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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명길 언급 제3국은 스웨덴…“미국, 북·미 협상 재개 뜻 전달 요청”

중앙일보 2019.11.19 02:00 종합 5면 지면보기
연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자는 미국의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던 ‘제3국’은 스웨덴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이 18일 밝혔다. 북ㆍ미 실무협상의 북한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14일 담화에서 “미 국무성대조선정책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이 제3국을 통해 12월 중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공개했다. 소식통은 “미국은 지난 10일을 전후해 외교 경로를 통해 스웨덴에 북ㆍ미 실무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알리며 이를 북한 측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스웨덴은 지난달 5일 북ㆍ미 실무협상을 개최했고, 당시 협상이 결렬되자 3주 이내에 협상을 재개할 것을 제안하는 등 이후에도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스웨덴은 1973년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했고,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이 미국의 영사업무를 대신하는 등 북한과 미국 양쪽으로부터 호의적”이라고 덧붙였다. 북한도 스웨덴을 중립 지역으로 여기고 있어 스웨덴이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스웨덴 통해 "12월 중 만나자" 협상 재개 제안
북ㆍ미 양쪽서 호의적 스웨덴에 중재자 역할 넘어가
미국, 협상 실패의 부담 대비해 스웨덴 통로 활용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은 양 정상의 ‘좋은 관계’를 자랑하고 있고 뉴욕대표부 등 직거래 채널도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스웨덴을 대북 창구로 활용하는 건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에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뜻인 동시에 비핵화 협상 결렬 시 충격파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김용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연내에 협상의 급진전을 원하지만, 미국은 북ㆍ미 협상을 대통령 재선이나 탄핵 국면에서 활용할 카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북한의 거절에 따른 부담도 줄이기 위해 제3국 채널을 이용한 것"이라고 봤다.
북한은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마주하지 않겠다고 위협하면서도 동시에 대미 직거래를 요구하고 있다. 김명길은  지난 14일 담화에서 “제3국을 통해 이른바 조미 관계와 관련한 구상이라는 것을 공중에 띄워놓고 있는데 대하여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제3국을 거치지 말고 직접 얘기하라는 주장이다. 
스티븐 비건(왼쪽 둘째)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4일 스웨덴 외교부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외교부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왼쪽 둘째)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4일 스웨덴 외교부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외교부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이 스웨덴을 대북 통로로 이용하면서 한국 대신 스웨덴이 북ㆍ미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 때까지 북한은 미국과의 접촉에 앞서 한국과 상의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운전자, 중재자 역할이 빛을 발했다”며 “한 때 판문점과 제주도에서 북ㆍ미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을 정도였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국 입지가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에 이어 9월에도 남측과의 접촉 금지령을 내리고, 남측과의 ‘거래’를 차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한국은 일면식이 없던 북한과 미국 정상을 연결하는 복덕방 역할을 이미 했다”며 “제3국이 역할을 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진전이 있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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