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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과의 대화, 보여주기 쇼에 그쳐선 안 돼

중앙일보 2019.11.19 00:18 종합 34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저녁 TV로 생방송 되는 ‘국민과의 대화’(오후 8시·MBC)를 갖는다. 300명 방청객이 사전에 정해놓은 각본없이 즉석에서 질문하고 대통령이 답하는 ‘타운 홀 미팅 방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여야 5당 대표와의 만찬을 갖는등 임기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소통 강화’를 전면에 내걸었다. 그런 만큼 오늘 ‘국민과의 대화’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각별하다.
 

국정 운영 실패·잘못은 인정·사과하고
국민들 얘기 경청, 미래 비전 공유해야

특히 지난 2년 반의 국정 운영이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독단적 국정 운영 기조에서 벗어나 일대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들과의 스스럼없는 대화를 통해 지난 시기의 미숙했던 부분과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을 공유하는 소통의 한마당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난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경제·외교·안보 할 것 없이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빚어진 정책 실패가 대부분이란 데 심각성이 있다.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성장·투자·수출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고, 그 바람에 정부가 제1호 정책으로 내세웠던 일자리 창출도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북한에 올인하는 외교안보 정책 기조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주한미군 감축·철수설이 나올 정도로 한·미 동맹의 기조가 흔들리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안보 불안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북한 비핵화는 한발짝도 진전된 게 없는데 북핵·미사일 방어를 어렵게 만드는 지소미아 종료 시한(22일 자정)은 다가오고 있다. 최근 2명의 ‘탈북 범죄자’를 비밀리에 북송한게 드러나면서 국제사회로부터도 손가락질 받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모두 청와대와 NSC가 깊이 관련된 사안들이다. 문 대통령은 저간의 사정을 낱낱이 밝혀 궁금증을 해소하는 한편 책임자 문책 등과 향후 일정을 제시하는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는게 필요하다. 지금까지처럼 ‘잘 해오고 있다’거나 ‘정책 기조의 변화는 없다’는 식의 보여주기식이나 자화자찬으로 지금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내치도 꼬일대로 꼬였다. ‘적폐 청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과거에 발목이 잡혀버렸고, 국론이 분열되면서 미래로 나아갈 동력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공정·정의의 잣대 조차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놓고 따지는 진영 논리에 갇혀버림으로써 국민을 좌절케하고 사회를 병들게 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통치자로서 편중인사, 검증 부실등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실정에 대해서도 국민들 앞에 사과하는게 도리다.
 
소통은 현란한 말재주나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되는게 아니다. 열린 자세로 국민의 이야기를 경청하는데서 소통은 시작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몇차례의 기자회견과 언론 대담 이후 여론이 더 나빠졌던 전례를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하산길에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집권 2년반동안 무엇하나 풀린 게 없고 오히려 최악의 상태로 가고 있다면 이젠 생각과 방향을 바꾸는게 순리다. 숱한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독선과 독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한민국’의 실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성찰과 쇄신을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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