 것이 좋다. 아침형, 저녁형으로 생활 패턴을 왔다 갔다 바꾸는 것보다 차라리 저녁형으로 유지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자꾸 생체시계가 교란되면 대사 시그널 체계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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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형 인간으로 살면서 그나마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팁이 있다면. 
적절한 수면 시간(6~8시간)을 잘 지키는 게 좋다. 충분히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밤에 먹지 않는 게 제일 좋다. 먹는 것 자체가 생체리듬을 무너뜨려서다. 빛은 숙면을 방해하므로 가급적 빛을 차단하는 등 수면 환경을 좋게 해야 한다. 불면증으로 꼬박 밤을 새웠더라도 다음 날 낮엔 활동하는 게 좋다. 멜라토닌은 일어나서 햇빛을 받고 15시간 후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밤에 잠을 못 자도 해가 뜨면 정상대로 활동해야 멜라토닌이 합성되고 다시 잘 잘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수면제가 아닌 빛으로 불면증 치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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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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