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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3번이나 언급했는데, 국회 탄력근로제 ‘감감무소식’인 이유는

중앙일보 2019.11.19 05:00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입법 불발시 주52시간제 보완대책 추진방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입법 불발시 주52시간제 보완대책 추진방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여ㆍ야ㆍ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회의를 마친 뒤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적용 등 보완 입법 조치를 마무리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국회는 입법 조치를 마무리하지 않았다. 정부는 결국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는 중소기업은 이를 위반하더라도 처벌을 유예하겠다고 18일 발표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보완 입법 조치가 안 되자 우회적인 방식으로 주 52시간제를 보완한 것이다. 실상 "법을 어겨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중공동행동 관계자 등이 정부 노동정책과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중공동행동 관계자 등이 정부 노동정책과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이 쟁점인가

국회의 1년간 탄력근로제 논의는 간단했던 쟁점이 복잡해지는 과정이었다. 올 초만 하더라도 탄력근로제 관련 쟁점은 ‘정산 기간을 얼마로 확대하느냐’ 하나였다. 탄력근로제는 특정 기간 주 52시간 넘게 일하더라도 정산 기간 평균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현재는 정산 기간이 3개월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자고 주장했고, 자유한국당은 1년으로 확대하자고 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 탄력근로제 정산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한 뒤엔 국회 내 전선(戰線)이 더 넓어졌다. 한국당이 지난 7월 탄력근로제 정산 기간을 6개월로 수용하는 대신 선택근로제의 정산 기간 확대안(1개월→3개월)을 새로 제시한 것이다. 탄력근로제는 주 최대 허용 근무시간이 64시간이지만, 선택근로제는 제한이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IT(정보기술) 기업의 경우 특정 기간 몰아서 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선택근로제 확대는 이전에도 논의가 됐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의 특별연장근로 인정 대상에 ‘사업상의 이유’도 포함하는 협상안도 추가로 제시했다.
 
탄력근로제 확대와 최저임금 공약 파기에 반발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7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를 마친 뒤 '총파업' 깃발을 들고 있다. [뉴스1]

탄력근로제 확대와 최저임금 공약 파기에 반발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7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를 마친 뒤 '총파업' 깃발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엔 민주당이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소위원회 여야 3당 간사 회동에서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특별연장근로 대상 확대안을 수용하는 대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 문제 등 또 다른 쟁점 법안을 역제안했다. 여야 서로 원하는 것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패키지 딜’을 하자는 취지였다.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임금 손실을 막는 여러 장치의 논의를 통해 야당이 제안한 유연근로제를 노동계에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간사들은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왜 안 되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과 이달에만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언급을 세 차례 했다. 그런데도 여야가 조금의 양보도 없이 오히려 요구안을 더 추가하는 배경에는 내년 총선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양보하면 노동계든, 경영계든 한쪽의 표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한국노총과 정책연대를 하는 상황에서 선택근로제를 받으면 난리가 날 거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당에 양보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환노위 소속 한 한국당 의원은 “ILO 비준 동의는 우리 지지층은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민주당이 ILO 비준 동의를 들고나온 것은 탄력근로제 협상이 시급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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